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사서 야당 당론 줄줄 읊은 의장에 격노…의총서 "의장 사퇴해야"성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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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과하기 전까지는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과하기 전까지는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예산 통과를 재합의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시 국회가 공전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의원총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납득할만한 사과 및 조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이시각부터 20대 정기 국회 의사일정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국회 의사 일정을 거부한 것은 같은 날 정세균 국회의장이 9월 정기국회 개회사를 듣고 난 직후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야당 편향적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민의 공복인 고위공직자,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티끌만 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해야 하는 자리"라면서 "(우병우 민정수석이)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발언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에 거취문제를 국회의장이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서 말한 셈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보면서 더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힘을 실었다. 공수처 신설은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드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야당 편을 들었다.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태도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면서 최근 핵잠수함 배치 등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에 대해 비판적이 목소리도 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 소집으로 대응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의장이 공수처를 이야기하는데 어! 하고 저절로 소리를 지르게 됐다"면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국회의장을 믿고 20대 국회를 맡기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수처 신설문제는 야당이 당론으로 찬성하고, 저희 당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중립적 위치에서 의사를 진행해야 할 국회의장이 어떻게 야당의 당론을 대변하는 발언을 국회에서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내용을 들으라는 듯, 무시하듯 말하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면서 "국회의장의 온당한 사과와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는 참석하고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민의와 협치를 이루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야당 대변인 역할밖에 못 하는 국회의장을 우리가 어떻게 국회 의사일정을 맡기냐"고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장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여야 모두를 아우르는 국회운영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의장은 국회법 제20조2 1항에 의해 의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당적을 가질 수 없게 돼 있다.

    지난 19대 국회 하반기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정치적 중립을 근거로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새누리당이 직권상정을 요구한 법안 중 상당수를 거부했다. '식물국회'소리를 들으면서도 '기계적 중립'에 매몰돼 개인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 바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야당 대권 주자 반열에 본인의 이름이 안 나오니 서운해서 '띄워달라'고 한 것 같다"면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으면 좋겠다"고 강경하게 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