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당사' '친박공천학살' 시절 회고하며 '강성 친박' 향해 거침없는 일침非朴 향해선 "총선 패배 책임론, 자신은 절대 책임 없다는 비겁한 회피"
  • ▲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천막 당사'와 '친박 공천 학살' 시절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했던 '원조 친박'의 '강성 친박'을 향한 쓴소리는 새누리당 당권 경쟁에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까.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4선·경기 용인병)이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원조 친박' 시절을 절절히 회상하고 '강성 친박'과 이들이 주장하는 '서청원 추대설'에 직간접적으로 비판을 가해, 향후 여권 내부의 역학 구도가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선교 의원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부터 '원조 친박'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절실한 심정으로, 절박한 마음으로 우리는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연설을 인용한 한선교 의원은 "나 역시 절실한 심정과 절박한 마음으로 당을 구하고 정권을 재창출해 대한민국을 행복한 나라로 만들려고 당대표에 출마하게 됐다"고 천명했다.

    기자회견을 가진 당사 4층 기자실을 둘러보면서도 "2008년 '친박 학살' 때 공천에서 탈락하고 탈당 기자회견을 하러왔던 기억이 난다"며 "뭔가 음성이 떨린다면 아마 그 때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의원들과 인연이 없는 2004년 '천막 당사' 시절을 언급하면서 '원조 친박'으로서의 자부심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늘 천막 당사 정신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며 "여의도당사, 천안연수원… 그걸 다 국가에 헌납하고나니 그제서야 마음이 편하더라"고 했다. "이미 새누리당이 가진 것이 너무 많아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원조 친박'의 자부심을 분명히 하면서 전달하고자 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2004년 '천막 당사'의 시련을 함께 극복하지도, 2008년 '친박 공천 학살'의 아픔을 함께 겪지도 않았으면서 친박의 이름을 팔며 최경환 의원에게 몰려다니고, 서청원 의원의 등을 떠미는 세칭 '강성 친박'을 향한 직간접적인 비판과 야유에는 뼈가 있었다.

    한선교 의원은 서청원 의원으로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한테는 단일화하자고 그럴 것 같지가 않다"며 '원조 친박'이 되레 '강성 친박'에게 배제되는 현실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원조 친박은 2004년 '천막 당사' 정신으로 2007년 목숨 건 경선을 함께 했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고나서는 되레) 큰 역할을 못한 사람들"이라며 "(그런데도 정작 '강성 친박'들이) 나는 친박으로 대접도 안 해주던데…"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벌써 이야기가 '누구는 내년에 뭐를 밀어줄테니 (단일화에) 협조하는 게 어떠냐' '누구는 뭐를 줄테니 협조하라' 하는데 창피하다. 이것이 작금의 새누리당"이라며 "나는 함께 하지 않는다. 단일화는 무슨, 갈 데까지 최선을 다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러한 한선교 의원의 맹포격은 자신처럼 박근혜정부 탄생에 기여했던 '원조 친박'들은 정작 정권창출 이후로 직책에 대한 욕심 없이 자중하고 있는데, '천막 당사' '친박 공천 학살'과 아무런 관련 없는 '강성 친박'들이 친박의 이름을 팔며 전횡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선교 의원은 지난 8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강성 친박들이 때로는 대통령을 팔기도 하더라"며 "요즘 강성 친박들이 친박 정신을 훼손하고 대통령의 이미지조차 손상하는,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두고볼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대표 출마 공약으로 제시한 △당의 주요 보직에 젊고 새롭고 참신한 인사 전면 배치 △당청 간의 수직·수평을 넘어선 동지적 관계 형성 △당을 중심으로 내년 대선 준비도 '강성 친박'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렇듯 '강성 친박'을 향해 융단폭격을 한 한선교 의원은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역시 이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비박(非朴) 또한 '원조 친박'으로서 마뜩치 않다는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선교 의원은 "이번 총선 참사가 '누구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은 절대 아니라는 비겁한 책임 회피"라며 "표로 심판을 받은 것은 정부도, 청와대도 아닌 바로 우리 새누리당"이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솔직히 공관위, 봉숭아학당 같았던 최고위, 진박(眞朴) 마케팅을 하고 다녔던 의원들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나 역시 한마디도 안 했다"며 "공천이 안 될까봐 소리 지르지 못했던, 용기 없었던 나도 책임이 있다"고 '책임론'을 상대 계파를 향한 공격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실에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