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춘자 "멈춰버린 용산을 다시 일깨워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 포부
  • ▲ 서울 용산 남영 삼거리 앞,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의 유세차량 너머로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 사무실이 보인다. ⓒ오창균 기자
    ▲ 서울 용산 남영 삼거리 앞,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의 유세차량 너머로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 사무실이 보인다. ⓒ오창균 기자

     

    4.13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그의 마지막 총력 유세 지역은 바로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 캠프가 자리잡고 있는 남영역이었다.

    '배신의 정치'와 일전을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11일 오후 3시 30분, 남영 삼거리 앞.

    황춘자 후보가 도착하기 30분 전. 새누리당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황춘자 후보의 총력 유세를 지켜보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유세차량 앞에선 황춘자 후보를 연호하는 목소리와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한데 엉켜 북적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손을 흔드는 황춘자 후보 측 유세단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웃음을 지었다.

    지역주민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아~ 황춘자"라며 유세현장에서 발을 멈추기도 했다.

    오후 4시 정각이 되자 황춘자 후보가 유세차량에 몸을 실었다.

    마이크를 잡은 황춘자 후보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유세를 시작했다.

    "용산의 변화를 시작하느냐?
    아니면 발전이 멈춘 용산을 그대로 서있게 하느냐?
    선택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 멀리 남녘, 시골 깡촌에서 10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황춘자!
    어려운 집안형편에, 남자형제들 교육 때문에 중학교, 고등학교도 늦게 갔던 황춘자!

    그러나 배움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서,
    외국도 보내 준다는 군 하사관 공고문에 필이 꽃여 군 하사관으로 입대했고,
    군 장교시험에 합격해 8년여 군복무를 마치고 육군대위로 전역했습니다.

    군 제대 후 서울메트로에 입사해 5급에서 1급까지,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추진력으로
    전국 지방공기업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남성보다 더 강한 추진력으로 여성불도저, 철의 여인으로 통했던 황춘자입니다.
    지금 용산은 일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 ▲ 11일 서울 용산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남영 삼거리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오창균 기자
    ▲ 11일 서울 용산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남영 삼거리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오창균 기자

     

    황춘자 후보의 목소리가 삼거리를 가득 메우자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던 시민들이 수근거렸다.

    "저 사람이 황춘자야?"

    "아... 진영, 진영."

    "새누리당이네?"

    일부 지역별로 새누리당에서 내리 3선을 하다 공천 배제 후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버린 진영 후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낮지만 여당 텃밭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해 기세를 올리고 있는 황춘자 후보는 차츰 얼굴을 알려가며 여권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춘자 후보가 진영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 탓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론조사를 100% 믿을 수 없는 만큼 야권 성향이 강한 청파동과 부촌인 이촌동의 선거함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지적이다. 용산을 대표하는 양쪽 지역의 세대별 투표율이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황춘자 후보는 멈춰버린 용산을 다시 일깨워 명실상부한 서울의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다시 말해 용산을 변화시키겠다는 얘기다.

    황춘자 후보는 "지난 12년 여당 3선 국회의원이었던 진영 후보가 무엇을 했냐"고 반문했다.

    "지난 12년 동안,
    서울의 중심 용산은 오히려 발전이 멈춰버렸고,
    서울의 변두리처럼 변해갔습니다.

    서울의 변두리도 지금은 이렇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뱃지 한 번 더 달자고, 자신의 일신의 영달을 위해,
    당원과 지지자들을 배신하고 가버린,
    은혜도 모른는 배은망덕한 정치인은 결코 용산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용산구민 여러분!

    지난 12년 무능과 무책임으로 용산을 멈추게 했던
    사람을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 주십시오.

    이제 용산은 새 시대, 새 인물이 필요합니다.

    저 황춘자가 '2016 용산'이라는 새 부대에,
    혁신-변화-발전이라는 새 술을 넣겠습니다."

     

  • ▲ 11일 서울 용산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남영 삼거리 앞에서 지역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창균 기자
    ▲ 11일 서울 용산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남영 삼거리 앞에서 지역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창균 기자

     

    황춘자 후보의 지적에 50대 장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진영이 또 되면 2년 뒤 지방선거 때는 용산이 철새판이 될 거야."

    나란히 서 있던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 여기로 모여들겠지. 여차하면(공천 못받으면) 만만한 용산 아니겠어? 진영 좀 보라고."

    진영 후보의 야당행에 대해 분개하는 기류가 전반적으로 뚜렷했다.

    현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냈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하고 개인의 정치적 이익만 챙기려는 진영 후보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영 후보는 실제 당선을 위해 양지(陽地)만을 좇는 철새 정치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판사 출신으로 1997년 15대 대선 때 이회창 총재 특보로 정치에 입문했다. 진영 후보의 부인인 정미영씨는 이회창 총재의 주치의였다. 박 대통령이 첫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2004~ 2005년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냈다. 새누리당에서만 3번의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년 가까이 새누리당의 바람막이 안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런 진영 후보가 당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이유만으로 '친북(親北) 전체주의 추종' 논란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가 전략공천을 받았다. 금배지를 한 번 더 달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진영 후보는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마지막까지 "국민의 편에 섰다가 쓰라린 보복을 당했다"며 내부에 총질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전북 출신인 김종인 대표와 손을 잡았다.

     

  • ▲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후보.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후보. ⓒ청와대 제공

     

    황춘자 후보가 용산의 비전을 외치자 지지자들이 들썩였다.

    "저 황춘자가 단군 이래 최대 사업,
    멈춰버린 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재점화하겠습니다.

    용산구를 동과 서, 남과 북으로 가른 채,
    용산 구민들에게 불편만 주고,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114년의 철도 시설을 바꿔나가겠습니다.

    20년 이상 된 주택들이 80%나 달하고 있는 용산!
    무분별한 먹거리 동네, 내국인 중심으로 번져가는 말 뿐인 관광특구!

    지금까지 용산의 국회의원은,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용산의 발전을 위해 그분들이 어떤 노력들을 했습니까?

    저는 한남뉴타운 지구별 현안을 적극 해결하겠습니다.

    한남동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추진하겠습니다.

    보광동에 문화시설을 확대하고 지역도로를 조속 정비하겠습니다.

    주민안전을 위한 CCTV설치를 확대하겠습니다.

    신분당선 이촌역을 유치하고 대형병원을 세우겠습니다.

    용문시장을 활성화하고 현대화하겠습니다.

    남영역 원효로 방향에 출입구를 설치하겠습니다.

    숙대전철역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겠습니다."

    황춘자 후보는 이어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 배신의 정치 확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빼앗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야당으론 국가 미래는 없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황춘자 후보는 "4월 13일에 반드시 승리해 보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황춘자 후보는 모여든 주민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승리를 다짐했다.

    20대 청년, 40대 주부, 50~60대 장년들까지 모인 이들도 각양각색이었다.

    거리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박모(45·여)씨는 "주위에서 선거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는 않지만 진영 후보라면 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3선 의원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새누리당을 많이 찍지 않을까 싶다"며 황춘자 후보의 승리를 전망했다.

     

  • ▲ 11일 서울 남영 삼거리 앞에서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청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창균 기자
    ▲ 11일 서울 남영 삼거리 앞에서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청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창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