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은 김재원 상대로 보수 적통과 '배신자 프레임' 놓고 설전
  • 4·12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3인의 주요 정당 공천 후보들이 TV토론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5·9 '조기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재선거가 실시되는데다, 4·12 재보선 중 유일하게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곳이라 정치적 중량감이 남다르다. 이 때문인지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도 이 지역을 이미 찾았거나 찾을 예정으로 있는데, 후보자들은 이러한 '정당 대표성'을 의식한 듯 토론 과정에서 서로의 말을 끊고 목소리를 높이며 커다란 손짓을 하는 등 격렬한 공방전을 벌였다.

  • ▲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5일 안동MBC에서 열린 후보자토론회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안동MBC 방송화면 갈무리
    ▲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5일 안동MBC에서 열린 후보자토론회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안동MBC 방송화면 갈무리

    ◆김영태·김재원·김진욱, 안동MBC 후보자토론회서 '충돌'

    더불어민주당 김영태·자유한국당 김재원·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5일 오전 안동MBC에서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5인의 유력 후보 중 무소속 성윤환·박완철 후보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2에 의거, 토론회 대신 추후 연설회로 대체됐다.

    민주당 김영태 후보와 한국당 김재원 후보 사이에서의 공방이 가장 치열했다. 첫 포성은 각자의 소속 정당이 중앙정치권에서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대북정책 분야에서 울려퍼졌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온 것은 전적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해 미국과 인접국가를 공격할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해 강력한 제재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해결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집권할 경우,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북한 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대북 강경책을 펼치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 마찰이 있을텐데, 중국·일본과도 외교적 마찰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도 마찰이 생기면 더더욱 안보 불안은 가속화된다"고 민주당에 선공을 가했다.

    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보수적인 지역 정서를 의식한 듯 "북한의 핵도발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이 있을 수가 없다"며 "나도 안보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해병대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총리는 피부병으로 병역을 면제받고, 장관 중에서도 병역면제자가 수두룩하다"며 "보수정권 10년 동안 우리의 안보는 더욱 취약해졌고, 방산비리로 우리 국방 전체를 위태롭게 했다"고, 이 정권에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요직을 두루 맡았던 김재원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5일 안동MBC에서 열린 후보자토론회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안동MBC 방송화면 갈무리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5일 안동MBC에서 열린 후보자토론회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안동MBC 방송화면 갈무리

    ◆김재원 "김영태, 농업보조금 7억5400만 원 수령 온당하냐"

    대북 정책에서 일합(一合)을 주고받았던 김영태·김재원 두 후보는 주도권 토론 중에 농업보조금 수령 문제와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 철수를 놓고서 정면 충돌했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정부가 180조 원이 넘는 농업보조금을 조성했는데, 분배되는 과정을 보면 줄줄 새고 있다"며 "농업보조금이 배분되는 과정을 보면 동네에서 힘이 있거나, 그쪽에만 밝은 분들이 대량으로 타가고 정작 농업인에게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비난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내가 확인을 하다보니 김영태 후보는 2008년 우리밀영농조합법인을 통해 2억4000만 원, 2010년도에는 토리식품에 2억1000만 원, 2014년에 다시 3억400만 원을 수령해 보조금만 7억5400만 원을 수령했다"며 "이게 온당하느냐"고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농업보조금에는 직불예산과 사업예산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나는 사업보조금을 세 차례 지원받았지만 경북도지사와 상주시장이 새누리당 소속인 가운데, 새누리당이 장악한 도의회와 시의회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정당하게 예산을 지원받았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사업성 예산이라는 것은 보조금을 받아서 얼마나 잘 운용해 혜택이 돌아가느냐가 관건"이라며 "민주당은 사업성 예산을 줄이고, 직불예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재원 후보는 "사업성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은 스스로 받은 게 잘못됐다는 것인가"라고 반격했고, 김영태 후보는 "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잘못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라며 "따지려면 시장이나 도지사, 시의원·도의원에게 '왜 줬느냐'고 가서 따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5일 안동MBC에서 열린 후보자토론회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안동MBC 방송화면 갈무리
    ▲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5일 안동MBC에서 열린 후보자토론회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안동MBC 방송화면 갈무리

    ◆김영태 "한국타이어, 면적은 넓은데 고용 인원 적어 반대한 것"

    곧이어 전화는 상주시 공검면에 들어설 예정이던 한국타이어 상주공장 유치 무산 사태로 옮겨붙었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한국타이어가 상주에 들어오기로 확정하고 부지매입과정에 있었는데, 김영태 후보가 반대운동을 주도해 철수해버렸다"며 "한국타이어가 2535억 원을 투자해 예상되는 인구 증가가 670명이고, 주택 수요가 250호, 세수는 1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주민들이 늘 큰 기업을 유치해 젊은이들이 취업하고 지역경제를 살려달라는 말을 한다"며 "들어온 기업까지 몰아내버리면, 이제 앞으로 어떤 기업이 투자하러 들어오겠느냐"고 질타했다.

    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 문제는 내가 주도한 것은 아니고, 홍보책임을 맡아서 열심히 홍보하다보니 그렇게 알려진 모양"이라며 "면적은 넓은데, 고용 인원은 적고, 발암물질이 상공에 돌아다녀 인체에 위험하기 때문에 개선 방안을 촉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김재원 후보는 "한국타이어가 상주에서 철수한 뒤 결국 태안에 가서 모든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렇다면 협의를 해서 문제를 해소해야지, 왜 몰아냈는지 의문"이라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김영태 후보는 "태안은 부지가 이미 산단으로 지정된 곳이고, 상주는 알토란 같은 농지를 산단으로 변경하려고 해서 농민들이 반대했던 것"이라고 맞받았다.

    농업보조금 수령과 한국타이어 유치 무산 문제에서 공세의 주도권을 놓쳤던 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한국당 김재원 후보를 향해 "지난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급여 착복으로 송사에 휩싸인 적이 없느냐"고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재원 후보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며 "방송에 나와서 내용도 사실이 아니고 근거도 없는 자료를 들고나와 마치 있는 사실처럼 마구 이야기하다니 기가 막히다"고 일축했다. 김영태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김재원 후보가 부인하자, 더 이상 공세를 이어가지는 않았다.

  • ▲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5일 안동MBC에서 열린 후보자토론회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안동MBC 방송화면 갈무리
    ▲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와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5일 안동MBC에서 열린 후보자토론회에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다. ⓒ안동MBC 방송화면 갈무리

    ◆김진욱 "친박은 직언 않은 간신, 바른정당은 배신자 아닌 충신"

    한편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한국당 김재원 후보를 상대로 공세를 펼쳤다.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최근 김재원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일부 찬조연설자가 김재원 후보가 당선돼야 탄핵으로 파면당하고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문제삼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할 수 있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힐문했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내 입으로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내가 당선되는 게 보수정치세력의 측면에서 봤을 때, 아직까지 보수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희망을 5월 9일 대선에서 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두 후보는 보수의 개념과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을 놓고 불꽃튀는 공방을 벌였다.

    김진욱 후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게 보수인데, 권력에만 집착하는 아집에 빠진 보수가 우리나라에 있다"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공천을 주지 않은 일이 있었고, 모 당대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는데도 대표 자리를 놓지 않고 끝까지 권력에 집착했다"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어 "대통령을 유례없이 구속당하게 만들었다면 실패한 보수로 확정된 것"이라며 "실패한 보수는 역사에서 퇴진하고 진정한 보수의 기치를 든 새 보수 앞으로 모여들어야 한다"고 공박했다.

    나아가 "배신자라는 말은 내가 선거 유세를 다녀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며 "국민들은 한국당의 몇 안 되는 친박 무리들은 직언을 하지 않은 간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충언하던 사람들은 다 쫓겨난 충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는 김재원 후보도 발끈해 "바른정당의 보수라는 것은 보수의 근본적인 개념은 도외시하고, 무조건 보수정치세력의 일부를 비난하고 욕하는 일에만 매진하고 있더라"며 "바른정당이 그렇게 진지한 보수라면 정의당보다 지지율이 낮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며, 왜 배신자 소리를 듣느냐"고 반격했다.

    한편으로 "대통령이든 누구든 잘못은 했다"면서도 "그래서 엄중한 상황에 처했으면, 처벌받을 사람은 처벌받아 사태를 해결하고, 우리가 힘을 모아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 아니냐"고 보수통합론에 방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