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인파와 소통하며 아이돌 스타급 인기… "김진태 대통령" 예사롭지 않아
  •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4일 트럭에 올라 태극기 집회 행진 참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박대출 의원. 그와 악수하기 위한 손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4일 트럭에 올라 태극기 집회 행진 참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박대출 의원. 그와 악수하기 위한 손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3월이지만 아직 바람이 매섭다. 저마다 한 손엔 태극기를 흔들고, 다른 한 손으론 휴대전화로 태극기 물결의 장관을 담느라 두 손이 꽁꽁 얼었다. 그런 마음을 100% 공감이라도 하듯 쉴 새 없이 악수를 건넨다.

    태극기 집회가 열릴 때마다 김진태 의원의 손은 가장 바쁘다. '탄핵 각하'를 외치며 행진을 다녀온 애국 태극기 인파들의 손이라도 녹여주려는 듯 한 사람 한 사람 악수를 건넨다.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선거유세라도 하듯 건네는 악수는 지나치더라도, 김진태 의원의 손은 꼭 잡는다. 공감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이 따뜻한 악수 한번에 차가운 공기 속에 훈훈히 퍼져나간다.

    4일 500만명이 운집한 태극기 집회 현장에도 김진태 의원과 태극기 인파의 악수 행렬은 여전히 뜨거웠다. 흡사 공개방송 녹화 현장에서 보는 아이돌 가수와 환호하는 사생팬의 모습이 겹쳐 보일 정도였다.

  •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4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4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날 김 의원은 오후 4시30분쯤 트럭에 올랐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열린 집회 이후 가두행진을 다녀온 인파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김 의원을 알아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었다. 악수를 한 사람은 행렬로 합류하고, 다음 사람이 악수를 청했다. 짧은 줄이 생겼지만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김 의원은 연신 웃는 얼굴로 집회 참가자에 "힘내세요"를 연발했다. 악수행렬이 진행되는동안 해가 넘어가 주변이 어둑해졌다. 김 의원이 트럭에서 내려왔을 때는 두 시간이 넘은 뒤였다.

    김 의원은 지난 3.1절 집회에서도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악수하며 감싸안았다. 아이가 있으면 번쩍 안아주고, 태극기를 흔들며 다가오는 이에겐 허리를 숙여 귀를 기울였다. 어느새부터 태극기 집회 이후 김진태 의원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소통하는 자리는 행사의 일부가 돼 있었다.

    그들은 왜 김진태를 외치나

    김 의원은 자신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집회보다 커질 때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쉿'하는 제스쳐를 취해보이기도 했다. 태극기집회의 본질을 잊지 말아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래도 구름처럼 몰린 시민들은 "김진태, 대통령!"을 계속 외쳤다.

    태극기 광장의 '김진태 열기'는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시부터 조금씩 쌓여왔다. 수많은 언론오보(가짜뉴스)가 판치고, 촛불 정국이 가속화 될수록 집권여당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는 실망스러웠다.

    김무성·유승민 등 박 대통령에 반발하는 비박계 의원들은 물론, 친박계 의원들도 촛불과 이를 확대 보도하는 언론의 횡포에 입을 닫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 때 유일하게 탄핵의 부당성을 외친 사람이 김진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 모두가 멘붕에 빠져 '대통령 자진 하야론'까지 나왔을 때 "이럴 거면 차라리 탄핵하라. 나는 탄핵안에 반대하겠다"고 소신발언한 인물이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의 1·2차 대국민담화 직후(2016년 11월5일) 열린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총회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담화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급격히 다가온 침몰 위기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침착함을 잃었다.

    "거지 같은 X끼" 등 국회의원인가 싶을 정도의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고, 몇몇 의원들은 눈물까지 흘렸다.

    소속 의원 129명 중 10여 명을 제외한 대부분 의원이 이날 의총에 참석했다. 발언하겠다고 신청한 의원들만 4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웰빙 정당' 비판에 줄곧 자유롭지 않았던 새누리당의 목소리는 대부분 '나라도 살겠다'는 절규에 지나지 않았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 날 의총에서 상당수 의원은 당장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종구 의원은 "당·정·청에 충신은 없고 간신들이 많아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며 "더구나 당 지지율 떨어지니 책임은 지도부가 져야 하지 않겠는가"고 했다. 이 의원은 지도부 사퇴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지도부)사퇴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가장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할 당 지도부가 최순실 씨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지 않았나"라며 "새누리당이 국민의 눈을 가렸다고 난리인데, 현재의 지도부로 어떻게 사태를 수습하느냐"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강석호 최고위원은 아예 본인의 사퇴를 선언하며 지도부 동반 퇴진을 압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거국내각 구성이라는 중요한 일들이 마무리되는 대로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급한 불만 끄고 물러남으로써 국정과제나 대선 문제는 차기 지도부로 넘기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진태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남다른 의미의 발언을 던졌다.

    "대통령 하야를 원하나, 아니면 식물정부를 원하느냐."

    김진태 의원은 "청와대가 좌익들에게 점령당할 수도 있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줄 것인가"라고 외쳤다.

    김 의원은 "사드 배치를 취소하고, 북에 가서 빌고 연방제 통일을 할 것이냐"라면서 "그렇게 정신을 내주고 몸을 더럽혀서 무슨 후일을 도모하겠나. 그건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그는 식물 정부가 되느니 차라리 탄핵절차로 가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바로 헌법상 탄핵"이라며 "형사소추도 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을 더 이상 능욕하지 말고 절차를 진행하자"고 했다.

    그는 또한 "물론 난 탄핵에 반대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야당 의원이나 새누리당에서 (탄핵을) 원하는 분들은 그렇게 하시라.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을 새로 뽑으면 된다"고 했다.

    기사 참조

    (바로가기) 난파선 새누리에 단 한명! 김진태 "여기서 죽겠다"

    이날 김 의원과 악수를 나눈 한 집회 참석자는 "그때 김진태가 없었다면 어쩔뻔 했나"며 "박근혜 퇴진을 밀어붙이는 야당과 여기에 동조하는 새누리당 배신 세력이 억지로 대통령을 끌어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탄핵이 진행되면서 탄핵과정이 얼마나 부당하고 비헌법적 작태인지 국민들이 알게 됐다"며 "오늘날 수많은 애국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들 수 있는 건 김진태 의원 덕분"이라고 했다.

    김진태 의원의 열기는 그가 광장에 등장했을 때 더욱 불 붙었다. 김 의원은 탄핵정국 속에서도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 간사 자격으로 야당의 특검연장 전략을 막아서는 등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가며 광장에서도 활약했다.

    고영태 녹취파일의 진상을 파헤쳐 국정농단의 실체를 시민들에게 알렸고, 진실보다는 선동과 왜곡에 앞장서는 야당과 좌파 언론을 비판했다.

    광장에서 말 한마디 한마디는 태극기 시민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에도 충분했다. 그가 늘 되뇌인 "판이 바뀌고 있다"는 말에 애국 시민들은 더욱 힘을 얻어 삼삼오오 광화문 광장을 찾았고, 김 의원이 처음 외친 '탄핵 기각이 아니라 탄핵은 각하돼야 한다'는 말도 이제는 모두가 공감하는 구호가 됐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김진태 의원의 체급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김 의원을 겨냥한 촛불세력의 '춘천 집회'가 알려지자, "김진태를 구하라"며 태극기 세력 13만명이 춘천으로 달려갔다. 당시 집회에는 전날 서울에서 열린 집회 피로도 잊은 애국 시민들이 버스를 대절해가며 김진태 지키기에 나섰다. 춘천시 인구가 28만 7천 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날 주최 측 추산 13만은 상당한 숫자다.

    이날 집회에서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대통령을 지킨 김진태 의원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대통령을 제외한 누군가가 이 집회의 주인공이 된 것은 정말 예외적인 경우"라고 했다.

    달라진 김진태 의원의 위상에 그동안 주춤거렸던 자유한국당 의원 10여명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태극기 집회를 축소하려 했던 언론들도 어쩔 수 없이 이를 조명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순신처럼 '내가 죽으면 어때'라고 생각하며 해야 할 것을 해내고, 한편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자에게 정치적 카리스마와 권위가 생기는 것"이라며 "아마 태극기 집회가 커지면서 단상 위에서 김진태 의원의 권위는 열 배, 백 배 커졌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역시 공화당에서 퇴물 배우가 나선다고 하니까 무시했지만, 재선하는 등 성공한 대통령 반열에 올랐다"면서 "김진태 의원 역시 이번 태극기 집회를 거치며 정치적 무게감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4일 트럭에 올라 태극기 집회 행진 참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4일 트럭에 올라 태극기 집회 행진 참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함께 힘내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이날 응원에는 박대출 의원도 함께 했다. 박 의원은 한손으로 악수를 하면서 한 손에는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여러분의 목소리가 나라를 살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구할 것"이라며 "멀리서부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부르짖었다.

    박 의원의 목소리에 육군사관학교, 해병대 전우회, 특전사 전우회 등 군 출신 조직은 물론 대전고, 중동고, 성남중고, 춘천고, 배재학당 등 동문회가 행진하며 화답했다. 김진태 의원과 박대출 의원에 손을 흔들고 거수경례를 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김진태 의원의 달라진 위상에 놀라워 하는 모습이었다. TK(경주)를 지역구로 두는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은 행진 도중 김 의원의 권유로 연단 위로 올랐다. 육사 31기를 이끌고 행진하던 군장성 출신 한기호 전 의원은 함께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자는 김 의원의 권유에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김 의원과 함께 태극기 인파를 응원하던 박대출 의원은 "기자를 25년 한 제 경험대로라면 태극기 삼일절 집회가 헌정 사상 최대규모라고 보도돼야 맞다"며 "그러나 태극기 집회를 보도한 곳은 종편·지상파를 통틀어 10곳에 불과했고, 태극기 집회에 20분의 1에 불과했던 촛불집회는 11곳에서 보도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또 "지난해 태극기 집회보다 적은 인원이 온 12월3일 촛불집회는 83건 보도됐다"며 "이래놓고 언론탄압이라고 외치는 나라"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탄핵 소추안은 박 대통령이 언론을 탄압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이 박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기 때문에 탄핵은 헌재에서 각하돼야 한다"며 "진실을 보도하라. 진실은 각하"라고 주장했다.

  •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박대출 의원. 이들은 해가 중천일 때 트럭에 올랐지만, 내릴 때는 해가 진 뒤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박대출 의원. 이들은 해가 중천일 때 트럭에 올랐지만, 내릴 때는 해가 진 뒤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