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사퇴? 文 급히 상경, 당무복귀 설득 제스처

  • 20대 총선 비례대표 순번 결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갈등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셀프 공천' 논란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내의 반발에 '대표직 사퇴' 카드를 꺼내들자 문재인 전 대표가 '비례대표 상위권'을 보장하며 김 대표 달래기에 나섰다. 비례대표를 통한 국회 입성을 놓고 두 전현직 대표가 떼쓰고 달래고 버티는 역할을 번갈아 하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22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자신의 '셀프 공천'에 반발하는 당내 분위기에 항의하며 전날에 이어 또 당무를 거부한 것이다. 

    김 대표가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 칩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사퇴설'을 부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대표 사퇴설에 대해 "저는 그런(사퇴) 기미를 느끼지 못했다. 오늘 오전 11시에 나와 번호를 다 정해야겠다고 (김 대표가) 직접 말씀하셨다"고 부인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전 대표도 "제가 당 대표를 계속했더라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상위 순번으로 모셨을 것"이라며 김종인 달래기에 나섰다.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던 문 전 대표는 이날 급히 상경, 김종인 대표의 자택을 찾아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 대표의 만류에 대해 즉답을 하지 않고, 조만간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약 50분간 김 대표와의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김 대표에게 '우리 당 간판으로서 당을 책임지고 이끌면서 야권의 총선승리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지금까지 정말 어려운 시기에 당 비대위를 맡아서 당을 살려놓다시피 했는데 마지막 마무리를 잘해줘야 지금까지 했던 일들의 의미가 살 수 있다"며 대표직 사퇴를 거듭 만류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이날 창원성산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말 어려운 시기에 김종인 대표를 선대위원장,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왔고 그 어려운 시기에 당을 맡아서 잘 추슬렀고 우리당이 빠르게 안정됐다"며 "김종인 대표에게 마땅히 예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김 대표가 비례대표 들어가는 것은 결코 노욕이 아니다"며 "이번 총선을 넘어 총선 이후, 대선까지 경제민주화 활동을 해나가려면 김 대표가 비례대표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김 대표의 발언을 옹호했다.

    또 김종인 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그만두겠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우리 당이 충분한 예우를 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김 대표의 당무복귀를 당부했다. 김 대표가 총선을 목전에 앞둔 시점에서 비례대표 순번 논란 끝에 사퇴한다면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김 대표를 설득해 사태 봉합부터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김종인 대표는 마지못해 당무에 복귀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사퇴 등) 결정은 종합적으로 곧 발표할 것"이라며 "결정은 종합적으로 발표할테니까 지금 나한테 답을 들으려고 하지 마라, 얼마 안 가서 결심한 바를 발표하겠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중앙위의 비례대표 공천안 등에 대해 "나는 무슨 의도에서 (중앙위가 반대) 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동안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데, 나를 욕보게 하는 것은 절대 용납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김종인 대표는 당 비대위에 참석, 정상적인 당무를 처리했다. 그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당내 비난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표직 사퇴 의사는 표명하지 않았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 비대위원회가 끝난 직후 브리핑을 갖고 "김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다. 사퇴 여부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표직 사퇴 주장은 당초부터 비례대표 확보를 위한 협상 카드가 아니였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당은 이들의 긴급 회동에 대해 "바지사장 김종인 대표와 오너사장 문재인 의원의 나눠먹기 막장 비례대표 공천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며 "김 대표와 문 의원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국민은 피곤하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은 또 "적반하장 격으로 김 대표는 사퇴한다고 국민을 협박하며 칩거에 들어갔고 문 의원은 김 대표의 몽니를 다독거린다며 급거 상경했다"며 "
    김 대표는 지금이라도 추한 노욕을 버리고, 셀프 공천과 원칙도 도덕적 기준도 없는 비례공천에 책임지고 정계를 떠나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뜻"이라고 밝혔다.

    '셀프 공천' 논란에 대표직 사퇴의 배수진까지 친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2번을 받고 당무에 복귀할지, 아니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표직을 내던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