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선출도 연찬회서… 김한길·주승용·김동철·문병호·유성엽 거론
  • ▲ 국민의당 김영환 전략위원장과 김한길 창준위 상임부위원장이 20일 첫 의원총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던 도중, 입장하는 동료 의원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김영환 전략위원장과 김한길 창준위 상임부위원장이 20일 첫 의원총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던 도중, 입장하는 동료 의원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이 창당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쟁점들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한 '원샷 연찬회'를 연다.

    국민의당은 20일 김영환 전략위원장 주재로 당의 첫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영환·김한길·신학용·문병호·유성엽·장병완·권은희·김관영·김승남·안철수·임내현·최원식 등 12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21일 각각 창당하는 전남도당·광주시당의 위원장을 맡을 예정인 황주홍·김동철 의원은 현지에서 시도당 창당대회를 준비하는 관계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의총을 주재한 4선의 김영환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의 변화의 욕구를 반영하고 혁신의 첫 출발이 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의총이 시작되고 있다"며 "오랜 기득권의 양당 구도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는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우리는 사선(死線)을 넘어서 왔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의 변화에 관한 욕구를 담대한 변화로 담아내는 그런 의총이 되기를 바란다"고 무게를 실었다.

    '새정치의 시작'이라는 감격과는 별개로, 창당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는 냉정하게 쌓여 있었다. 모두발언을 마치고 비공개로 전환된 첫 의총에서는 원내대표 등 원내 당직 문제부터 시작해, 최근 창당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산적한 안건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은 "당이 지향하는 정체성과 핵심 지지 기반, 그리고 4·13 총선 이후의 정계 개편 방향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문제가 제기됐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문제의 제기만 이뤄졌을 뿐 딱히 특정한 방향으로 흐름이 잡힌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다"라고 말을 아꼈다.

    특히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 외에 '우클릭'을 통해 여권 지지층의 일부를 흡수해 궁극적으로 정치 지형을 3당 체제로 개편하는 것이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방향인지, 아니면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 내에서의 주도권 경쟁을 통해 확고한 우위를 정립함으로써 4·13 총선을 통해 제1야당을 교체하고 새누리당과 1대1로 맞서는 대표주자가 되는 것이 지향점인지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을 마치고 나온 김영환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정계 개편과 정체성 등 창당 과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문제 등 논의할 게 산적해 있다"며 "사안이 긴급하기 때문에 내일 전남도당·광주시당 창당을 마치고 난 뒤 밤 10시부터 이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연찬회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영환 의원이 이례적으로 '사안의 긴급성'을 강조한 이유는, 이 부분의 이견을 해소하지 않은 채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장기화될 경우 '당내 불화설'만 증폭되는 것은 물론 당의 외연 확장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최재천 의원은 당초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지 않고 당분간 무소속으로 머문다. '4·13 총선을 통해 야권 주도 세력을 교체한 뒤 통합을 통한 양당 체제 복구'를 선호하는 최재천 의원은 3당 체제 형성을 희망하는 안철수 의원과 입장 차이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지향점' 문제는 선결 과제로서 여러 가지 후속 과제를 수반한다. 예를 들어 '중도 3당' 방침으로 결정되면 △우클릭을 통한 정치적 중원을 장악해야 하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입장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고 △4·13 총선 이후에도 독자 정당으로 후년 대선까지 나아가게 되므로 더민주 등 기존 야권과 날카롭게 각을 세울 수 있으며 △총선 과정에서의 선거 연대, 후보단일화 등은 제한적으로라도 고려할 여지가 없게 된다.

    반면 '야권 대표주자 교체' 방침이라면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기 때문에 대여(對與) 선명성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 되고 △4·13 총선 이후에는 더민주 등 구 야권 잔존 세력을 끌어안아야 하기 때문에 야권 내의 공방은 자제할 수밖에 없으며 △총선 과정에서도 제한적인 선거 연대나 단일화를 고려할 수 있게 된다.

  • ▲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20일 첫 의원총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학용·임내현·안철수·김영환·김한길·장병완·유성엽·김승남·권은희·문병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20일 첫 의원총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학용·임내현·안철수·김영환·김한길·장병완·유성엽·김승남·권은희·문병호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또, 국회에 계류 중인 쟁점 법안 협상에 있어서도 '중도 3당'의 경우 폭넓은 운신이 가능하지만, '야권 대표주자 교체' 노선에서는 대여 선명성의 측면에서 쉽게 합의에 나설 수 없게 된다.

    '당의 지향점'이 연찬회를 통해 분명해져야 할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김영환 의원이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내일 토론은 하겠지만 논의할 게 산적해 있기 때문에 결정될지는 모르겠다"고 한 것은 이를 뜻한다는 지적이다. 지향점·정체성·정계개편 문제 등이 선결적으로 결정돼야 원내 포지션 또한 정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당의 전략통인 문병호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하루를 한 달처럼 써야 할 시기"라며 "밤을 새서라도 결정하겠다"고 다짐했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21일 밤샘 연찬회를 통해 의원들 간의 이견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지향점을 분명히 합의해, 창당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일부 상실한 추동력을 회복하려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러한 이유로 원내대표 선출은 연찬회에서 함께 하는 것으로 미뤄졌다. 또, 창당 과정에서의 혼란이 증폭되지 않도록 원내대표는 경선을 통해 선출하지 않고 합의 추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에서는 원내대표 합의 추대 방침에도 여전히 이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당의 지향점'이 결정된 뒤 이에 따른 원내 전략 수립 및 협상에 나설 원내사령탑으로는 김한길·주승용·김동철·문병호·유성엽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내대표를 통상 3선 의원급에서 맡는다는 점에서는 주승용·김동철 의원이 유력하다.

    주승용 의원은 실제로 19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염두에 두기도 했으나, 같은 전남 동부 지역 출신인 우윤근 전 원내대표가 출마하거나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의 후보 양보 요청,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의 수석최고위원 선출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탈당 전 더민주에서 최고위원을 지냈기 때문에, 원내대표 외에는 격에 맞는 적절한 당직이 없다는 점도 추대를 유력하게 하는 요소다.

    김동철 의원도 3선 의원으로 원내대표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동철 의원은 지난해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에 호남 지역구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출마했던 적이 있다.

    문병호 의원은 재선이지만 지난달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뒤이어 17일 가장 먼저 더민주를 탈당한 개국 공신에 해당하며 '신당의 설계자' 격이라는 점에서 원내대표로 적격이라는 평이다. 또, 원내교섭단체의 원내대표는 정보위에 소속돼 활동하며 테러방지법 등이 원내 쟁점 법안으로 계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보위에서 대여 협상 당사자로 활동해 왔던 문병호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는 게 원내 전략 수립과 협상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선의 유성엽 의원도 문병호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의 개국 공신에 해당하고,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이자 다가오는 4·13 총선에서 전략 지역으로 삼아야 하는 국민의당의 입장에서는 향후 언론에 자주 노출될 원내사령탑에 '호남 얼굴'이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원내대표로 지지하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현재 새누리당 원유철·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모두 4선이며, 원내 협상 과정에서 언론의 주목을 끌고 시선을 집중시키며 발언에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서는 중량감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4선의 김한길 의원의 원내대표 차출을 염두에 둔 주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환 의원은 "원내대표를 선임하는 문제는 국민들의 관심이 크고 중요한 첫 작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이날 의총에 주승용·김동철 의원이 불참한 점을 가리켜 "추대의 대상이 되는 한두 명 의원이 참석하지 않아서 본인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