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의장실 점거하고 '국회의장 사퇴' 요구했던 과거 잊었나
  •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뉴데일리DB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논란 사태와 관련, 자당 소속이었던 정 의장을 지원사격함과 동시에 정부여당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개회사에 반발하며 국회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키는 행동대원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힐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여러분은 지금 한국 헌정사상 가장 희한한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빌미로 의장실을 점거하고 보이콧을 하면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때 의장실을 점거하고 '국회의장 사퇴'를 주장하던 야당이 자신들의 과오를 까마득히 잊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이 나온다. 
  • ▲ 2008년 12월 김형오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연합뉴스
    ▲ 2008년 12월 김형오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연합뉴스
    야당은 과거 국회에서 국회의장의 편파적 국회운영에 대해 반발하며 의장실을 점거하는 등의 행태를 줄곧 보여왔다.

    지난 2008년 12월 18대 국회 당시 민주당(現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한 데 강력 반발하며 김형오 국회의장실에서 일주일째 농성벌인 바 있다.

    의사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었고 특히 집무실을 잃어버린 김 의장은 국회 사무총장의 집무실을 빌려 업무보고를 받기도 했다. 외국 사절을 비롯한 외빈의 국회 의장실 방문은 '국가체면'을 고려해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회의장을 향해 "직권상정을 해서 의장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는데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 ▲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 국회의장실에서 점거 농성중이던 민주당 천정배·최문순·장세환 의원이 2009년 9월 2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경위들에 의해 강제퇴거당하고 있다.ⓒ뉴시스
    ▲ 미디어법 재논의를 촉구하며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 국회의장실에서 점거 농성중이던 민주당 천정배·최문순·장세환 의원이 2009년 9월 2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경위들에 의해 강제퇴거당하고 있다.ⓒ뉴시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7년 전인 2009년 9월1일. 정기국회 개회식 당시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벌여온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 예상을 깨고 대거 참석했다.

    당시 김형오 의장이 개회사를 시작하려고 하자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형오는 사퇴하라"고 외치며, 미리 준비한 '언론악법 원천무효' '날치기 주범 사퇴하라' 등을 팻말을 흔들었다.

    김 의장이 개회사를 낭독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단체로 자리를 박차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 ▲ 2011년 11월 22일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리는 모습. ⓒ뉴시스
    ▲ 2011년 11월 22일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리는 모습. ⓒ뉴시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1월 22일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한나라당과 함께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 민주당은 '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며 박희태 국회의장과 함께 정의화 부의장의 사퇴를 거세게 촉구했다.

    당시 본회의장에선 야당의 거센 반발 속에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리며 사상 초유의 본회의장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당을 맹비난하며 정 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대한 비판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의장실을 점거하며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새누리당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똑같은 전철을 앞장서 밟아왔던 야당도 '동물 국회'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막장 국회에 대한 여야 전체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