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사람에게 돈 못받아 아버지 망했다'는 내용… 호남에 발 들여놓을 자격 있나
  • ▲ 지난 1일 친노 진성준 후보를 지원유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모습.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방문을 고려하고 있으나, 대선에 출마했던 지난 2012년 이전부터 먼저 반호남·반전라도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적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1일 친노 진성준 후보를 지원유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모습.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방문을 고려하고 있으나, 대선에 출마했던 지난 2012년 이전부터 먼저 반호남·반전라도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적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이 멀쩡하게 진행되던 전북 전주을 선거를 결국 고발전에 휩쓸리게 만들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먼저 반호남인·반전라도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논란이 호남의 한 지역구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함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전북 전주을 선거구에 출마한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더민주 최형재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후보자 비방 혐의로 완산선관위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와 더민주 최형재 후보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4일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내용 등을 두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2011년 출간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111p에서 "아버지가 한 장사는 양말을 전남지역 판매상들에게 공급해주는 일"이었다며 "몇 년간 장사하면서 (전남 사람들로부터 돈을 못 받아) 미수금만 잔뜩 쌓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혹시 나중에라도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전표 같은 것을 꽤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었으나 결코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며 "그것으로 아버지는 무너졌고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고 못박았다.

    문맥이나 맥락상으로 보면 어느 지역의 판매상과 얽힌 일이었다고 굳이 지역을 거론하지 않아도 되는 대목이다. 또 그 판매상은 어떠한 사정으로 왜 미수금을 상환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전후사정의 설명은 없다. 결국 주관적인 시각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서전에서 왜곡된 시선으로 호남에 대한 편견을 확대재생산했다는 평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전북 전주을)가 지난달 31일 전북 전주오거리 문화광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후보자 합동출정식에서 친노패권주의 척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전북 전주을)가 지난달 31일 전북 전주오거리 문화광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북도당 후보자 합동출정식에서 친노패권주의 척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지난달 31일 전주MBC 후보자 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는 이 점을 들어 "문재인 대표가 자서전에서 악의에 찬 이야기를 했다"며 "굳이 전남 이런 표현을 안해도 됐는데 전라도 사람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무너졌다는 식으로 썼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더민주 최형재 후보는 "근거에 의해 말했으면 좋겠다"며 "그 책을 전혀 읽지 않고 SNS에 돌아다니는 것 그대로 낭독하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장세환 후보는 당시 해당 대목이 적혀 있는 '문재인의 운명' 111p를 복사해서 가지고 있었으나 라디오 토론이라 청취자 앞에 제시할 수는 없었다. 이에 장세환 후보는 "증거가 있는 걸 근거가 없다고 하면 되느냐"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가 친노·친문패권주의 세력의 성지(聖地)이며 역린(逆鱗)인 문재인 전 대표 문제를 거론하자, 더민주 최형재 후보는 이후 마무리 발언에서 "장세환 후보는 경쟁력이 떨어져서 탈당하고, 이렇게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어도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깜짝 놀란 장세환 후보는 "내가 경쟁력이 떨어져서 탈당했다는 것은 분명한 허위 사실"이라며 "그 어떤 사실적 근거도 없는데 거기에 대해서 사과하라"고 말을 끊고 들어갔으나, 마무리 발언이 진행되던 시간이고 방송 시간이 종료된 관계로 더 이상의 반박을 전개하거나 최형재 후보의 사과를 듣지 못하고 끝났다.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는 전남 목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선호 후보와 함께 지난해 9월 3일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구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탈당파 중 가장 빨리 선도 탈당한 것으로, 현역 의원 중 1호 탈당이었던 박주선 의원이 9월 22일 탈당한 것에 비해서도 3주 정도 앞섰다.

    친노패권주의 정당으로 전락한 상태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위장 전위대 '김상곤 혁신위'의 '거짓 혁신'으로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탈당했던 것이다. 이후 장세환 후보는 전북희망연대를 결성해 천정배 대표의 국민회의와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등 여러 '호남 신당'을 통합하는 운동을 하다가, 결국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으로 신당들이 통합되자 합류했다.

  • ▲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사진 단상 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국보위 참여 전력 등으로 호남에서 논란을 겪고 있는 김종인 대표와 함께 유세 현장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사진 단상 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국보위 참여 전력 등으로 호남에서 논란을 겪고 있는 김종인 대표와 함께 유세 현장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장세환 후보의 탈당 당시에는 아직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룰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후보간 경쟁력을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공천 작업이 구체화되고 컷오프가 발생했거나 하면 경쟁력 때문에 탈당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9월초는 그러한 작업과는 아직 거리가 먼 시점이었다는 지적이다.

    또, 장세환 후보는 그렇게 국민의당에 입당하고서도 공천을 거저 받은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로 확정됐다.

    따라서 장세환 후보는 4일 전주MBC TV토론회에서 △'문재인의 운명'에 적혀 있는 반호남·반전라도 내용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의 경위 등을 둘러싸고 최형재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는 "지난 라디오 토론 때 최형재 후보가 허위 사실을 말했다"며 "문재인 후보의 자서전 '운명'을 보면 전라도에 대해 굉장히 악감정을 가지고 쓴 내용이 있는데, 나보고 책도 읽지 않고 SNS에 돌아다니는 것을 그대로 낭독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쟁력이 떨어져서 탈당했다고 했는데 이도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TV 토론이었기 때문에 장세환 후보는 '문재인의 운명' 111p를 확대 복사한 자료를 가지고 나와서 시청자들에게 제시했다.

    이에 더민주 최형재 후보는 "문재인 대표의 (호남을 향한) 악감정 문제에 대해서는 그 책에 서너 줄 나와 있다. 호남·전라도 출신에 (문재인 대표의 아버지가 사기당했다고 썼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도 "책을 읽었냐고 내가 질문을 (지난 토론회에서는 했던 것)"이라고 비껴갔다.

  • ▲ 전북중앙신문이 유앤미리서치에 의뢰해 4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31.2%)와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28.3%),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27.1%)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전북중앙신문이 유앤미리서치에 의뢰해 4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31.2%)와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28.3%), 더불어민주당 최형재 후보(27.1%)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또, 장세환 후보는 "내가 탈당한 날이 9월 3일"이라며 "(경쟁력이 떨어져서 탈당했다는 말은) 근거가 있나, 없나"라고 공박했다.

    그러자 최형재 후보는 "경쟁력 부분은 객관적인 것보다는 주관적인 문제"라며 "우리 당의 기준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가 주관적으로) 이렇게 본 것"이라고 밝혀, 특별히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는 것을 시인했다.

    전북 전주을 선거는 현재 굉장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북중앙신문이 유앤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31.2%,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가 28.3%, 더민주 최형재 후보가 27.1%로 세 명의 후보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기타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렇듯 초경합 양상인데도 멀쩡하게 진행되던 선거판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 적혀 있는 반호남인·반전라도 구절 때문에 고발전에까지 휩싸이게 된 것이다. 빠르면 8일 광주 등 호남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새삼 호남 악감정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호남이 근거없이 반문재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던 호남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가 그 전해부터 진작 먼저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됐다"며 "문재인 전 대표는 전라도 경계에 첫 발을 들여놓기조차 전부터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완산선관위에 고발장을 접수한 국민의당 장세환 후보는 "최형재 후보가 방송 토론회 중에 사과하면 문제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법적 대응을 하라며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여 하는 수 없이 고발하게 돼 유감"이라며 "최근 두 번의 토론회에서 보여준 최형재 후보의 '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상대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은 씻을 수 없는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더민주 최형재 후보 측 관계자는 "허위사실이 아닌 것을 허위사실이라고 고발을 했는데 그쪽에서 고발을 했으니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가 이뤄진다면 진실은 저절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