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윤 의원 면담 사과 거부 비박계 총공세 격화되는 내분
  • ▲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13 총선 '공천 살생부' 파문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유출 논란에 이어 '욕설 녹취록' 공개까지.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음에도 새누리당의 계파 혈투는 갈수록 격화되는 모습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9일 누군가의 통화에서 "김무성 대표를 죽여버려" 등의 막말을 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에 대해 "진상 규명이 되면 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에 앞서 이번 논란에 대해 "아직 진상 파악이 안 됐다"면서 추후 진상 파악 과정을 거쳐 당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녹취록 파장이 확산할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친박(親朴)계 핵심 윤상현 의원은 '살생부 파문'이 터진 지난달 27일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김무성 대표를 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공개된 이 녹취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김 대표 이름을 언급하며 "죽여버리게, 다 죽여.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김무성 대표에게 사과하려 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면담을 거절해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대표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 드린다. 여러분 모두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7일 보도된 비박계 40명 살생부 명단을 언급하며 "그것은 절대 그런 일 없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있지도 않은 살생부 때문에 너무나도 격분한 상태였다"며 "그런 상태에서 제가 지역분들하고 술을 많이 마신상태 하에서 여러 하소연을 했고 그게 이런 말을 하게 이르게 됐다"고 해명했다.

    당시 누구와 통화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정말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제 주변사람이 녹음을 한 것 같은데 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누구랑 그 대화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통화기록을 봐도 그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알 수 없다. 저와 친한 사람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의원은 "취중에 사적 대화까지 녹음을 해서 언론에 전달한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며 제3자들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뒤 유포한 당사자를 정면 비판했다. 
  • ▲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 대표는 이날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주재했지만 '모두 발언' 없이 침묵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쏟아지는 질문에 "그만하라", "위험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를 거부했다.

    비박계는 이번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윤상현 의원을 향해 정계 은퇴까지 거론하며 전세 역전의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비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이번 논란과 관련, "전화를 받은 사람을 밝혀야 하고, 받은 사람이 어떻게 공천에 개입했는지 밝혀야 한다. 밝혀지지 않으면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오 의원은 또 "(윤상현 의원이) 비박계를 솎아낼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한 것이다. 공관위원이거나 공관위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며 공관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박계 일각에선 윤 의원에 대한 정계 은퇴 목소리까지 나왔다. 홍문표 사무부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기 때문에 정계를 스스로 은퇴하든지, 자기 거취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라고 본다"며 윤 의원의 정계은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친박계는 윤 의원의 부적절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사태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친박(親朴)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윤 의원을 향해 김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윤 의원에 대해 "총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은 김 대표에게 아무리 취중이라도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 ▲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모습.ⓒ뉴데일리
    ▲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모습.ⓒ뉴데일리
    당 안팎에서는 대표를 향한 윤 의원의 욕설 통화도 문제지만, 사석에서의 타인 통화 내용을 녹음-누설하며 당 내분을 격화시키는 인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이 적잖이 나온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조 1항), 이를 위반해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제16조1항 1-2호)고 규정하고 있다.

    온갖 정치공작과 불법적 수단을 불사하며 자기부터 살고보겠다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사적인 발언을 녹음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적 통화까지 녹음하고 언론에 공개하면 누구를 믿고 대화하느냐. 공작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에서는 내분을 중단하고 조속히 총선 준비에 올인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국회부의장인 정갑윤 의원은 "'화살 줄 너무 당기면 부러진다'했다. 내부갈등 계속할 시간이 없다. 조속히 당내 불협화음 정리하고 선거를 지휘할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총선이 불과 한 달 여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당은 아직까지 공천방식과 룰을 두고 내부적으로 서로 상충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께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다"며 "우리 당 총선 지휘체계를 시급히 갖춰야 된다"며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했다.

    당 내부에서는 격화되는 내홍으로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가 코 앞인데 자꾸 피 터지게 싸우기만 하면 어떤 국민이 지지를 해주겠느냐"며 "여당에 유리한 선거구도라는 말도 이제는 다 옛말이다. 야권통합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당의 총선 참패는 불보듯 뻔하다. 통탄할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