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비켜' 문재인 겨냥하는 보수층, 트럼프 같은 대역전극 가능할까
  •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뉴데일리 DB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뉴데일리 DB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다시 치솟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 법적하자(法的瑕疵)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온 '샤이 보수'(Shy 保守) 유권자들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일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7%p 상승한 14.6%를 기록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5.2%)에 이어 대선 주자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리얼미터 측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로 보수층이 결집해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지난 2주 간 주춤했지만 3.1절을 전후해 크게 반등하는 모습이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4.4%p 하락한 14.5%로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지난주보다 0.8%p 상승한 10.9%로 4위,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주보다 1.1%p 내려간 9%로 5위에 머물렀다.

    '다크 호스'로 부상 중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3.5%를 기록했다. 뒤이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2.7%),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2.1%), 남경필 경기도지사(1.5%), 심상정 정의당 대표(1.3%)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90%)와 유선전화(10%)를 병행한 RDD(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간 야권으로 쏠렸던 지지율이 요동치자 정치권은 '샤이 보수(Shy 保守)'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샤이 보수'는 여권을 지지하는 유권자이지만 마녀사냥식 여론 탓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뜻한다.

    지난해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줄곧 우세를 이어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유로 '샤이 트럼프'가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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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심(票心)을 숨겨 왔던 유권자들의 몰표로 트럼프 후보가 대역전극을 펼쳤듯, 이번 대선에서 보수층이 결집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3.1절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500만 인파가 촛불세력을 압도한 것 역시 '샤이 보수'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서울역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이 참석했던 3.1절 태극기집회는 '탄핵 무효', '국회 해산' 구호 등을 외치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을 비롯한 일부 야권 인사까지 참석한 촛불집회는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의 목소리에 가려 크게 위축된 듯 했다. 시간이 갈수록 촛불은 하나둘 꺼지고 있지만, 태극기를 들고 일어서는 목소리는 커지는 양상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팬클럽인 '황대만'(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은 1일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황대만은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 만들어진 팬클럽으로 회원이 2만여명에 달한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모임에는 팬클럽 회원 60여명이 참석해 오후 5시부터 3시간 동안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국내와 해외에 지부를 결성하는 내용과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출마를 촉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회사원이라고 밝힌 우성제 간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의 결단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좀 더 효과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오프라인 모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황대만 회원들은 황 권한대행이 반드시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사람이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이시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또한 "기독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조속한 국정안정을 이루기 위해 권한대행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인용한 성경 구절과 책임감이라는 표현은 당초 배포된 연설문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가 위기극복을 위한 대권 도전의 의지를 은연 중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