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게시판, "'데이트비용은 남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광고도 되냐?" 항의 글 올라와
  • ▲ 서울메트로는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가 제출한 광고도안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총 19건의 광고를 승인했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심의에 통과한 광고 도안 중 하나. ⓒ서울메트로 제공
    ▲ 서울메트로는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가 제출한 광고도안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총 19건의 광고를 승인했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심의에 통과한 광고 도안 중 하나. ⓒ서울메트로 제공

    '자는 다 애? 그렇다면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의 이해가 아닌 생각하는 의자입니다.'

    앞으로 서울메트로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에서 보게 될 광고 중 하나다. 

    서울메트로는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가 제출한 광고 도안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총 19건의 광고를 승인했다고 5일 밝혔다. 

    '여성시대'는 지난 7월 19일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신촌·홍대역에 총 80개의 디지털 간판 광고를 냈다. 그러나 광고 게재 하루 만에 철거됐다. 

    여성시대 측 주장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측이 7월 20일 "광고 때문에 민원이 많이 들어와 이슈가 돼 일이 커졌다"며 일방적으로 "광고를 내리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당시 문제가 됐던 광고는 "혼자 밤늦게 짧은 치마 입고 돌아다녀도 살고 싶어요" "'조심해라?' 성범죄 교육, '하지마'라고 가르치는 게 우선입니다" "여자의 말을 왜곡하지 마세요"라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 ▲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는 성평등을 위한 광고를 하겠다며 지난 7월 19일부터 서울메트로에 디지털 광고를 게재했지만, 하루 만에 철거됐다. 사진은 당시 게재됐던 3개의 광고 도안. ⓒ서울경제 홈페이지 화면 캡쳐
    ▲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는 성평등을 위한 광고를 하겠다며 지난 7월 19일부터 서울메트로에 디지털 광고를 게재했지만, 하루 만에 철거됐다. 사진은 당시 게재됐던 3개의 광고 도안. ⓒ서울경제 홈페이지 화면 캡쳐


    광고 철거 사실일 알려지자 여성시대 회원들은 애초 제출한 13개의 광고 시안 중 3개만 승인한 것도 모자라 철거까지 한 것은 일방적인 계약 파기라며 반발했다. 이후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는 광고 불가 판정에 대한 비난과 해명 요구가 폭주했다. 

    서울메트로 '고객의 소리' 공간에는 "서울 메트로는 성차별 주의자 입니까?" "고객의 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신 다고요? 여성은 고객도 아닌가봅니다" "광고 게재 심의기준이 뭡니까" "성형 광고는 되고 성 차별 광고는 왜 안 되냐" 등의 글이 100여 개 이상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서울메트로 측은 논란이 확산되자 3일 광고심의위를 열어 여성시대가 광고대행사를 통해 제출한 총 22건의 도안 중 수정 2건 광고 불가 1건을 제외한 19건을 승인했다.
     

  • ▲ 서울메트로가 '여성시대'가 게재한 지하철 광고를 철거한 후 서울메트로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 올라 온 글.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화면 캡쳐
    ▲ 서울메트로가 '여성시대'가 게재한 지하철 광고를 철거한 후 서울메트로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 올라 온 글.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화면 캡쳐


    서울메트로 측은 "이번 심의는 재심의가 아니다"라면서 "지난달에는 (여성시대가) 광고 심의를 거치지 않고, 광고업체가 자체 심의만 하고 게재해 철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메트로가 정식 심의한 결과 수정 권고를 받은 광고 도안은 2개로 "(남자는) 잠재적 범죄자" "남자는 다 늑대야"라는 표현과 여성을 쫒아가는 남성의 손에 칼이 들려져 있는 이미지를 싣고 있었다고 한다.

    서울메트로 광고심의위는 "'잠재적 범죄자'와 '남자는 다 늑대야'라는 표현은 성차별적 표현·비하로 남성을 저속하게 일반화했다"면서 "여성을 쫓아가는 남성이 손에 칼을 들고 있는 이미지는 폭력성을 과도하게 표현해 어린이, 청소년의 품성과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광고 불가 판정을 받은 1개의 도안은 "남자는 다 짐승?" "남성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의 몸이 아닌 목줄입니다"라는 문구와 목줄 이미지 모두 문제가 됐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해하고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 ▲ 지난 3일 서울메트로 광고심의위에서 통과된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의 광고 도안. ⓒ서울메트로 제공
    ▲ 지난 3일 서울메트로 광고심의위에서 통과된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의 광고 도안. ⓒ서울메트로 제공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이 같은 심의결과를 광고주인 ‘여성시대’와 광고대행사에 통보한 후 광고도안 수정 또는 광고 게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매월 약 700건에 달하는 광고도안 심의 시에 '성역할 고정관념 및 편견 여부' 등 서울시의 '성별 영향 분석 평가항목'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양성 평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성시대가 제출한 광고 도안의 심의 승인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남성들이 들고 일어났다. 여성시대 광고가 오히려 '역차별' 현상과 '남녀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 ▲ 지난 3일 서울메트로 광고심의위에서 통과된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의 광고 도안. ⓒ서울메트로 제공
    ▲ 지난 3일 서울메트로 광고심의위에서 통과된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의 광고 도안. ⓒ서울메트로 제공


    서울메트로 '고객의 소리'에는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지하철 성평등 문구에 반대합니다" "'남자는 다 애'라는 남성 비하적 지하철 광고가 어째서 허용된 겁니까" "(여성시대의) 광고는 정말 쓸모 없습니다. 남녀 간 갈등만 유발시킬 뿐 서로 불편한 광고" 등의 비판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시민은 게시판 글에 "'남자는 다 애'라는 말을 남성들이 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이 주로 남자들이 정신연령이 낮다며 비하하는 의도로 자주 사용하는 말인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그럼 '여성 성범죄 무고는 큰 죄입니다', '데이트비용은 남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등의 문구를 올려도 되는 거냐"며 항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