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잠수도하'능력, 공격성능 버금가는 '전술적 기능'
  • 한반도의 전장은 하천과 야산을 가로 질러야하는 이른바 ‘종심’이 긴 지역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군이 사용하는 무기에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별도로 붙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전차는 한반도 지역적 특성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국내 개발이 최우선이었다. 현재 육군의 최신예 전차는 국내 개발한 ‘K-2’ 흑표이다. 기존 육군의 K1A1과 K1 전차가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를 기반으로 개발된 데 반해 K-2는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K-2 흑표전차는 기존의 120㎜ 전차포의 포신 길이를 늘리고 첨단 조준 및 자기방어 체계, 전차의 주행성능을 높여주는 현가장치와 포탑 상부 등에 증가 장갑을 장착해 공격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해외의 기대치도 높다. 전차 성능만 놓고 보면 상위권으로 꼽힌다.

    육군 7기동군단 예하 제20기계화사단(이하 20기보사단)은 K-2전차 운용하고 있다. 19일 20기보사단은 경기도 여주시 연양리 일대 남한강에서 K-2전차, 장갑차 등 기계화 전투장비의 하천 극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하훈련을 언론에 공개했다.

  • ▲ K-2 흑표전차가 남한강을 잠수도하하고 있다.ⓒ육군
    ▲ K-2 흑표전차가 남한강을 잠수도하하고 있다.ⓒ육군

    이날 공개훈련의 포인트는 K-2전차의 잠수도하 능력시범이었다. 훈련현장에서 만난 한 장교는 “공병부대의 지원 없이 기계화부대 독자적으로 도하하여 중요 거점을 확보하는 공격작전 수행능력을 점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난생 처음타보는 전차가 ‘K-2 흑표’..게다가 잠수도하? 

    육군 측은 K-2 잠수도하 훈련을 선 보이면서 일부 전차에 취재진을 탑승할 수 있도록 기회를 내주었다. 뉴데일리 취재진은 현장에서 K-2전차를 탑승할 수 있었다.

    기자가 육군 기갑장비에 탑승하는 것은 지난해 K-9 자주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전차는 첫 경험이었다. 기갑장비가 공병의 도움없이 도하는 방법은 부력에 의해 떠가는 ‘부유도하’와 무거운 무게로 부력이 없이 스노클(Snorkel·수중 통기장치)을 이용해 수중에 완전히 잠긴 채 도하하는 ‘잠수도하’가 있다. K-2전차의 경우. 무게 56톤에 달하는 쇳덩어리인 관계로 ‘잠수도하’를 할 수밖에 없다. 반면, K-200 장갑차는 13톤의 비교적 가벼운(?)무게로 부유도하를 한다.

  • ▲ 19일 K-2 흑표전차가 사격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데일리 순정우 기자
    ▲ 19일 K-2 흑표전차가 사격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데일리 순정우 기자


    K-2전차로 잠수도하 체험에 앞서 비상시 탈출교육을 받아야했다. 도하중 엔진이 멈추거나 전차내부로 침수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5분간 수중에서 견딜 수 있는 산소호흡기와 구명조끼를 지급받고 전차내 탈출순서를 교육받고 실습까지 치른 후에 비로서 전차에 오를 수 있었다.

    K-2 전차내부는 상당히 비좁았다. 기존 K1A1보다도 좁다고 한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좌석은 포수석이다. 전차에 탑승하면서 전용 헬멧을 썼다. 작전본부간의 통신과 전차 승무원 간에 내부통화를 할 수 있는 장비가 달려있다. K-2는 자동장전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장전수가 필요없어 3명이 탈 수 있다. 장전의 편리함을 가진 대신 안락함을 포기한 것이다.

    반면 K-2전차는 K1A1 전차에 없는 에어컨이 달려 있다. 기자가 탑승한 전차의 전자장은 4년간 전차를 운용해왔다고 한다. 지난해 K-2가 도입되기 전까지 K1A1을 탑승했는데, K-2가 디지털화 된 장비가 많아 더 편리하다고 한다.

  • ▲ 19일 K-2 흑표전차가 사격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데일리 순정우 기자

    ◆"특명! K-2 흑표전차로 남한강을 건너라"

    전세계 대부분의 전차는 잠수도하를 할 수 있게 '도하 키트'를 가지고 있다. 도하는 전차 개발 초기부터 생겨난 개념이다. 2차대전 당시, 영국은 노르망디 상륙을 대비하면서 아예 물에 뜨는 전차도개발했을 정도다.

    그러나 안전하게 강을 건너기위해서는 장비와 이를 부착하는 작업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단점이 있다. K1A1의 경우 잠수도하 준비에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흑표전차는 40분이면 잠수도하 준비를 완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전술적을 큰 이점을 가진다. 이날 K-2의 도하능력은 공격능력 만큼 중요한 전술적 기능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K-2 전차는 최고 4.1m 수심의 하천을 독자적으로 건널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을 문교나 부교 없이 자체적으로 도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자의 헬멧에서 “도하준비”완료 소리가 들린다.

  • ▲ 한 기자가 K-2 흑표전차내 잠수도하 체험을 하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 한 기자가 K-2 흑표전차내 잠수도하 체험을 하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이윽고 전차의 시동이 걸리고 엔진의 굉음이 들린다. “갑자기 앞으로 쏠릴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전자장의 무전음이 끝나자 드디어 거대한 쇠덩어리 전차가 물속으로 입수한다. 기자가 착석한 포수석 해치 주변에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잠망경이 있다.

    잠망경이 서서히 물에 잠기더니, 이내 물속으로 주행한다. 마치 잠수함이 잠항하는 느낌이었다. 강 바닥에 자갈이 있었는지, 전차의 무한궤도가 이를 짓밝고 지나가는 진동이 느껴진다.

    이날 건너간 남한강의 최대 깊이는 3.5m 폭은 직선거리로 150m지만, 전차가 물살에 따라 사선으로 건너니 실제 거리는 약 300m 정도가 된다. 전차장에 무전으로 현재 속도를 물어보니 10~15km/h로 이동 중이라고 알려준다. 약 10여 분뒤 K-2전차 포수석 해치를 열고 보니 강 건너편에 있었다.

    이날 훈련을 마친 직후, 훈련부대 대대장 박성호 중령은 “하천은 장애물이 아니라 또 하나의 기동로’라고 강조하며 K-2 전차의 도하능력의 탁월함을 설명했다. 7군단은 유사시 휴전선 최전방부대가 초등조치를 하는 동안 기계화 부대로 북진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때문에 신속함을 추구해야 하는 특성으로 후발대인 공병부대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아 기갑장비의 자체 도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