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진상규명위원회 親 박원순 인사가 메워"… 박진형 서울시의회 의원은 사의 표명
  • ▲ 서울시는 23일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시 홈페이지 우측 상단에 배너를 마련해 '시민의견'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홈페이지
    ▲ 서울시는 23일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시 홈페이지 우측 상단에 배너를 마련해 '시민의견'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홈페이지

    지난 5월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책이라며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라는 것을 지난 6월 8일 만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12일 이 '진상규명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시와 '진상규명위'가 내놓은 대안이라는 것이 황당해 눈총을 사고 있다.

    서울시는 23일 서울시 홈페이지에 "지하철 안전 대책, 시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는 배너를 마련해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 대책과 대안 마련에 대한 '시민의견'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민관 합동으로 발족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가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 대책과 대안마련을 위해 시민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진상규명위는 지난 6월 9일 숨어 있는 위험까지 철저하게 조사하기 위해 내부직원, 용역업체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제보·접수를 위한 창구를 개설한데 이어 대안 마련에도 시민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또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진상규명위 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대책'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헛웃음'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 관련 예산 대폭 삭감과 서울메트로의 전관예우에서 시작된 '메피아 논란'에 있다는 것이 2015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물론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언론과 전문가들의 수많은 비판과 지적을 통해서도 나왔는데, 무슨 '시민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소리냐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 6월 8일 발족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 위원들을 언급하며 "전문가를 배제하고 위원회를 구성하더니 이럴 줄 알았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진상규명위' 위원은 김지형 前대법관을 위원장으로 ▲김덕진 서울시 인권위원(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협상대표) ▲김 진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정미경 서울메트로 고객소통 패널이 '시민'을 대표한다고 돼 있다. 

    서울시가 전문가 대표로 선발한 위원에는 ▲김병석 前한국수력원자력 상임감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박두용 서울시 사전 재난 영향성 평가위원 ▲오석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 의원 2명도 위촉됐다.

  • ▲ 서울시는 23일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서울시 홈페이지 우측 상단에 배너를 마련해 '시민의견'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홈페이지

    우파 진영에서는 "진상규명위 위원 15명 가운데 대다수가 참여연대, 민면, 용산참사 범대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힌국비정규노통센터 등 좌익 성향 인사들"이라며 "진상규명위가 진상규명 보다는 박원순 시장이 맞닥뜨린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방패'로밖에 볼 수 없는 구성"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은 외부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6월 20일에는 '진상규명위' 위원으로 위촉됐던 박진형 서울시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사의를 표시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해 거짓보고를 하고 자료를 은폐했다는 이유에서다.

    박진형 서울시 의원은 이날 '진상규명위' 위원 사퇴와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메트로 담당자 몇몇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징계 수위나 결정하기 위해 외부 위원들을 들러리로 세우려는 서울시의 태도로는 제2의 구의역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 측을 비판했다. 

    박진형 의원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감사원이 시행한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 대한 감사 지적 사항을 제출해달라고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요쳥했지만. 서울시 감사위원회 실무자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로 부터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박진형 의원은 이후에도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관련 자료 제출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박진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자료제출을 요구 받은 후 감사원에 자료제출이 가능한지 확인한 결과 질문 내용은 감사원이 확정해 공식적으로 통보된 감사 결과 지적사항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규정에 의거해 진행 중인 감사와 관련된 자료를 공개할 경우 감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출해서는 안된다'고 답변해 제출하지 못하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처럼 '진상규명위'가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며 정상적인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둘러싼 시민들의 분노가 향후 서울메트로를 넘어 박원순 시장을 향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