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흡수 나선 安, 선명성 강조 나선 李 "대연정 제안 공개사과" 요구
  •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희정 충남지사.ⓒ뉴시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희정 충남지사.ⓒ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문 전 대표가 광폭행보로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파죽지세로 문 전 대표를 추격하면서다.

    여기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위로 밀려난 이재명 성남시장이 반전 드라마를 예고하면서 '1강2중' 구도가 깨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5일 '큰 정부론'에 입각한 공공의료 확대 구상을 내세우며 이른바 '작은 정부론'을 주장하는 안희정 지사와 차별화를 뒀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보호자가 필요 없는 환자안심병원'을 운영 중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방문해 "대선공약을 통해 공공의료가 중심이 되는 의료체계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호자가 필요 없는 환자안심병원'은 서울의료원 운영 주체인 서울시가 간병인을 고용해 환자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문 전 대표는 "환자안심병원은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의 모범이다. 간병인이 필요 없는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민간병원까지도 이런 서비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박 시장에 대한 호의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이 병원이 원장님 아이디어이기도 한데, 이렇게 만든 서울시 박원순 시장의 업적이기도 하다"며 "더 발전시켜 나가야되니까 제가 박원순 시장과 친하다. 빨리 해달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겠다"고 박 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한 주민센터를 찾은 자리에서도, 찾아가는 행정 서비스를 거론하며 "박 시장의 대표적인 행정 정책", "우리 박 시장이 잘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박 시장을 치켜세웠다.

    문 전 대표가 박 시장의 지지층을 흡수해 '대세론'을 굳히는 동시에 확장성 부족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박원순 껴안기'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 ▲ 안희정(왼쪽 두번째) 충남지사가 5일 서울 성북구 꿈의숲 아트센터 키즈카페에서 열린 '2040과 함께 하는 아이키우기 브런치토크'에서 참석자와 육아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안희정(왼쪽 두번째) 충남지사가 5일 서울 성북구 꿈의숲 아트센터 키즈카페에서 열린 '2040과 함께 하는 아이키우기 브런치토크'에서 참석자와 육아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반면, 무서운 기세로 문 전 대표를 추격하는 안 지사는 기업을 통한 육아서비스 확대를 강조, 문 전 대표와 인식의 차이를 나타냈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강북구의 한 키즈카페에서 20대~40대 부모들과 만나 "저출산의 핵심은 행복한 엄마·아빠가 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종합적 사회정책 접근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보육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자체적인 필요에 의해 육아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지사는 이날 '안심 보육' 공약을 제시면서 "육아휴직 기간을 3년으로 늘린다는 주장이나 워킹맘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의 보육 공약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지사는 또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수 기준 비율을 3.1%에서 10%까지 확대하겠다"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를 강화하고, 설치대상을 현행 상시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남녀불문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최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야권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 내부에서조차 안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를 꺾을 가능성도 있다며 대이변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안 지사는 이런 분위기를 몰아 50대 세대 교체론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여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을 주장,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두며 중도보수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반 전 총장과 중도, 충청표가 일부 겹치는 만큼, 안 지사가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을 흡수하게 된다면 '역전의 드라마'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 이재명 성남시장.ⓒ뉴데일리
    ▲ 이재명 성남시장.ⓒ뉴데일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위를 기록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2위를 차지하기 위해 안 지사를 강하게 견제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경선이 조기에 과열되며 사실상 본선 급으로 후끈 달아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이재명 시장은 선명성을 부각시키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어 경선이 다가올수록 특유의 강성발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확장성 부족 등의 최대 약점을 가진 문 전 대표가 중도층 흡수에 나선 안희정 지사와 선명성을 강조하는 이재명 시장의 맹추격을 받으며 갈수록 사면초가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고, 대연정을 거론한 안 지사도 촛불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며 두 주자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 시장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연정' 구상을 밝힌 안희정 지사를 향해 "대연정 제안을 철회하고 다음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 앞에 나와 국민께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맹공을 가했다. 안 지사를 정면 비판함으로써 대선주자 2위의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시장은 특히 "대연정은 역사와 촛불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져버리고 친일독재부패세력에게 탄핵이 되더라도 살길이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청산 대상과 함께 정권을 운영하겠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나아가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문재인 전 대표도 대연정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문 전 대표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과반 확보를 노리는 문 전 대표와 과반 저지를 통한 결선행에 사활을 건 안 지사와 이 시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특별한 일정 없이 장고에 돌입한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의원이 대선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세력의 좌장 격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킹 메이커'로 통하는 김 전 대표가 누구를 어떻게 도울지에 따라 대선 판도가 또 한 번 요동칠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당에 남아 안희정 지사의 경선을 도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3지대 구축이 여의치 않은 현 상황임을 고려하면, 김 전 대표가 선택할 길은 '문재인 대세론'을 걲을 가능성이 있는 안 지사를 지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종인 전 대표는 최근 안 지사와 몇 차례 회동을 갖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가 김 전 대표 주도의 비문 세력 지지를 등에 업고 대세론을 바꾸는 주역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