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집권 막아라'… △현대사 긍정 평가 △한미동맹·시장경제 수호 보수신당 가치로 제시
  •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인내가 아니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 인내다. 정치인이란, 참을 수 있는 것을 참을 뿐만 아니라, 참을 수 없는 것도 참아야 한다."

    새누리당에서 '공천 파동'이 한창 소용돌이치고 있던 올해 3월,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김무성 당시 대표최고위원에게 전달했다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메시지다.

    그말대로 김무성 전 대표는 그간 '참을 수 없는 것'을 계속해서 참고 인내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내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언제쯤 '인내의 끝'에 도달해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지 시점 선택의 문제만 남았다는 평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인채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인채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탈당과 신당 창당, 심각하게 고민"

    김무성 전 대표는 13일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근 자신을 향해 쏟아진 친박계의 비난 세례에 반박함과 동시에 탈당 및 신당 창당 구상에 대한 설명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친박계를 향한 작심발언이 쏟아졌다. 김무성 전 대표는 "그들(친박)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적 노예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일체의 비판도 배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금기시하는 그들의 노예근성이 결과적으로 대통령도 죽이고, 새누리당도 죽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우리가 위임받은 권력은 모두 국민과 당원이 준 것인데, 그들은 권력을 박근혜 대통령이 그들에게 하사한 사유물로 착각하고 있다"며 "국민에 대한 도리보다 권력을 나눠준 사람에 대한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조폭의 논리"라고 맹공을 가했다.

    친박계를 향해 혹독한 비판을 쏟아낸 김무성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창당은 동지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상의하면서 고민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30시간 법칙' 있는데… 이번엔 정말 신당?

    김무성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의 각오까지 숨김없이 밝힌 것에 대해 새누리당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신당 창당이 결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보수정당의 분당(分黨)이 어렵고, 이른바 '30시간의 법칙'이라는 김무성 전 대표의 전력(前歷)을 들어 결국 신당 창당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30시간의 법칙'이란 김무성 전 대표가 결기 있게 뭔가에 나섰다가도, 채 이틀(48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절충적인 자세로 물러나는 모습을 종종 보인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일례로 강창희 전 의장이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 인내"라고 훈수하던 올해 초는 국민공천제를 관철하려던 김무성 전 대표와, 자의적 계파 공천을 하려던 친박계 최고위원 및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공천안에 대한 결재를 거부하고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가버렸던 김무성 전 대표는 결국 곧 회군(回軍)해서 절충적인 타협점에 도달해버렸다.

    지난해 7월 불거진 '국회법 개정안 파동' 때도 마찬가지였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원회의 공개 석상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면전에 대고 모욕적 언사를 일삼으며 사퇴를 강박하던 상황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편에 서 있던 김무성 전 대표도 결국 "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이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4월 사임~6월 대선'이라는 '질서 있는 퇴진'에 동조한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소리높여 외치던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1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4월 사임~6월 대선'을 제안하면서 입장을 선회했다는 평을 들었다. 김무성 전 대표의 입장 선회로 인해 새누리당은 4일 의총에서 일시적으로 이를 당론으로 정할 수 있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해 여름, 이른바 국회법 개정안 파동 때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향한 면전 비난이 계속되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해 여름, 이른바 국회법 개정안 파동 때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향한 면전 비난이 계속되자, 회의 종료를 선언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30시간의 법칙' 해명할 김무성의 '행동 원칙'은

    이처럼 김무성 전 대표가 입장을 고수하지 못하고 선회하는 사례가 워낙 잦기 때문에, 이번에 신당 창당의 깃발을 치켜든 것 또한 곧이곧대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의 그간의 행보를 지배하는 단 하나의 '행동의 원칙'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탈당과 신당 창당이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게 현실적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2014년 7·14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대표최고위원 자리에 오른 이후로, 일관해서 고민해오고 행동의 좌표로 삼은 원칙은 단 하나 뿐이라는 게 정설이다. 보수정권의 재창출, '동전의 양면'처럼 표현하자면 '좌파 세력에게 이 나라의 정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좌파 세력 중에서 가장 유력하면서도 위험한 세력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추종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이 고민은 다시 '어떻게 하면 문재인에게 정권을 넘겨주지 않을 것인가'로 구체화된다.

    ◆김무성 보기에 문재인은 '가소로운' 상대였는데…

    사실 김무성 전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대단히 '가소로운' 상대다. 김무성 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약 1년간 거대 양당의 당대표직을 같은 시기에 역임하며 몇 차례 진검승부를 펼쳤다.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도 일합(一合)을 겨룬 장이었다. 당시 김무성 전 대표는 절대 험지(險地)로 평가받던 서울 관악을을 포함해 새누리당 후보 3명을 당선으로 이끌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4전 4패하며 KO패 당했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언행을 신중히 하던 김무성 전 대표는 개표 전날 승리를 확신한 시점에서 무심코 속내를 드러낸다. 김무성 전 대표는 4월 28일 서울 관악을에서 지원유세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성완종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몸통'이라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김무성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정녕 그런 말까지 했느냐"고 싱긋 웃더니 "4대0으로 패할 것이 너무 자명하다보니 두려워 정신을 잃은 것 같다"며 '가소롭게' 여기는 본심을 드러냈다.

    김무성 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각각 여와 야의 대표적 대권 주자로 자웅을 겨루던 시절의 성적표도 그닥 나쁘지 않았다. 김무성 전 대표 스스로도 지난달 24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부끄럽지만 28주 동안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했었다"며 "이후로도 간간이 1위를 했다"고 자처한 때가 이 무렵이다.

    이 때에는 자신이 당대표로 있고 대권주자로 있는 새누리당을 잡음과 분열 없이 이끌어가는 게, 문재인 전 대표의 집권을 막는 최선의 길이었을 수밖에 없다. 중국 상하이에서의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 발언'에 즉각 사과한 것도,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찍혀져나가게 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눈물의 이별'을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공천제만 신념대로 관철할 수 있다면 지난 재보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올해 4·13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추종하는 친문 세력을 넉다운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정계 은퇴하지 않을 수 없고, 정권을 절대로 잡아서는 안 될, 가장 위험한 '좌파 세력'을 자신의 손으로 제거하는 셈이 됐을 것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해 4월 28일 서울 관악구 난곡사거리에서 오신환 의원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이 때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4전 4패로 몰아넣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해 4월 28일 서울 관악구 난곡사거리에서 오신환 의원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이 때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4전 4패로 몰아넣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공천 파동'에 지지율 폭락… 결국 대선 불출마 선언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국민공천제를 훼방하고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을 내리꽂으려는 친박계의 방해 공작은 집요했다. 결국 잡음을 넘어 파열음이 터져나왔고, 이러한 모습이 '친박의 오만'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면서 결국 4·13 총선 구상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당시 김무성 전 대표는 당인(黨印)을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최고위원실에 멀쩡히 놔두고 부산 영도다리로 내려갔는데, 친박계에 의해 돌연 '옥새 들고 나르샤'로 매도당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것도 참았던" 것은 큰 선거를 앞두고 분당은 안 된다는 이유였다. 보수정당이 분열하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인내'했는데도 결국 총선은 참패했다. 당과 김무성 전 대표 모두에게 내상(內傷)이 상당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 시기에 대해 "도장을 가지고 나르지도 않았는데 '도장 갖고 날랐다'는 오해를 받았다"며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권주자) 지지율도 떨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대권 지지율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이제 자신이 직접 나서서 문재인 전 대표의 집권을 저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지난달 1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2%를 기록한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19%로 훌쩍 격차를 벌렸다.

    결국 지난달 23일, 김무성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자신이 직접 나서서 문재인 전 대표의 집권을 저지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보수 후보의 난립과 분열을 불러, 문재인 전 대표에게 이득만 가져다준다는 판단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금 새누리당으론 좌파 못 막아"… 신당 창당 확실시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정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일관된 관점에서 바라볼 때, 김무성 전 대표가 지금 취할 수 있는 정치적 행보로써 문재인 전 대표의 집권 저지에 가장 도움이 될만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를 생각해보면 신당 창당으로 갈 것인가, 가지 않을 것인가, 답은 도출된다. 지금은 분당 없이 가는 게 오히려 '좌파 세력'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길이 된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13일 의원회관에서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러한 판단은 곳곳에 녹아있다는 지적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무책임한 좌파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없지만,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좌파의 집권을 막을 수가 없다"며 "이제 가짜보수를 걷어내고,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아 좌파의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치를 국민이 아니라, 봉건시대 주군에 대한 충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가짜 보수에게 보수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이 나라 경제와 안보의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새로운 보수정당이 지향해야 할 이념과 가치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 △한미동맹과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켜낼 것 △헌법적 가치를 생명처럼 여길 것 △잘못했을 때 책임지면서 스스로를 개혁할 것을 내세우면서 "이제는 진짜 보수 정치 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재차 신당 창당에 방점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