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막기 급급한 판에 공개 석상서 또 지도부 사퇴 공방김명연 "주류·비주류 해가며 기싸움 즐기는 정치인 있어"
  • ▲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그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거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그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거론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이 당무를 논의하는 자리인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계파싸움을 벌이는 등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당내 갈등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같은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말 바꾸기를 지적하며 대야 공세를 야당에 대한 공세가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권을 놓고 싸우는 것으로 비치면 안되니 당 대표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이 상태로 그냥 가면 세월호에 빠진 아이들을 보고만 있는 상태와 같다. 원내대표님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야당과 협의해 개헌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다시 대통령제를 하면 불행한 대통령을 만든다. 법적으로 하야하라는 제도도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면서 "야당과 (개헌을 논의하는) 구체적인 일정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했다.

    19대 국회부터 개헌을 주장해왔던 이철우 의원은 오는 16일 개헌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비록 개헌 논의를 위한 자신의 토론회를 홍보하고 야당과 긴밀히 협력해달라는 취지였지만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거론한 부분에서 계파싸움의 불씨를 댕겼다.

    이정현 대표의 사퇴 주장이 제기되자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발언을 이어받았다. 김태흠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께 불편한 말씀을 좀 드려야겠다. 요즘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면서 최고위에 불참하고 계신데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최고위원회에 출석해 당내 문제와 원내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런데 최고위에는 당 대표 사퇴를 요구하면서 참여를 하지 않고 원내대책회의는 주재하니 얼마나 모순이고 무책임하냐"고 반문했다. 최고위원회에 나가 역할을 하는 것이 본분이고, 이를 다하지 못하겠다면 직을 내려놓는 것이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철우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국민이 이 어려운 난국이라 하는데 정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를 볼썽사납게 생각하지 않겠느냐"라고 언급했다.

    이어 "11일 긴급현안 질의가 열린다고 10일 저녁 늦게 들었다. 질의자가 야당에서 12명이라는데 우리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면서 "이게 전략·전술이라면 정확히 밝혀주셔야 하고 아니라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기만 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태흠 의원은 "야당이 실체 여부와 상관없이 여러 가지 부분들을 폭로할 것인데 우리의 대응 방안이 없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자칫 '친박계의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것을 우려한 듯 "저는 이정현 대표도 이런 상황으로 당 대표직을 유지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당 대표가 앞으로 향후 수습 방안이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비주류 역시 뚜렷한 방안·로드맵이 없다는 점은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 ▲ 지난 10일 새누리당 재선 의원 모임 당시 사진. 11일 김명연 의원(오른쪽)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용히 차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이것까지 언론에 공개돼 '차라리 만나지 말 걸'하고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뉴시스 DB
    ▲ 지난 10일 새누리당 재선 의원 모임 당시 사진. 11일 김명연 의원(오른쪽)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용히 차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이것까지 언론에 공개돼 '차라리 만나지 말 걸'하고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뉴시스 DB

    그러자 이번에는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나섰다. 비박계 3선 중진으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은 "기왕에 말씀이 나왔기에 한 마디 드린다"면서 "하지만 우리 당 내 많은 의원은 지금의 지도부가 수습할 수 있는 신뢰를 잃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영우 의원은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만 현 지도부는 신뢰를 잃어 수습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이 시간에는 원내대책회의를 하는 것이 맞는데 지도부 회의를 주재하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나와버려 한 말씀 드렸다"고 김태흠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내 원내대책회의가 지루한 지도부 사퇴문제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자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마치 주류 비주류 이런 표현을 써가며 굳이 국민께 기 싸움 하듯 보이는 것을 즐기는 정치인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누가 주류고 누가 비주류인가. 그런 표현을 스스로 자제하자"고 다그쳤다.

    김명연 의원은 "내 논리가 이겼으니 저쪽을 눌렀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 번만 자제하면 새누리당이 정신 차리고 안 싸우고 제대로 하는구나 평가를 받을 것"이라면서 "비공개 때 우리끼리 조용히 말해도 되는 사항을 상처 난 데 소금 뿌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전날 새누리당 재선의원 모임에 간 것에 후회한다고도 했다. 그는 "조용히 차 한잔 하려고 했는데 이것까지 언론에 전부 공개되는 바람에 '차라리 만나지 말걸'하고 집에서 후회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10일 복수의 언론은 김명연 의원을 포함한 재선 의원 모임에 대해 "친박계 재선의원 8명이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초 원내대책회의는 야당과 협상을 위한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로 당무에 관련된 사항을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대표·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한 발언이 쏟아지면서 야당에 대한 공세가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경제 부총리 인사청문회 촉구 ▲영수회담 등 거국중립 내각 관련 대화 촉구 ▲오는 12일 '촛불집회'에 나서기로 한 야당 결정에 대한 규탄 등 여러 부분에서 야당에 대한 공세가 이뤄졌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9일 '군 통수권, 계엄권 등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총리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자 새누리당은 이를 '반 헌법적 주장'으로 규정하고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실제로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현 대표가 비판한 데 이어 파상 공세를 이어갔지만, 다른 참석자들이 계파싸움을 벌이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