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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의 딜레마… 탄핵하자니 겁나고, 개헌하자니 무능하다

야당 등떠밀리는 모양새에 전전긍긍, 탈당-분당 뒤따르는 것도 큰 부담

입력 2016-11-30 19:25 수정 2016-11-30 20:03

▲ 새누리당내 의원총회 모습.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은 차기 지도부를 의원총회에서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조기 퇴진 의사를 피력한 데 이어 야 3당마저 탄핵을 강행하고 나서면서 중간에 끼인 비박계가 정치적 갈림길에 섰다.

탄핵할 경우 탈당과 분당을 피하기 어려운 데다 영남권은 물론 야권 내 반문재인 진영에서도 동요가 일고 있는 분위기여서 현재로써는 표결 통과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30일 야 3당 대표는 "대통령 탄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임기 단축과 관련한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조건 없이 조속히 하야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야 3당은 헌정 수호를 위해 새누리당 내 양심 의원들의 탄핵 동참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퇴임 선언'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탄핵 정국이 가까워질수록 찬반여부를 두고 새누리당 내 갈등이 불거진다는 점과 지지세 결집 최대화 등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야당의 카드를 받아본 비박계는 되레 한 층 더 난감해졌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탄핵안을 찬성하는 결정에 부담감이 훨씬 더 커진 것이다.

◆ 출구전략 제시한 친박과 몰아세우는 야당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은 30일 의원총회 후 비록 "비상시국위원회를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동시에 "당 내외 상관없이 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기만 하면 지도부는 전국위를 소집해 추인하고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박계에 탄핵을 거둘 명분을 제시한 데 이어 친박계에서도 서둘러 비대위를 구성하면 일찍 물러나겠다며 비박계에 손을 내민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6인 중진 협의체를 통해 비박계가 추천한 세 사람 중 한 사람을 비대위원장에 임명하고, 그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로드맵이 제시되는 등 접촉면도 넓어졌다. 개헌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야당을 공격하는 그림도 일부 있었다.

▲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탄핵 반대 국회의원과 유보, 찬성 의원을 각각 분류해 트위터에 명기했다. ⓒ트위터 화면 캡처

그러나 야당의 태도는 달랐다. 야당은 탄핵정국이 가까워져 올수록 친박 대 나머지로 구도가 양분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탄핵 정국을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탄핵 반대 국회의원 16명'이라며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을 적었다. 그는 "추가 확인하는 대로 계속 업데이트 하겠다"라고 했다. 친박계 의원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방식으로 비박계 의원들을 몰아세우겠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 투표가 무기명이라고는 하지만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자연히 분당 수순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비박계 의원들은 탈당과 신당 창당의 험난한 길을 지나야 한다.

집을 떠나갈 곳이 있는 상황에서도 부담이 큰 것이 당적을 옮기는 일인데,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탄핵안이 가결된 후 갈 곳조차 불분명한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탄핵 동력 상실에 표결 전망도 어두워져

비박계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과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동시에 요구했다. 이정현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후에 검찰 수사결과를 명분으로 탈당과 동시에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비박계의 주장을 요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선을 분명하게 긋고 거국내각 총리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현재까지 그림은 이같은 비박계의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정현 대표가 사퇴키로 하고 대통령이 당초 요구보다 높은 수준의 '사실상 조기 퇴진'을 결정하면서 탄핵의 명분을 상당 부분 잃었다.

30일 오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이후 비박계에서 9명이 탄핵 대오에서 이탈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문화일보〉는 "비박계 52명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1명 중 19명이 찬성, 2명이 반대, 10명이 유보"라고 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1일에는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던 인원이 28명이었지만, 30일에는 19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현재 탄핵에 대한 찬반 여부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의원들에게도 이미 고스란히 적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과 협상해 퇴진 시기를 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 수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야당이 협상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이 야당 몫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서다. 시간이 갈수록 표결 전망이 어두워지는 셈이다.

더군다나 비문(非文)계 일각에서도 탄핵 소추안을 2일 곧바로 통과시키는 게 적절하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탄핵안을 가결하는 것이 친문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은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3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안 밝혔다고 비판하는 분들이 있는데, 4월이나 6월에 퇴진하겠다고 하면 진정성이 있느냐"면서 "일단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일정을 국회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현실적으로 2일이든 9일이든 탄핵 소추를 의결할 여건이 됐느냐"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탄핵안을 가결하겠다는 대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무조건 가야 한다고만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박 부의장은 "전부 민주당과 손잡고 가는 게 목적이라면 무슨 정권을 찾아오겠느냐"면서 "우리 당 지지도, 대선주자들은 이 사태가 일어나기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다"고도 일갈했다.

이들은 비록 "탄핵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투표장에 들어서서는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비박계가 단일대오로 탄핵안을 거부하지 않는 한 정치적 부담도 적어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런 기류를 파악한 듯 "야당이 탄핵에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며 "말을 바꾸는지 안 바꾸는지 내기해보자. 그 사람들은 실천하지 못할 말을 그런 식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 설 자리 없어진 비박계는 발 동동…

비박계 사정에 밝은 새누리당 관계자는 "조기 퇴진이라는 게 시간을 정하지 않으면 임기를 다 채울 수도 있지 않으냐"면서도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공을 국회로 던졌는데 외면하면서 야당과 손잡기도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비박계가 당권 등 소위 '잿밥'에 관심을 두다가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후퇴하기도 전진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에 봉착했다는 개탄이다.

앞서 새누리당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면서도 차기 비대위원장 등 구체적 로드맵에 대해서는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여기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제시한 '개헌 정국'도 아직 공감대를 이루지 못했다.

여권 관계자는 "먼저 비박계가 주도하는 그림이었다면 야당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향후 정국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구심점이 없는 비박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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