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정치경력 쌓은 4선 의원, 연일 탁월한 정치적 리더십 발휘 '주목'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연일 선수(選數)별 의원 모임을 주재하는가 하면, 당내 대권주자들을 불러모아 만찬 회동을 여는 등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거침없는 행보 뒤에 당 내홍 수습을 넘어서는 '큰그림'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당내 대권주자들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열었다. 이날 회동에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참석했다.

    이날 원내대표·대권주자 만찬 회동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세훈 시장과는 자주 연락하는데 다른 분들은 지방에 있어 식사를 같이 한지 오래 됐다"며 "(이야기를) 좀 들어보려고 내가 만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만찬에서 새누리당 내의 대권주자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진석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만찬에서 새누리당 내의 대권주자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정진석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진석, 남경필에 "중대결심 같은 소리 말라"

    정치권에서도 원내대표·대권주자 회동의 일차적 목적은 '이정현 지도부'와 큰 간극을 보이고 있는 당내 대권주자들의 목소리를 정진석 원내대표가 청취하는데 있다고 보고 있다.

    심화되는 내홍 속에서도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초·재선 의원 간담회를 잇달아 소집해 계파 모임 참석을 자제토록 하고, 이날 오전에는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당사를 찾아 이정현 대표와 회동했다. 모두가 당내 균열의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인데, 이날 만찬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만찬 회동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갈등과 분열을 이어가는 당 상황을 개탄하며, 단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당 지지율이) 3등으로 떨어졌다고 하니 창피해죽겠다"며 "정말 우리가 자중자애할 때"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원래 위기에 뭉치는 게 보수(保守)고, 분열과 (신당) 창당을 밥먹듯이 하는 것은 좌파"라며 "보수는 국가적 대의를 지킨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사적인 이유로 함부로 흩어질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처럼 단결을 강조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실제로 이날 만찬 회동 도중, 전날 "중대결심" 운운하며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남경필 지사에게 '무슨 중대결심이냐,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며 "'당신은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한나라당~새누리당 그늘에서 큰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 ▲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대권주자 만찬 회동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권주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대권주자 만찬 회동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권주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트럼프도 출마 선언 때 지지율 1%"… 정진석이 '킹 메이커'?

    이처럼 당내 분열상을 잠재우는 게 회동의 일차적인 목적이지만, 이러한 회동을 통해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내 주도권을 잡았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주로 비박계인 당내 대권주자들은 이정현 대표의 권위 자체를 인정치 않는 단계로 접어들었는데,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들 대권주자들을 성공적으로 불러모아 만찬을 주재한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차기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확고한 '킹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오세훈 전 시장은 회동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정현 대표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 1월 21일에 소집한다는) 전당대회는 없었던 이야기로 해달라고 의견을 모았다"며 "이것은 원내대표를 통해서 (이정현 대표에게) 의사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정현 대표가 당을 위해 (사퇴를) 결단해줘야 하는데, 전당대회 계획은 거두고 비대위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받았다"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권 투쟁을 한다고 하면 국민들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니, 나도 내년 1·21 전당대회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확인했다.

    결국 이른바 육룡(六龍)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내의 대권주자들의 목소리가 정진석 원내대표를 통해 나가는 모양새가 됐다. 게다가 이 목소리에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정국에 관한 입장도 녹아들어 사실상 그대로 반영되게 된 셈이다.

    이렇듯 내홍 상황에서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 정진석 원내대표는 중장기적으로 대권주자들의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에까지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진석 원내대표는 독일식 의원내각제 지지가 지론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평소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세훈 전 시장은 이날 만찬이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改憲)에 관한 입장을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오세훈 전 시장은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돼 생긴 폐단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해 국민들의 바뀐 여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나는 원래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사람인데, 생각을 바꿔볼 용의가 없느냐는 의견을 들었고 좀 더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회동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이 비록 지금은 지지율이 미미할지라도 '소중한 당내 자산'이라 칭하며, '킹 메이킹'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정현 대표가 최근 남경필·원희룡·오세훈·김문수 등 전현직 광역단체장들을 "다 합쳐봐야 9%도 안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매도한 것과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1%든 5%든 우리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자산인데 서로가 자제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대선 출마한다고 했을 때 지지도가 1%밖에 안 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과거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사진 가운데), 류근찬 전 의원(오른쪽) 등과 함께 국민중심당 창당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과거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사진 가운데), 류근찬 전 의원(오른쪽) 등과 함께 국민중심당 창당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뉴시스 사진DB

    ◆'중부권 신당' 창당 경험 있는 정진석, 서 말 구슬 꿰기 시작하나

    나아가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가 "보수는 위기 때 분열하지 않는다"고 '단결'을 강조했지만, 일정한 명분 쌓기를 통해 지금의 양상이 '보수와 보수 사이의 내분'이 아니라고 보여질 수 있다면, 건전한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는 신당(新黨) 창당에 스스로 깃발을 들고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적 대의를 지키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우리는 뭉쳐야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분열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바꿔말하면 어떠한 국가적 대의를 지키는 책임감을 가진 게 아니라, 단순히 대통령을 지킨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세력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내분의 일방 당사자인 특정 계파가 단순히 '대통령을 지키는 것' 이상 이하도 없다면 이는 '분열하지 않을' 명분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4선의 중진의원으로 다양한 정치적 경력을 쌓으며 역경을 헤쳐왔다. 일찍이 신당 창당을 주도해본 경험도 있다. 지난 2006년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 류근찬 전 의원 등과 함께 '중부권 신당'인 국민중심당을 창당했다.

    당시 '중부권 신당'의 얼굴이었던 심대평 전 지사보다, 지금 정진석 원내대표와 교감을 갖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훨씬 정치적 파괴력이 강한 인물이다. 또 '충청권의 맹주'이자 '정치 9단'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여러 차례 반기문 총장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나설 경우, 자신이 든든한 '병풍' 역할을 해주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반기문 총장이라는 '국민이 기대를 걸만한 대권주자', 김종필 전 총리로 상징되는 중부권이라는 '지역기반', 분권형 개헌이라는 '비전', 새누리당 내의 비박계라는 '현실정치에서의 세(勢)'라는 구슬들을 정진석 원내대표가 잘 꿰어낸다면, 현재의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신당이 출현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이 중 '비전'에 해당하는 개헌론과 관련해서는 이날 만찬 회동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만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창집 교수가 〈한겨레 21〉에 '개헌 환경은 87년 민주화 투쟁 때보다도 지금이 더 적기'라는 글을 쓴 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토론을 좀 했다"며 "국회가 국정위기 수습의 중심에 서서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최창집 교수가 한 것에 대해 다들 크게 공감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