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에 비박도 물러서기 어려워…결국 속내는 차기 지도부 '지분 싸움' 비판
  • ▲ 지난 13일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 이들은 15일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자로 12명을 선출했다. ⓒ뉴시스 DB
    ▲ 지난 13일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 이들은 15일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자로 12명을 선출했다. ⓒ뉴시스 DB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2월 20일 당 대표직을 사퇴키로 하는 등 '최순실 사태' 해법을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당 내홍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비박계는 비상시국위원회를 통해 김무성·유승민·남경필·원희룡·김문수·정병국·나경원·주호영·오세훈·심재철·김재경·강석호 등 12명의 대표자를 발표했다.

    나아가 비상시국위원회는 별도의 실무위원회를 발족해 해법을 모색하는 향후 플랜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비박계가 따로 모여 일종의 지도부를 구성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이후 최고위에 불참하면서 두 집 살림이 된 바 있다. 여기에 비상시국위원회가 중진들로 구성된 대표자를 내놓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내 또 다른 지도부 그룹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사분오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왜 여러 그룹으로 나뉠까…확실한 '해법'이 없다

    새누리당의 모 의원은 현재 상황에 대해 "성난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작은 돛단배"라는 비유를 썼다. 분노하는 민심 속에 위기감은 최고조인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적절한지 알 길이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나뉘는 데에는 여러 방향의 해법이 각각 제시되면서 이를 따르는 사람들의 그룹도 여러 개로 나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들은 그간 '최순실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에서 견해가 각각 엇갈리면서 견해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이끄는 당 최고위는 이른바 '조기전대론'을 내세워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월 21일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거국중립내각이 형성되면 당 대표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상관없이 늦어도) 12월 20일에는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거듭 제시한 상태다.

  • ▲ 지난 13일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 이들은 15일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자로 12명을 선출했다. ⓒ뉴시스 DB



    이에 반해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끄는 원내대표단은 거국중립내각을 먼저 구성한 후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당 중진들이 논의해 차기 지도부를 꾸리는 방향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조기 전당대회 날짜까지 명료하게 못 박은 최고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의 깃발 아래 친박과 비박 모두 상처를 덜 입는 방향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친박의 입장과 가까운 부분도 있다.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은 견해차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사퇴 시점을 박았고, 비상시국위원회도 무시할 수 없으니 정 원내대표가 중간 역할을 해달라"면서 최고위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는 "나 좀 그만두게 해달라"면서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는 헌정파괴"라면서 "개헌논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을 통한 대통령제 시스템 손질을 돌파구로 제시한 셈이다.

    비박계가 중심이 된 비상시국회의는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하며 모양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들은 친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현 지도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현시점에서 당 지도부가 순차적으로 후퇴할 여유가 있지 않다고 보고, 즉각 사퇴를 통해 서둘러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당 해체 및 재창당수준으로 수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대구지역 중소기업 간담회 직전에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국정 혼란에 저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서 "대구·경북 지역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탄핵 절차 진행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정권이 이양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좋을 것"이라며 탄핵도 주장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최순실 사태'의 해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최순실 사태'의 해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싸워서 얻을 것은 결국 '차기 지도부 지분'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싸움이 계속되는 것은 결국 차기 지도부에서 지분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새누리당 친박계로서는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예 당 비주류로 전락할 위기인 상태다. 특히 최순실 사태 초기와 달리 이제는 '대통령 탈당' 카드도 거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지도부와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당 소속 의원들의 다수가 친박성향이고, 조직 동원력에서 우위가 예상되는 부분도 있어 전당대회를 통해 다른 친박계 의원이 당권을 승계토록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상태다.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의원들 역시 차기 지도부에서 지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인원 중 적지 않은 숫자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재적 경선 주자로 분류된다. 차기 지도부가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최대한 자신과 가까운 지도부를 꾸려 대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을 하는 경우가 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하야하거나 탄핵당할 경우, 내년 12월이 아닌 내년 4·12 재보궐 선거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등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 제68조 2항에서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만일 올해를 넘기지 않고 하야하거나 탄핵당할 경우,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대선을 치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후보자 검증을 할 시간적 여유가 더 적어지기 때문에 지도부 구성은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심각한 당의 내홍으로 분당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다음 당 지도부는 통합과 화합을 표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수습의 과정에서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지분을 얻고자 하는 싸움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