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마다 재원 확보대책이 불투명한 ‘선심성 공약’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역대 대선 때마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선에선 조기대선이어서 그런지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 같은 현상은 선거기간이 짧은 탓이기도 하지만, 지역 연고와 보.혁 성향에 따른 몰표 패턴이 두드러지지 않은 데서도 비롯된 것 같다.

    재원 대책 없는 공약은 당연히 지켜지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국민들과 한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재원의 뒷받침이 안 되면 공약(公約)은 빈 공(空)자 공약(空約)이 되기 쉽다.

    따라서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은 결국 공약을 믿고 표를 준 유권자들을 속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각 후보들은 공약을 내놓을 때는 반드시 소요 재원의 규모와 함께 실현 가능한 확보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포퓰리즘에 해당하는 ‘선심성 공약’이 많은 분야는 주로 복지 쪽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신구(新舊) 연령대에 따른 표심의 갈림 현상이 뚜렷해서 인지 노인과 청년 및 아동을 대상으로 한 ‘수당의 인상 또는 신설’ 공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예컨대 아동수당의 경우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 왜냐하면 부모들의 보육부담을 덜어주어 저(低)출산을 해소해 보자는 취지이지만 ‘공짜 선심’은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현재 지급되는 양육수당(5세 이하 자녀를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가정에 월 10만~ 20만원을 주는 제도)과는 별도로 ‘아동수당’을 도입해 0세부터 5세 아동을 둔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 역시 ‘아동수당’을 새롭게 도입해 11세 미만 아동을 키우는 소득 하위 80%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초. 중. 고교 재학 중인 자녀의 1인당 ‘아동수당’을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는 소득 제한이 없다는 점이, 안철수 후보는 지원 대상 아동의 연령대가 넓다는 점이 각각 특이하다. 아동수당 도입에 따른 재정부담을 문재인 후보는 1년에 2조원(10만원 지급기준)이 들것으로 내다봤고, 안철수 후보는 5조 1,000억 원이 든다고 했다. 다만, 안철수 후보는 제도도입만으로는 5조 1,000억 원이 들지만 아동수당을 받는 사람들은 기존의 공제 혜택을 약 1조8,000억 원 정도 덜 받게 되므로 순수한 재정부담은 3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내년부터 3조 840억 원에서 4조 6,800억 원의 재정부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를 보면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비용을 준비할 재정적 여유가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하고 있다고 볼 수박에 없다.

    각 당 후보들은 노인 기초연금 지급 확대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복지공약도 앞 다퉈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공통적으로 기초연금지급 확대를 공약했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 소득보장 개념의 지원책이다.

    문재인 후보는 지급액을 월 최대 30만원으로 높이고, 지급대상도 소득하위 80%로 넓힌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급액을 40만원까지 올릴 생각이라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문재인 후보 공약을 시행하려면 2022년까지 매년 11조 4,800억 원(국민연금 연계조항 삭제 시)의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두 후보는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필요시에는 증세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원칙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비용 추계는 내놓지 않았다. 이처럼 재원이 결여된 복지공약은 재정부담만 키워 결국 국가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원 없는 기초연금 확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기금과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도 문제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부담은 낮추고 혜택은 늘리겠다.’고 말한다. 문재인 후보는 국민연급 소득 대체비율 (재직기간 소득 대비 은퇴 후 연금비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비(非) 급여 항목을 포함한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설정하겠다고 했다. 연금수령액을 늘리려면 보험료를 대폭 올려야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없다. 국민에게 주는 선심성공약의 비용은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이 없는 것이다.

    일자리 공약도 각 후보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인데, 재정부담이 크기는 매한가지다.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한마디로 정부주도 방식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공부문에 2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81만개를 만들며, 민간부문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3년 한시적으로 ‘청년고용할당제’와 ‘청년 구직촉진 수당’도 도입하겠단다.

    그런데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할 경우 이미 매년 쓰고 있는 일자리 예산 16조~ 17조 외에 매년 4조~5조원씩 5년간 21조 550억 원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인력충원에 드는 재원을 계산하면서 대통령 임기인 5년만을 계산에 넣은 것이다.

    50대 근로자의 공무원 평균 근속연수는 보통 27년 안팎이다. 결국 5년을 뺀 나머지 20여년에 대한 계산은 재원에 포함하지 않았다. 여기에 공무원 연금과 각종 수당 등 순수 급여 이외의 인건비가 추가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비용이다.

    결국 문재인 후보가 밝힌 연 4조~5조(5년간 21조)의 비용 외에 추가 비용이 더 소요된다. 결국 돈으로 공무원 수를 늘리는 선심공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5년 후에 이 공약으로 인해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차기 정권에 빚더미를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안철수 후보는 임기동안 청년고용보장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여기엔 5년간 5조 4,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구직 청년에게 6개월간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공약도 내놓고, 소요예산을 5년간 3조 6,000억 원으로 잡았다.

    홍준표 후보는 과감한 규제완화와 서비스산업 발전법 통과를, 유승민 후보는 창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 중소기업부 승격을 각각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이들 후보들의 공약이 하나같이 단기적 대책에 그치고 있으며 일자리 산출 근거와 재원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세상에 공짜복지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일찍이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에서 보았다. 이제 이런 선심성 복지공약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도 재원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복지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스의 역대 정권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내놓았던 각종 정책이 그리스를 수렁에 빠뜨린 주범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때의 달콤한 선심에 이끌려 미래를 생각지 않는 국민들은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불행을 맞게 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계사를 보면 한 국가가 위기에 빠질 경우 주변국들은 이해와 동정 대신 손가락질 하며 모욕을 주고 심지어는 경제주권까지 뺏으려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왕의 노예나 신하였던 시대에 그리스인들은 유일하게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민족이었다.

    그 자부심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그리스가 한 때의 부강했던 국력이 소진되자 지금은 독일 등 이웃 채권국들의 사실상 노예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먼 남의 나라 일 같지만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는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경제적으로 패망한 뒤인 2010년 1차 구제금융을 받았으나 임금 삭감과 연금 축소에 반대하는 경찰이 시위를 하고, 판사가 재판을 거부하는 사태를 맞았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복지수당을 내놓으라고 연일 데모를 해댔다.

    그 결과 구제금융을 복지재원으로 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어떤가. IMF사태를 단시간에 극복했으나 계속되는 복지 확대로 국가부채는 2016년 말 570억 달러에서 2017년 말에는 659억 달러 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과 중국경제의 감속 성장은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더 빨라지게 하고 있다. 이런데도 조기대선이 치러지고 정권 쟁취에만 눈이 어둔 후보들은 복지 포퓰리즘만 확대 생산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일시적인 달콤한 사탕발림에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짜복지는 절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