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입 빌려 원전 안전성 부각… 각 세우지 않으면서 야당 은연중 비판
  • ▲ 새누리당이 21일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전력수자원을 방문해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원전 우려 불식을 위해 당 지도부는 물론,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가 총 출동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새누리당이 21일 경북 경주에 있는 한국전력수자원을 방문해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원전 우려 불식을 위해 당 지도부는 물론,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가 총 출동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새누리당이 이정현 대표 취임 이후 첫 현장최고위원회의를 한국수자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에서 개최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총출동하면서, 원전 우려 불식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1일 경북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진행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9·12 지진 이후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가장 국민적 염려가 큰 원전에 왔다"며 "국민이 다 보는 앞에서 지진과 원전 안전 대비가 어떤지 확인·점검하고, 공무원들을 격려도 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직접 사회를 보면서 원전 안전 점검 상태를 따져 물었다. 그는 "언론이 경주 지진이라 쓰지 않고 9·12 지진이라 해줘서 감사하다"며 "양산단층이라는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꿀 수 없느냐"고 물었다. 혹시 지역경제에 타격이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각 최고위원도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은 "울산 앞바다에서 5.0의 지진이 난 이후 더 이상 지진이 없을 거라고 했는데 5.8 지진이 발생했다"며 "지진에 대한 정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은 "일본 대지진의 영향인지, 부산 일대의 가스 냄새도 지진과 영향이 있는 건지 말해달라"며 "(이번 지진과 관련 있는 지진이)양산 단층이라고 하는데, 살아있는 단층인지 명확한 사실을 국민에게 전달해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95년 오사카(한신) 대지진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강석호 최고위원은 "지진이 오더라도 우리 원자력발전소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기술력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새누리당이 현안에 발빠르게 대응해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연 행보는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현장최고위는 선거철에 특히 많이 이뤄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지난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인천 강화와 성남 중원 등 선거가 열리는 지역구에서 각각 현장최고위를 개최하면서 지원을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한수원으로 출동해 현장최고위를 열면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것이다.

    한수원 측도 새누리당의 방문에 화답했다. 한수원 측은 여러 최고위원의 질문에 "50㎞ 거리~15㎞깊이에서 6.0 이상의 지진이 나도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가 돼 있다"며 "이번 지진에도 원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김응규 경북도의회 의장의 "노후된 원전은 언급한 지진 규모를 못 견디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용 연한 막바지에도 최소 그 정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어서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한수원 측이 관리하는 원전들이 WANO(세계원전사업자협회) 평가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안전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며 오히려 안전성을 홍보할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현장최고위로 한수원을 택한 이유에는 야권과 드러내놓고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야권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에서는 그간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문제를 꾸준하게 제기했다. 최근에는 세월호까지 거론하며 원전에 큰 안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같은날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2014년 세월호의 비극,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최근 경주 지진에 대한 총체적인 부실 대응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무능함을 적나라하게 목도하게 된다"며 "지진에 대응하는 재난 관리시스템과 컨트롤 타워의 실종을 보면서 우리 국민은 너무나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야권과 각을 크게 세우지 않으면서도 전문가의 입을 빌려 야권의 주장을 완곡하게 비판하고, 아울러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정현 대표의 원래 스타일인 것 같다"면서도 "원전 문제가 워낙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어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