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검찰 목줄 쥔 법무장관에는 PK친문라인 안경환 지명, 오기·코드인사 지적
  • ▲ 문재인 대통령, 김상곤 교육부총리후보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각각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혁신위원장, 혁신위원이던 지난 2015년 9월 9일 당무위원회의를 앞두고 뭔가 밀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 김상곤 교육부총리후보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각각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혁신위원장, 혁신위원이던 지난 2015년 9월 9일 당무위원회의를 앞두고 뭔가 밀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 등 이미 지명한 여러 장관급 후보자들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결격이 드러나 발이 묶여 있는 와중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5개 부처의 장관후보자를 추가 지명했다.

    새로 지명된 5개 부처의 장관후보자들은 대체로 오기·코드인사로 점철돼 있다는 분석이어서, 12일로 예정된 국회 추경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제왕적 대통령'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의대표로 구성된 국회에 선전포고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사회부총리를 겸직하는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법무부·국방부·환경부·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의 장관후보자를 대거 지명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이 지명됐고, 법무부장관에는 안경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국방부장관에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환경부장관에는 김은경 전 노무현정권 청와대 지속가능발전비서관, 고용노동부장관에는 조대엽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이 지명됐다.

    이날 지명된 장관후보자들은 전원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원외(院外) 인사로, 면면을 살피면 하나같이 '코드 인사'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라는 분석이다.

    김상곤 부총리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구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를 지내던 시절 "내부에다 총질"했다고 평가받는 '실패한 혁신'을 자초한 혁신위의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평지풍파만 불러일으킨 끝에, 통합돼 있던 제1야당을 반쪽으로 쪼개놓기에 이르렀다. 그 때문에 김상곤 후보자는 이듬해 치러진 4·13 총선에서 고향인 광주광역시에 출마도 못할 정도로 민심을 잃었고, 광주 8석에서 새정치연합의 후신 민주당 후보들은 전패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때 혁신위원장으로 기용했다가 당을 쪼개놓은 인물을 교육부총리 후보자로 다시 지명했다"더니, 김상곤 후보자의 '무상급식'이나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의 정책이 하나같이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을 가리켜 "이번에는 나라를 쪼개놓을 생각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혀를 찼다.

    법무부장관후보자로 지명된 안경환 서울법대 명예교수는 PK(부산·경남)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배후 실세로 일컬어지던 인물이다.

    안경환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부산 출신 친문 4인방으로 겹겹이 중첩된 인연으로 얽히고 설킨 사이다.

    안경환 후보자가 서울법대 교수였을 때 조국 민정수석이 서울법대의 조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당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대리인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서울법대 헌법학 교수였던 안경환 후보자를 찾아와 "비중 있는 헌법학자로서 대통령의 편을 들어달라"고 청탁했다. 안경환 후보자는 이를 일단 거절했으나 추후 "도움이 된다면 내 이름을 써도 좋고, 필요하다면 직접 헌재에도 나가겠다"고 정성을 보였다.

  •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경환 서울법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소설가 황석영, 우석훈 교수 등과 함께 국회에서 정권교체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경환 서울법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소설가 황석영, 우석훈 교수 등과 함께 국회에서 정권교체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탄핵이 해결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안경환 후보자를 국가인권위원장에 임명했다. 국가인권위원장이 된 안경환 후보자는 이듬해 조국 민정수석을 인권위원으로 끌어들였다.

    이렇듯 '부산 출신 친문'이라는 중첩된 인연으로 얽혀 있는 인물을 '검찰개혁'을 추진할 법무부장관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탕평 인사'라는 게 외피만 '탕평'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라며 "탕평하는 듯 하면서 사정(司正)과 관련된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 등에는 유독 PK·친문 라인만을 고집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후보자도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의 환경특보를 지낸데 이어, 인수위 환경전문위원을 거쳐 노무현정권 청와대에서 민원제안비서관과 지속가능발전비서관 등 '한 자리'를 맡았던 친노·친문 인사다.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수자원공사 등을 넘겨받고 물 관리를 맡게 될 환경부의 장관후보자로 '코드 인사'를 낙점한 것은 당장 4대강 보 수문 개방으로 엄청난 부작용이 일고 있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이른바 '4대강 재자연화'를 민생이 파탄나더라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오기의 발로로 보인다.

    이날 5개 부처 장관 추가 인선 발표 와중에는 강경화 후보자 등 기존의 장관후보자들조차 검증 미비로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는 현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음주운전 전력자까지 후보자로 지명하는 '오기 인사'가 눈에 띄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5개 부처 장관후보자를 발표하며 "오늘 지명한 장관후보자 중에 조대엽 후보자는 음주운전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검증 과정에서 파악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되자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언했던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5대 원칙'이 무력화된 것을 넘어서 '같은 편에 한 자리를 챙겨준다'는 '코드' 외에 인사에 무슨 원칙이 남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명된 후보자는 코드 인사가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성 높은 외부 전문가로 판단했다"며 "원칙으로는 '5대 원칙'을 (대선) 캠페인 때 말씀드렸지만, 실제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구체적 기준을 내부에서도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되도록 높은 기준을 가지고 검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이 예정된 가운데, 이를 앞두고 오기·코드인사가 강행된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의대표들로 구성된 국회를 향한 선전포고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말처럼 기존에 이미 지명했던 장관후보자들이 각종 결격사유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국민의 대의대표'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든 마치 '개'처럼 여기며 추경안·정부조직개편·인사의 3대 현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권 2년차의 큰 선거(총선)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국회와의 정면 충돌을 야기했던 적이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여소야대 국회와의 정면 충돌로 상황을 몰고가 인위적 정계개편을 노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