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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는 살면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종종 한다. 여전히 망상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실현 불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꿈을 쫓는 영화 한 편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영화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는 이전까지 수많은 작품들에서 다룬 ‘타임슬립’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꽤나 익숙하다. 하지만 곽재용 감독은 그만의 멜로감성으로 영화를 새로운 감각으로 탄생시켰다.

    ‘엽기적인 그녀’부터 ‘클래식’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통해 멜로의 대가로 손꼽히는 곽재용 감독은 이번 ‘시간이탈자’에서 멜로감성을 기반에 두면서도 스릴러적인 장르의 도전을 제대로 꾀해 눈길을 끈다. ‘감성 추적 스릴러’라고 소개된 영화는 확실히 그 장르의 충실성을 따른다.

    ‘시간이탈자’는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조정석 분)와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이진욱 분)가 우연히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83년과 2015년 두 시대를 그리는 ‘시간이탈자’는 감독의 대표작인 ‘클래식’을 떠올리게끔 한다. 1960~7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오가는 30년의 시간차가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한 간격으로 펼쳐지는 것. 게다가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남은 시대에서나마 매듭짓게끔 하려는 주인공의 애달픔과 간절함 역시 평행구도를 나타내고 있다. ‘시간이탈자’가 ‘클래식’보다 10년 정도의 시간이 뒤로 밀려나 있긴 하지만, 레트로적인 감각으로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그렇게 ‘클래식’의 자가변주로 비춰질 수 있는 영화가 될 뻔했지만, 곽재용 감독은 해당 전개에 스릴러를 고농도로 배합해 이전작의 잔상은 떠오르지 않게 만들었다. 영화 속 ‘그녀’를 지킨다는 동일의 목적을 두고 두 남자는 각자의 다른 시공간에서 목숨까지 걸고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이 때 교차로 그려지는 장면의 연출은 괄목할 만큼 세련되다.

    연속적인 카 레이싱 장면들과 그녀를 해하려는 자와의 숨 막히는 난투극은 순간적인 이동폭이 넓은 카메라 워킹으로 박진감 넘치게 담겼다. ‘용의자’ ‘추격자’ 등으로 이미 명성을 떨친 이성제 촬영 감독이 작품에 촬영해 영화 속 긴박한 액션신들은 미장센으로 승화된다. 특히 조정석의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신들은 관객들의 시선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정도다. 최근 ‘특종: 량첸살인기’로 이미 과격한 액션을 소화해 본 바라 액션의 구사 또한 능숙하다. 이진욱의 깊이 있는 눈빛 연기는 그 매력지수가 최대치여서 여성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한편,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다양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임수정의 사랑스럽고도 청순한 매력은 또 다른 색감과 온도의 미장센으로 빛나 시종 숨죽이며 극을 관찰했던 관객들의 숨을 고르게끔 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그만의 아름다운 멜로감성을 놓치지 않는다.

    ‘시간이탈자’는 기존의 타임슬립 장르물을 답습하지만은 않으면서도 실현 불가능한 것을 초월하려는 주인공들의 눈물겨운 고초로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을 강조한다. 곽재용 감독의 결이 다른 감성 멜로 스릴러 영화 ‘시간이탈자’는 오는 1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