성명에 '공정한 무역 발전' 소제목 삽입… '경제 실리 내줬다' 지적에 반박
  •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새벽(한국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언론발표를 위해 백악관 로즈가든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새벽(한국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언론발표를 위해 백악관 로즈가든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청와대는 공동성명 채택의 의의를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의 성과와 관련해 제기되는 일각의 의구심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신뢰와 우의'라는 말의 성찬이나 대북 정책에서의 '행동의 자유'를 얻는 대신 경제적 실리를 대거 내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반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한미 정상은 1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각, 미국 동부표준시 30일 오후 7시 30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이날 새벽 0시 30분(미 동부시 오전 11시 30분)에 있었던 공동언론발표와는 다른 것으로, 조율을 거쳐 정상회담으로부터 8시간 만에 배포됐다. 이 과정에서 양측 협상 실무진이 성명서 문안을 작성하는데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의 입장에서는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지지'를 뚜렷이 확보해낸 것이 최대 성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며 "솔직히 말해, 인내는 끝났다"고 역설했던 공동언론발표에서는 이 지점이 분명치 않았었다.

    공동성명에서 한미 정상은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며 "고위급 전략협의체를 통해 대화를 위한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공동의 대북 정책을 긴밀히 조율해나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대북 정책에서 '행동의 자유'를 얻으면서도 안보 공약 또한 재확인했다.

    공동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을 재확인하며, 양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공약을 확고히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래식과 핵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새 정부 입장이 관철된 것에 대조적으로, 통상·경제 분야에서는 미국의 시각이 대거 반영됐다.

    공동성명에는 '공정한 무역 발전'이 소제목으로 삽입됐다. 굳이 '공정한(Fair)'이라는 문구가 삽입된 것은 현재의 한미 양국 간의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보는 미국의 불만이 간접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 간의 상호 호혜와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키기로 약속했다"며 "철강 등 원자재의 전세계적인 과잉설비와 무역에 대한 비관세장벽의 축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등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조건을 증진하기로 공약했다"고 명시했다.

    '무역에 대한 비관세장벽'이란 자동차를 가리킨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평소 "미국의 기준에 부합하는 자동차 중에서 한국 수출이 허용되는 것은 2만5000대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각종 환경기준 등 '비관세장벽'을 철폐해 미국차가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도록 하라는 압박성 문구인 셈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철강과 자동차 분야가 공동성명에 명시적으로 들어가면서, 우리 정부는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통해 경제적 이슈에서의 협력을 증진·확대"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새벽(한국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새벽(한국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처럼 이번 순방에서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적 실리를 대거 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순방 성과에 제기되는 여러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8시간 만에야 공동성명이 채택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국시각으로) 오전 중에 나왔다는 것에 사실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외국 정상과 20여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공동성명 채택에 성공한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8시간 만의 공동성명 채택은) 트럼프정부에서 이례적이지 않다"며 "미국·베트남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정상회담이 개최된 날 밤늦게야 나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우리에 앞서 공동성명을 채택한 국가를 살펴보면 '19초 간의 악수' '60년 만의 골프 회동'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유난스러운 환대를 받은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 정도만 정상회담 이후 1시간 이내에 공동성명을 채택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공동성명은 정상회담으로부터 3일 뒤에나 발표되기도 했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공동발표에서 제기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설명을 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공동발표에서 이야기한 것은 정상회담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이라며 "우리는 GDP의 2.3%를 국방비에 쓰고 있어 어떤 다른 우방국보다도 높은 비율을 국방비에 쓰고 있고, 주한미군에의 토지 공여, 방위산업을 통한 수입으로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동맹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평한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원리"라며 "어떤 일을 같이 하는데 어느 한 쪽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에는 공감"이라고, 방위비 분담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공동성명을 통해 통상의 실리를 내준 것을 넘어, 한미FTA가 사실상 재협상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번 순방에 동행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나서서 반박했다.

    장하성 실장은 "일부 매체에서 FTA 재협상에 합의했다거나 공식화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무역과 관련한 내용은 공동성명에 있는 게 전부"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체를 아우르는 FTA를 문제삼은 게 아니라) 자동차와 철강 등 (일부 분야에 한정해) 무역불균형을 문제제기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FTA의 상호호혜성을 강조하면서, 양측 실무진이 FTA 시행 이후의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조사할 것을 제의했다"고 부연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저쪽(미국)의 통상장관이 철강의 무역 역조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중국 철강이 한국을 경유해 미국에 수출되는 문제를 언급했지만, 정책실장이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철강은 극히 일부분이고 중국 철강 과잉 생산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고 반박했다"며 "FTA 재협상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