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는 무소신의 변명"…'무지에 휩쓸린 중도 자부심 아니다'
  • ▲ 자유경제원은 7일 오후 "애매한 중도가 세상을 망친다: 중도는 없다"라는 주제로 '생각의 틀 깨기 7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 뉴데일리
    ▲ 자유경제원은 7일 오후 "애매한 중도가 세상을 망친다: 중도는 없다"라는 주제로 '생각의 틀 깨기 7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 뉴데일리


    자유경제원은 7일 오후 "애매한 중도가 세상을 망친다: 중도는 없다"는 주제로 '생각의 틀 깨기 7차 세미나'를 자유경제원 리버티 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의 사회로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회를 맡은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에 서 있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사상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는 말로 토론회의 막을 올렸다.

    현진권 원장은 "중도를 표방하면 균형을 유지하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자유시장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자유주의·시장경제도 좋고 사회주의·전체주의도 좋다는 식의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 뉴데일리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 뉴데일리


    발제를 맡은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은 "정치적 사안과 관련해 좌우, 보수, 진보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 중도를 표방한다는 것은 불명확한 상태로 남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럼에도 어떤 개인은 스스로를 '중도'라고 평가하고 편향이 없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중도의 무지에 휩쓸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광동 원장은 "선거에서 중도를 향유하는 계층은 상반된 가치를 가진 좌우 모두에게 잘 보이겠다는 자기 관리 방식으로, 이는 땀 흘리지 않고 편승하겠다는 것이며 특정 성향에게 자기 사회가 끌려가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동 원장은 "정치경제적 정책이나 선거는 방향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결론은 더 강한 방향성을 만드는 세력의 입장과 판단으로 귀결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지지 계층의 형성이고 동원"이라고 정의했다.

    김광동 원장은 "선거에서 중도를 지향한다면, 정치적 중도라는 '선의'와 달리 특정 정치 성향에 휩쓸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악의적 의도를 가진 세력에 이용당하는 ‘쓸모 있는 바보'로 남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 ▲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 뉴데일리
    ▲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 뉴데일리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사상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좌와 우를 '잡탕'처럼 섞어 '중도'라 칭하는 것은 무소신(無所信)을 감추기 위한 철학 없는 변명일 뿐"이라며 "이념에는 중도가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무이념이나 무소신을 대단한 사상 이나 양쪽을 초월한 사상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김인영 교수는 "서양의 정당들은 좌·우에 튼튼한 정치 기반을 두고 중간으로 이념을 확장해 선거에 승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에는 좌우 이념은 없고 중간 성향 유권자만 모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영 교수는 "무이념·무소신의 기회주의가 잠시 국민을 속이고 표를 얻을 수는 있지만 중도 이념으로 국가를 개혁하고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 정책"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보수도 진보만큼 교육·빈곤 문제에 관심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지지 기반을 확충하려 했지만 1년도 안돼 포퓰리즘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김인영 교수는 "중도 통일도 없다"고 일갈했다.

    김인영 교수는 "일부 진보좌파 학자, 언론, 야당 세력은 남북한 통일 이후의 체제로 우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마치 제3의 이념에 의해 통일이 가능할 것처럼 주장하지만 남북한의 통일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로 이룰 수 밖에 없다.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평화통일만 강조하는 '중도적' 통일 교육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 뉴데일리
    ▲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 뉴데일리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극단적인 생각은 도덕적으로 좋은 상태가 아닌 것으로 각인 돼 있다. 사실 동양 전통에서 중(中)은 강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면서 "이러한 생각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경제적 이념 가운데서 중도를 표방하게 만든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중섭 교수는 "정당이 제시한 각각의 정책은 사실 우파이 아니면 좌파다. 국가가 개입해 민간의 자유를 줄이는 정책은 좌파이고, 그 반대면 우파다. 정책에는 중도가 없다"며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정책에 대해 '중도'라는 말을 사용해 국민의 혼란을 초래한다. 우리 스스로가 맥락에 따라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이념적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중섭 교수는 "우리 사회에 우파, 좌파, 중도파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우파와 좌파의 정책을 혼합하기 때문"이라며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정체성에 부합하는 정책을 선택한다면 이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조우석 문화평론가 ⓒ 뉴데일리
    ▲ 조우석 문화평론가 ⓒ 뉴데일리


    조우석 문화평론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전체주의 체제 사이에 어중간한 제3의 중간지대란 없다. 이념의 중립이라는 말 자체가 거대한 모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중도란 말은 소통, 통합, 실용주의, 화합과 함께 외치는 '위선적 가짜 구호'의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좌편향된 사회풍토 속에서 최소한의 사회통합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일 뿐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우익세력에게 중도란 깃발은 제법 바람직한 사회갈등 해결의 노력으로 보인다. 이는 '따뜻한 보수'라고 칭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좌익진영도 중도라는 깃발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것은 대중을 속이는 기만전술에 써먹기 좋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좌익세력은 중도라는 이름하에 우익과의 잠정적 합의를 위장하고 그 안에서 세력을 키우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따라서 극우, 극좌의 양극단을 배제하고 중도가 균형 잡힌 중용의 태도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한국 사회 같은 곳에서 중도한 목소리가 높이 들린다면 재앙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면서 "지난 총선만 봐도 '중도'를 앞세워 20대 국회에 진출한 야당 의원 중 상당수가 국보법 위반 등 수상쩍은 부분이 있다. 이들을 뽑아 여의도 국회에 보낸 것은 이 나라 유권자들의 반 헌법적 정치의식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기계적 중도'를 외치는 한국 사회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본다면 얼마나 얕고 좁은 지식으로 서로를 판단하는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내용들이었다.

    자유경제원의 '생각의 틀 깨기 세미나'는 오는 8월까지 시리즈 형태로 계속된다. 오는 8일에는 '누가 전태일을 이용하는가-3'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