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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설이 현실화됐다. 공천 칼자루를 쥔 김 대표가 당초부터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김종인 대표를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 순번 2번에 배치했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김 대표는 '비례대표만 다섯 번'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동안 김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면서 네 번이나 비례대표를 지낸 바 있다. 김종인 대표는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고, 전두환 정권 당시인 1985년 12대 총선에서도 민정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또 14대 총선에서는 민주자유당 후보로 전국구 의원에 당선됐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창당과 분리된 새천년민주당에 참여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당초 김 대표는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당시 비례대표 출마설이 나돌자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었다. 그는 지난 1월 총선 출마 관련 질문에 "내 나이가 77세다. 국회 와서 젊은이들 사이에 쪼그려 앉아 일하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지난 2월에는 "지금 상황이 어떤지를 알야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제 신상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비례대표 출마에 여지를 남기면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김 대표의 말바꾸기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공천 칼자루를 잡고 친노(親盧)세력 등 현역들을 물갈이 한 김 대표가 정작 자신은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면서, 내부의 반발과 외부의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김 대표의 비례대표 공천 소식에 "그럴 줄(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을 받을 줄) 알았다"고 비꼬았다.
국민의당 김정현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김종인 대표가 스스로 비례 상위 순번인 2번을 지명한 것은 염치없는 '셀프 비례'다"며 "당대표가 스스로를 비례 2번에 지명하다니 기네스북에 추천할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특히 김 대변인은 "그동안 당의 전권을 접수해 각종 칼바람을 일으킨 것이 고작 셀프 비례 2번을 위한 것이라니 헛웃음만 나온다"며 "나이 타령까지 하며 비례대표 진출설을 극구 부인하더니 낯이 뜨겁지 않는가"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비례대표 입성으로 김종인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당내 최고 중진급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천에서 최다선인 이해찬(6선)의원과 여성 중진인 이미경(5선) 의원이 물갈이 됐다. 총선 이후 김 대표보다 선수가 높은 의원은 종로에 출마한 정세균 의원(5선)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의원(5선) 정도다.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김종인 대표가 "킹메이커 노릇은 더 이상 안하겠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20대 국회 입성 이후 차기 대선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과 국회 부의장을 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김 대표가 20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운동권 출신 강경 친노세력을 쳐냈고,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힘을 실었다는 점에서 새로 탄생할 친문세력과 연대해 당권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킹메이커 발언은 당권 재장악을 위한 정치적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는 얘기다.결국 비례대표 공천으로 인한 국회 재입성이 확실시 됨에 따라 김 대표는 총선 이후에도 주요 당직을 맡으며 지속적인 당권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