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에 유리하다? 비박계도 일단 긍정적…성공 여부는, 이정현의 결정에 달려
  • ▲ 새누리장 재선의원들이 모인 모습.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의를 초선의원들의 회의실과 재선의원들의 회의실을 바삐 오가며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재선 의원, 초선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장 재선의원들이 모인 모습.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의를 초선의원들의 회의실과 재선의원들의 회의실을 바삐 오가며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재선 의원, 초선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면적인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닫던 새누리당 내홍 사태가 정진석 원내대표의 선수별 모임 주재로 간신히 수습의 실마리를 찾았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선수별 모임을 하고, 향후 정국에 대한 논의를 계파별 모임이 아닌 선수별로 하기로 했다.

    ◆ 초·재선 사이 누빈 정진석·김광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연신 초·재선 사이를 누볐다. 초선 의원들의 모임은 원내대표회의실, 재선 의원 회의실은 정책위의장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초·재선 의원들의 하나 된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 애썼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앞으로 계파별로 모이는 이런 것 하지 말고 논의하려면 선수별로 모이라 했다"면서 "당이 자꾸 분열상으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당내에서 논의하는 방식도 바꾸자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많은 의원님이 당을 걱정하시고 국가 위기상황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파적 판단 기준도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다"면서 "다 정말 백지상태에서 당을 재창당하는 그런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주고 계신다"고 밝혔다.

    그는 "당 지도부에도 우리 의견(초·재선 모임에서 종합한 의견)을 건의할 것"이라며 "중진 의원 모임이라 하면 4선 이상인데, 재선 의원 간사도 그런 모임에 참석해서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연락책을 맡아서, 당내 모임을 과거보다 실효적이고 밀도 있게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초선의원과 재선 의원그룹은 각각 90분 120분여 토론을 이어가면서 각자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재선 의원모임의 간사로 선출된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모임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날 모임은 모든 사람이 한 사람씩 쭉 돌아가면서 당의 문제와 해결책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면서 "전체적인 지도부의 면면을 이른 시일 내에 일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언급했다.

    그간 비박계 의원들과 친박계 의원들은 곳곳에서 따로 모이면서 각자 자신들의 의견을 설파해왔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지난 1일 초·재선과 3선 중진 모임, 그리고 대선후보군이 모여 이견을 조율하다가 열흘 가까이 당의 쇄신책이 제시되지 않자 진정모(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를 조직해 접촉하고 있다.

    특히 오는 13일에는 원외 인사까지 참석하는 비상시국회의 등이 열리기로 돼 있어, 총공세를 앞둔 상황이다.

    친박계 의원들 역시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 17명, 8명 등 각 의원마다 개별적으로 접촉하면서 의견을 공유하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의 구상은 이렇게 흩어져 있던 대화 채널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함으로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도출된 일치된 의견이 언론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은 모임 도중 퇴장하면서 "비대위로 갈 것이냐 바로 전대로 갈 것이냐 시간은 얼마나 필요하냐를 논의하려는 것"이라며 "자꾸 물 밑에서 얘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민이 싫어하고 염려한다"고 설명했다.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의실과 정책위 회의실을 바삐 오갔다. 초선의원과 재선의원들의 논의를 하나로 모으기 위함이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의실과 정책위 회의실을 바삐 오갔다. 초선의원과 재선의원들의 논의를 하나로 모으기 위함이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선수별 모임, 친박계에 유리하다?

    하지만 이같은 계파별 모임이 친박계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초·재선 모두 선수로 끊는다면 친박계 의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초선 의원은 총 46명으로, 김현아 의원 등 최근 당직을 내려놓고 비박계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친박계 의원들로 평가된다. 재선 의원 역시 37명으로 이들을 합치면 83명이다. 전체 새누리당의 의석이 129석임을 감안하면 초·재선 의원들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선수 구분 없이 모든 의원이 모이면 각자 개인의 목소리로 전달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중진 쪽에 힘이 실리지만, 초선의원의 의견과 재선 의원의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면 과반이 넘는 의원들의 견해가 돼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지난 4일 의원총회를 보자. 이 부분에 대해서 결론을 내지 못하지 않았느냐.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블록을 만들어서, 모듈을 만들어서 움직이겠다는 것"이라면서 "예전에는 의견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원내대표가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초·재선 의원들이 합치면 80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초선의원 모임은 대부분 친박계의 요구가 관철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은 "계파모임을 하지 말자, 사인하는 것도 원천 무효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당 대표에게 요구한 게 있고 원내대표에 요구한 게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은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앞으로 초선 의원들은 계파 모임으로 오해받는 모임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 오로지 선수 모임, 전체 모임을 통해 의견을 집약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는 초선의원 모임을 통해 독자성을 유지해 가겠다는 것이다.

    취재결과 초선 의원들이 당 대표에 요구한 것은 '향후 사태 수습을 위한 로드맵 제시'였고, 원내대표에 요구한 것은 '현재 불참하고 있는 최고위원회 복귀'였다. 이는 친박계가 사태 수습책으로 제시하는 대안과 대부분 맥을 같이하는 주장이다.

  • ▲ 새누리당 재선 의원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 왼쪽부터 유의동·이우현·정진석·박덕흠·홍철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재선 의원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 왼쪽부터 유의동·이우현·정진석·박덕흠·홍철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박계, 13일 비상시국회의 과연 접을까

    이같이 초·재선 의원들이 선수 모임을 공식 대화 루트로 정하고, 다른 모임을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당장 13일 비상시국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비박계의 대응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진정모'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는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은 "저는 진정모에 (계속)참석할 것이다. 같은 선수들에 있는 의원들끼리 처한 입장이 같아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있고, 진정 모를 통해 논의된 것을 여기에 전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최순실 사태의 진실규명을 위해 모인 모임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얻기 위한 모임이라 할 수 있느냐"면서 "계파모임이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진정 모를 구상하고 모임을 하기 시작한 첫 번째 이유가 일련의 사태 속에서 당이 가진 입장이나 방향성이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이 있어서 그 모임을 만든 것"이라며 "저희들이 주장한 것을 가시화하거나 분명한 스케줄 모임을 한다면 진정 모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제 개인은 그렇게 생각할 뿐, 진정모의 모든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제가 열심히 참석하고 있는데, 진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13일 회의가 개최되는지 자신 있게 이 자리에서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초선 의원들이 계파모임에 서명했던 것을 원천 무효로 한다고 결의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굳이 재선 의원 그룹에서도 해당 문구를 써넣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넣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당 면모를 일신하는 것과 관련한 일정과 방안들을 조속한 시일 안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 안에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소통이 원활하게 된다면 다른 모임은 필요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당내 소통의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결국, 비박계의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핵심은 이정현 대표가 얼마나 재빠르게, 또한 얼마나 고갱도 쇄신책을 내놓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유의동 의원은 "사퇴를 주장하는 분들의 목표가 당이 활력을 갖고 역동적이게 돌아가기 위해 지금 지도부보다 새 지도부가 좋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냐"면서 "스스로 건강하게 거듭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큰 범주에서 당이 일신되면 좋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도부가 사퇴하고 새 지도부가 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체제에서도 당이 획기적인 방향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안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