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때 '커뮤니티'서 확인된 화력… 19대엔 '페이스북'이 전장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페이스북 화면의 커버사진. "바꾸자 대한민국! 반기문과 정체교체!"라는 말이 써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페이스북 커버화면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페이스북 화면의 커버사진. "바꾸자 대한민국! 반기문과 정체교체!"라는 말이 써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페이스북 커버화면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인터넷 공간이 중요한 격론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보의 '사이버 캠프 사무소'라 할 수 있는 SNS 공간 활용 역시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역 민심만큼이나 뜨거운 넷심 잡기를 위해 각 대선 캠프에서도 각자 슬로건을 SNS에 내걸며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 18대 대선에서 파괴력 입증했던 '커뮤니티'

    지난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 중 한 곳은 바로 인터넷 공간이었다. 그간 TV토론이나 언론의 의혹 제기 등을 통해 각 후보를 접했던 네티즌들은 매체의 다변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뉴스 댓글' 등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던 네티즌들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성향이 일치하는 사람들끼리 특정 커뮤니티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보수성향 네티즌은 당시 '디씨인사이드'와 '일간베스트'에 모였다. '디씨인사이드'는 당초 좌파성향 네티즌들이 많이 상주하는 커뮤니티로 분류됐지만, 지난 2004년을 계기로 보수성향 네티즌들의 집결지가 됐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과 친노 네티즌이 6일 삼성동에 있는 한 호프집에서 설전을 벌인 것이 계기였다. '일베'는 이후에 파생된 커뮤니티였다.

    '일베'에 모인 익명의 네티즌은 의혹을 제기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1월 27일부터 TV를 통해 방송된 60초짜리 대선 후보 광고를 보고, 당시 문재인 후보 자택의 의자가 '임스 라운지 체어'라는 고급 가죽 의자였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손녀가 고급패딩을 입었다고 비난했던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부인이 "모델하우스에서 땡처리하는 걸 산 지인으로부터 중고로 50만 원에 사 왔다"고 해명했지만, 곧 문 후보가 쓰고 있는 안경테 또한 '린드버그'라는 고급 브랜드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되레 치명타가 됐다.

    정치권은 이같은 사건을 계기로 기존 매체가 아닌 뉴미디어 공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이후 정치권 인사들은 자신의 의정활동을 블로그 등에 기록하면서 '넷심'에도 대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 ▲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커버사진. 토론회에 참석한 자연스러운 사진을 통해 슬로건을 노출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커버사진. 토론회에 참석한 자연스러운 사진을 통해 슬로건을 노출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 '페이스북'으로 옮겨간 네티즌 무게중심…'사이버 캠프'도 따라 움직여

    하지만 인터넷 환경은 지난 5년 사이 급격한 변화를 이뤘다. 특히 사용자들이 1인 매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이 각광을 받았다. 자연히 체류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유권자의 이동은 선거 캠프의 이동을 불러왔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의정활동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직접 전달하고, 유권자가 여기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작성하며 소통할 수 있게 됐다.

    각 대선 캠프 역시 이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대선을 준비하면서 후보자의 페이지를 개설하고 콘텐츠를 올리면서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좋아요'를 받으면 자기 '친구'의 타임라인에도 게시물이 전파되는 구조여서 크게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페이스북'의 경우 블로그와 달리 자체적으로 꾸미기를 하기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또 타임라인에 따라 게시물이 배열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게시물은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많은 대선 캠프는 페이스북을 관리할 때 프로필사진과 커버 사진에 승부를 건다. 첫 번째 사진이자 휘발되지 않는 한 장에 후보의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후보가 제각각 다른 커버 사진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커버사진. 안 의원은 조용히 토론을 준비하는 모습을 커버사진으로 활용했다.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커버사진. 안 의원은 조용히 토론을 준비하는 모습을 커버사진으로 활용했다.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 설날 사진 내건 문재인…이재명·안희정과 대조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는 "따뜻함을 주고받는 설날입니다. 누구든 안아줍시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진을 커버로 썼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포용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표는 4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패배한 뒤로도 줄곧 친노의 중심에 서 왔다. 특히 지난 2015년, 2·8 전당대회를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를 맡았을 때 당은 극심한 계파 갈등에 휩싸였다. 결국, 같은 해 12월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며 분열을 겪었다.

    4년간 대세를 이어온 문 전 대표로서는 겉으로는 중도 유권자에 손을 내밀고, 안으로는 다른 대선후보까지 끌어안는 이미지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반면 후발주자로서 당내 경선에서 문 전 대표를 추격해야만 하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각각 야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사진을 커버 사진으로 쓰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프로필 사진에 세월호 리본 마크를 크게 달면서 "이재명은 합니다"라 쓰여 있는 커버 사진을 썼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촛불시위에서 시민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썼다.

    이는 진보진영 후보로서 정체성을 당원들에게 어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꼭 경선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강한 인상을 남기면 차기를 준비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 새누리 후보군 각각 달라…꽃부터 바리스타 사진까지

    새누리당 후보군은 제각각 다른 커버 사진을 쓰고 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노란색 꽃을, 정우택 의원은 해가 뜨는 모습을, 원유철 의원은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각각 커버 사진으로 활용했다.

    정우택 의원은 대선 의지를 표방한 것으로 풀이되고, 원유철 의원은 민생 행보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유철 의원은 어린 나이부터 정치를 해왔다.

  • ▲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커버사진. 촛불집회 모습을 촬영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페이스북
    ▲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커버사진. 촛불집회 모습을 촬영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페이스북

    ◆ 대선 메시지 정확히 나타낸 반기문과 조용한 안철수

    제3 지대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페이스북 커버 화면이 돋보인다. 반 전 총장은 커버 사진으로 연설하는 사진을 실으면서 "바꾸자 대한민국! 반기문과 함께 정치교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강점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 정당의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군대를 강하게, 청년에게 일자리를!"이라는 표어를 전면에 내걸었다. 프로필 사진 역시 단호하고 강인한 이미지가 뿜어져 나오는 사진을 걸었다. 다만 슬로건은 그가 토론회에 출연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세미나 등을 준비하기 위해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였다. 성실함과 묵묵함을 컨셉으로 찍은 사진으로 보이지만, 대선후보보다 학자의 모습이 강조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바른 정당 유승민 의원은 도심 풍경의 모습을 썼다. 차분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람들이 매체를 소비하는 방식이 지면에서 인터넷 포털로 이동한 데 이어 이제는 개인 타임라인으로 움직였다"면서 "이에 따라 더 짧고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