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사장, ‘안전’ 아닌 박원순 추진 정책 실패로 사임…상임 감사가 ‘안전’ 책임졌나
  • ▲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추모현장을 찾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추모현장을 찾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뉴데일리 DB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사망한 김 모(19) 씨의 사망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와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후 서울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메트로에 쏟아진 ‘낙하산 부대’에 대한 자료를 찾아내 공개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해당 자료는 2015년 1월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표로 만든 것이다. 해당 자료에 ‘서울메트로’에 내려앉은 ‘낙하산 부대원’은 5명이다.

    당시 이노근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과거 자신이 재직했던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참여연대 등에서 일했던 지인들을 서울시와 투자 및 출연기관 주요 자리에 임명하고 있다”면서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설관리공단, 서울문화재단, 서울여성가족재단, 서울복지재단 등의 사례를 공개했다.

    이노근 의원은 “일부 인사는 전문성이 전혀 없는 낙하산으로, 박원순 시장의 차기 대권 행보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의승 서울시 행정국장은 “산하기관별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시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들을 공모 등의 절차를 통해 선발한 것이지 보은이나 낙하산 인사는 아니다”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18개월이 지난 최근 상황은 어떨까. 그 가운데서도 ‘서울메트로’에 내려온 ‘오형제’의 근황은 어떨까.

  • ▲ '박원순 낙하산 인사'로 알려진 이정원 前서울메트로 사장은 안전 문제가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했다. ⓒ서울메트로노조 홈페이지 캡쳐
    ▲ '박원순 낙하산 인사'로 알려진 이정원 前서울메트로 사장은 안전 문제가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했다. ⓒ서울메트로노조 홈페이지 캡쳐

    2014년 8월 임명됐던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은 지난 5월 23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아직까지는 새로운 자리로 갔다는 소식이 없다.

    이정원 前서울메트로 사장은 민노총 산하 전국증권산업노조 위원장과 ‘투기자본감시센터’ 초대 운영위원장을 지냈던 인물로, 2014년 2월 박원순 시장에 의해 ‘서울메트로’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임명된 이후 몇 달 만에 사장으로 승진, 세간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지난 6월 6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 또한 아직 새 둥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세간에는 ‘문재인 前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의 페이스북 소개를 보면 2012년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상임대표, 19대 총선 동대문구 예비후보라는 문구가 보인다.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는, 2002년 이후 동대문 지역구가 야당 내에서 차지했던 비중과 그곳 예비후보로 나선 점, 2012년 ‘시사저널’이 ‘문사모를 이끄는 지용호 대표’라고 보도했던 점, 문재인 前대표와 경희대 법대 선후배라는 점 때문에 새누리당으로부터 ‘親문재인 인물’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오마이뉴스’ 등에서는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의 전력(前歷)을 공개하며 ‘親문재인 계파’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 ▲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은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다. 지용호 前감사는 2012년 '문사모'를 조직, 회장을 맡아 '親문재인' 계열로 알려져 있지만, 야당 측에서는 그를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 블로그 캡쳐
    ▲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은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다. 지용호 前감사는 2012년 '문사모'를 조직, 회장을 맡아 '親문재인' 계열로 알려져 있지만, 야당 측에서는 그를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 블로그 캡쳐

    지난 6월 13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용호 前서울메트로 감사는 1989년 舊민주당의 親DJ청년조직인 ‘연청’ 연수국장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뒤 1995년 서울시 의원이 됐다고 한다.

    2004년 총선 때는 故노무현 前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후보로 동대문 갑 지역에 출마했으므로 ‘친노 계파’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다는 설명도 붙었다.

    ‘오마이뉴스’는 야권 관계자를 인용 “경희대 86그룹 일원으로 박원순 시장 측과 인연이 닿아 서울메트로 감사를 맡았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즉 ‘운동권 출신’ 인사는 맞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노동당이 있던 때인 2004년 6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심상정 정의당 의원 보좌관을 지낸 오건호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는 오래 전부터 운동권 활동을 활발히 했던 인물이다.

    오건호 이사는 2012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서울메트로 사외이사로 있었다.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건호 이사는 1999년 영국 철도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고, 이후 철도와 관련된 연구 및 활동을 계속해 온 ‘철도 전문가’로, 그나마 서울메트로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오건호 이사는 2008년 민노당이 분당된 뒤로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라는 단체를 설립,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오건호 위원장은 ‘MBC’ ‘프레시안’ 등의 매체는 물론 ‘노동자 연대(舊다함께)’, ‘노동당’ 등에서도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프레시안’이 2015년 9월 게재한 “부자 세금 깎아준 박근혜, 서민 목 조르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건호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재정지출을 더욱 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세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 ▲ 오건호 서울메트로 비상임 이사는 현재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라는 단체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그의 유튜브 채널 강의. ⓒ유튜브 관련 채널 캡쳐
    ▲ 오건호 서울메트로 비상임 이사는 현재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라는 단체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그의 유튜브 채널 강의. ⓒ유튜브 관련 채널 캡쳐

    2015년 1월 23일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교통방송(TBS)’의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에 출연해 연말정산 문제와 관련한 주장을 폈다. 당시 방송 대본을 보면, 오건호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연말정산 규정이 연봉 7,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논지를 폈다. 그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그가 서울메트로 비상임 이사라는 대목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前서울민주청년단체협의회 회장을 지낸 김종원 서울메트로 비상임 이사는 현재 자신의 직책을 ‘사단법인 참여와 나눔’의 이사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종원 이사가 페이스북에 밝힌 약력을 보면, 영도중, 영일고,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고, 민주통합당 서울 양천 乙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다고 돼 있다.

    그가 과거에 거쳤던 단체와 경력을 보면 ‘강서 양천 한물결 청년회’ 회장, ‘강서 양천 시민회의’ 공동대표,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 위원회’ 자문위원, ‘박원순 후보 선대본부 시민참여본부 조직기획위원장’이라고 돼 있다. 지금은 (사)참여와 나눔 이사장이면서 ‘동아시아 미래재단’ 중앙위원이라고 한다.

    김종원 이사의 약력 가운데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 위원회’는 노무현 정권 시절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맡았던 위원회로 유명하다. 외교부 관할 비영리 법인이라는 ‘동아시아 미래재단’은 이사장 보다는 상임고문이 더 유명하다. 바로 손학규 前경기지사다.

    ‘동아시아 미래재단’ 이사장은 송태호 前문화체육부 장관이 맡고 있고, 고문으로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임동원 前통일부 장관, 이사로는 김유정·서종표·신학용·이개호·이찬열·전혜숙·최원식 前의원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 ▲ 2013년 10월 8일 '동아시아 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 모인 사람 중 일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 10월 8일 '동아시아 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 모인 사람 중 일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참고로 언론을 통해 김종원 이사의 약력으로 알려진 ‘서울민주청년단체협의회’는 2001년 창립한 ‘한국청년단체협의회’의 전신 격으로 보인다.

    이를 승계해 새로 만들어졌다는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창립 행사에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오종렬 의장과 범민련 남측본부의 이종린 의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는 당시 언론보도를 지금도 찾을 수 있다. 이 단체는 창립식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실천적 노력’을 역점사업으로 설정, 북한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단체’ ‘재일한국청년동맹’ 등과의 연대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숙현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는 2012년 대선 레이스 당시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의 부대변인이었다. ‘안랩’에서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으로 근무하며 안철수 의원의 측근이 됐으며, 그 전에는 경제전문지 ‘이데일리’에서 기자로 재직했다. 최근에는 ‘시사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에서 보듯,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메트로에 내려온 ‘낙하산 오형제’ 가운데 세 명은 이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같은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은 상임 감사가 홀로 졌다. 이정원 사장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이라는 박원순 시장의 ‘역점 사업’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떠났다.

  • ▲ 2011년 11월 7일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중증 장애인과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1년 11월 7일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중증 장애인과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메트로’에만 국한시키면 낙하산 수는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하철 5~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시 산하의 여성가족재단, 시 복지재단, SH공사, 서울연구원 등 서울시 산하기관 곳곳에 있는 낙하산들을 포함하면 적지 않은 수다.

    이들은 주로 정치권 아니면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등을 거쳐 온 사람들이다. 현재 문재인 前더불어 민주당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메트로의 ‘메피아’는 오세훈·이명박 시절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금 ‘메피아’로 불리는 주요 인물들이 現서울시장과 야권, 그리고 ‘자칭 시민사회단체’ ‘자칭 진보단체’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은 쉽게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