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연방제 통일? 정신 내주고 몸 더럽혀서 무슨 후일을 도모하나"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4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그는 이날 15번째로 발언을 신청해 "식물정부를 하느니 차라리 대통령을 탄핵하라. 탄핵하지 못할 거라면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4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그는 이날 15번째로 발언을 신청해 "식물정부를 하느니 차라리 대통령을 탄핵하라. 탄핵하지 못할 거라면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담화를 한 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급격히 다가온 침몰 위기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침착함을 잃었다.

    "거지 같은 X끼" 등 국회의원인가 싶을 정도의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고, 몇몇 의원들은 눈물까지 흘렸다.

    소속 의원 129명 중 10여 명을 제외한 대부분 의원이 이날 의총에 참석했다. 발언하겠다고 신청한 의원들만 4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웰빙 정당' 비판에 줄곧 자유롭지 않았던 새누리당의 목소리는 대부분 '나라도 살겠다'는 절규에 지나지 않았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 날 의총에서 상당수 의원은 당장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종구 의원은 "당·정·청에 충신은 없고 간신들이 많아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며 "더구나 당 지지율 떨어지니 책임은 지도부가 져야 하지 않겠는가"고 했다. 이 의원은 지도부 사퇴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지도부)사퇴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가장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할 당 지도부가 최순실 씨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지 않았나"라며 "새누리당이 국민의 눈을 가렸다고 난리인데, 현재의 지도부로 어떻게 사태를 수습하느냐"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강석호 최고위원은 아예 본인의 사퇴를 선언하며 지도부 동반 퇴진을 압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거국내각 구성이라는 중요한 일들이 마무리되는 대로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급한 불만 끄고 물러남으로써 국정과제나 대선 문제는 차기 지도부로 넘기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진태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남다른 의미의 발언을 던졌다.

    "대통령 하야를 원하나, 아니면 식물정부를 원하느냐."

    김진태 의원은 "청와대가 좌익들에게 점령당할 수도 있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줄 것인가"라고 외쳤다.

    김 의원은 "사드 배치를 취소하고, 북에 가서 빌고 연방제 통일을 할 것이냐"라면서 "그렇게 정신을 내주고 몸을 더럽혀서 무슨 후일을 도모하겠나. 그건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 의원총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 초반, 발언을 공개로 할지 비공개로 할 지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 다툼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왼쪽)과 조원진 최고위원(오른쪽)이 서로 노려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의원총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 초반, 발언을 공개로 할지 비공개로 할 지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 다툼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왼쪽)과 조원진 최고위원(오른쪽)이 서로 노려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는 식물 정부가 되느니 차라리 탄핵절차로 가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바로 헌법상 탄핵"이라며 "형사소추도 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을 더 이상 능욕하지 말고 절차를 진행하자"고 했다.

    그는 또한 "물론 난 탄핵에 반대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야당 의원이나 새누리당에서 (탄핵을) 원하는 분들은 그렇게 하시라.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을 새로 뽑으면 된다"고 했다.

    다음은 김진태 의원 의총 발언 전문이다.

    나라의 기강은 이미 땅에 떨어졌다.
    절호의 기회였던 백남기 부검도 못 하고
    다음 주 ‘민중 총궐기’ 때는 청와대가 좌익들에게 점령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야당과 좌익세력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줄 건가?
    그럼 사드 배치 취소하고 북에 가서 빌고 연방제 통일 할 건가?
    그렇게 정신을 내주고 몸을 더럽혀서 무슨 후일을 도모하겠나?
    그건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대통령 하야를 원하나? 아니면 식물정부를 원하나?
    대통령을 그냥 덮고 가자는 게 아니다. 탄핵절차로 가자.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바로 헌법상 탄핵이다.
    형사소추도 할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을 더 이상 능욕하지 말고 탄핵절차를 진행하자.
    물론 난 탄핵에 반대할 것이다.그렇지만 야당 의원들은,
    또 우리 새누리당에서 원하는 분들은 그렇게 하시라.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을 새로 뽑으면 된다. 인정하겠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으면 대통령을 인정하라.
    사정하는 게 아니다. 당당하게 주장한다.

    새누리 호는 난파 직전이다. 난 그냥 여기서 죽겠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대통령 나가라, 당 대표 나가라 하지 않고 배와 함께 가라앉겠다.
    내가 박지원과 싸울 때는 윤리위 제소 도장 하나 안 찍어주던 분들이,
    문재인 대북결재사건 때는 성명서 하나, 그 흔한 SNS 한 줄 안 올리던 분들이
    지금 당 대표 물러나라고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주고 계신다.
    그 결기를 야당에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폭풍이 그칠 것이다.
    문재인은 대북결재가 기억 안 난다고 버티는데 우린 왜 단 일주일을 못 버티나?
    당이라도 살아야겠다고 발버둥 치는 건 이해한다.
    그렇다고 애꿎은 선장을 제물로 바다에 밀어 넣어선 안 된다.

    15번째로 국회 예결위회의장을 울린 김 의원의 발언에 의총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김진태 의원 발언 이후에 나선 한 의원은 "다 같이 죽든지 다 같이 살든지 해야 한다"고 했고, 또다른 의원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의원들이 누가 있느냐" 라고 반문했다.

    김진태 의원은 의총 직후 <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나도 며칠 고민한 뒤 한 발언"이라며 "지금 배가 침몰 직전인데 선장을 나가라 할 때가 아니다"며 "무슨 순장조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의총에서 새누리당은 6시간이 넘는 마라톤 토론을 통해 격론을 벌였지만, 이렇다 할 결론에 도출하지는 못했다.

    다만, 사퇴를 선언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늘 느낀 것은 그간 의원님들이 부족한 저를 많이 도와줬는데 정말 당과 나라를 사랑하고 우리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계신다"면서 "책임 있는 여당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서 국민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 국민 안심 시키는 게 우리가 가장 서둘러서 해야 할 책무"라고 했다.

    한편 이정현 대표 등 당지도부는 이날 의총에서 모인 의견을 수렴해 사태를 수습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총사퇴 등 특단의 대책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