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탄핵 인용쪽에 무게 실으며 '탄핵 기각' 당론 채택 방해… 자유한국당 정체성 가로막아
  •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그는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 '탄핵 반대' 탄원서를 취합해 지난 7일 헌재에 제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그는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 '탄핵 반대' 탄원서를 취합해 지난 7일 헌재에 제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58명이 탄핵을 기각, 각하해달라는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헌재 제출 이후 2명의 서명 의원이 더 늘어나 총 60명이 탄핵소추안 반대 의견을 같이 했다.

    이는 총 94명인 자유한국당 의원 중 64%에 달하는 수치다. 김진태 의원에 따르면 원외 당협위원장도 94명이 탄원서에 서명해 지역구 221곳(사고지역 제외) 중 70%에 달하는 154명이 한 뜻으로 뭉쳤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7일 "우리당 국회의원 58명이 탄핵을 각하, 기각해달라는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면서 "헌법기관 개개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기한 것으로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에는 박대출·전희경 의원과 함께 탄핵 반대 탄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후, 김진태 의원실 측은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의 탄원서를 모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반대 탄원서는 윤상현 의원이 시작한 것으로 지난 3일부터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에게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탄원서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추진된 '졸속 탄핵'이라는 점 ▲ 박 대통령은 탄핵을 받을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점 ▲헌재 9명 재판관 전원의 심리 참여가 헌법상 원칙이라는 점 등의 근거를 들어 헌재가 탄핵 심판을 '각하 또는 기각'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김진태 의원은 8일에도 "탄핵반대 탄원서에 서명한 국회의원이 60명이 됐다"면서 "(이 탄원서에) 원외 당협위원장도 94명이 서명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 자유한국당 내에도 '탄핵반대' 목소리가 주류로 자리잡은 셈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1호 당원께서 재판받고 있는데 오히려 적은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1호 당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뜻하며, 여전히 탄핵반대에 동참하지 않는 의원들을 향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페이스북 포스팅. 김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의 왼쪽에는 전희경 의원, 오른쪽에는 박대출 의원이 함께 서 있다.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페이스북 포스팅. 김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의 왼쪽에는 전희경 의원, 오른쪽에는 박대출 의원이 함께 서 있다.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만약 김진태 의원처럼 탄핵정국 초기부터 자유한국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은 탄핵안 가결과 특검법 통과 등 그동안 여러 이슈에서 침묵으로 일관했고, 바른정당이 분당해 나간 뒤에도 여전히 '탄핵 반대 전선'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이정현 대표 체제 이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인용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 뼈아픈 대목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그간 탄핵 인용을 염두에 둔 발언을 계속해서 꺼냈다. 그는 지난 7일 "혹시라도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면 보수층에선 우리 당에 대한 동정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에는 "12월 20일에 대통령 선거를 했으면 좋겠지만 힘들 것"이라며 "대선이 급격하게 치러진다고 해도 (당원들이) 애국심과 사명감을 갖고 대선을 잘 치르자"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보수세력이 결집한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 "국회의원 개인의 의사표현은 자유"라면서도 "광장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여론에 편승하지는 않겠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 지도부와 당내 다수 의견이 엇갈리는 자중지란 현상의 중심에 선 셈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태극기 집회가 커지고 탄핵이 실제로 기각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뒤에 당이 뛰어들면서, 좋게 말하면 용기를 낸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숟가락을 얹었다는 말을 듣을 수도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태극기집회에 우호적이었다면 태극기 집회가 더욱 세련되고 제도화된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면서 "태극기 집회가 밖에서 보기에 윤상현·조원진 등 강성 친박계의 무대로 비쳐지는 부분도 아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