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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개성을 방문했다.
국회 외통위가 추진 중인 북한인권법에 반발하면서 우리 기업이 상주하는 개성공단 국정감사까지 거부하던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변화로 평가된다.
이를 두고 한미 정상외교, 한일중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면서 가속이 붙고 있는 주변국의 기류 변화에 북한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통일위원들과 함께 2일 개성을 방문한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도 "지난 국정감사 기간 동안에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했었는데 북한이 승인하지 않았다"며 "(북한이)한 달여 만에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 현장에 가는 것을 허가함으로써 일단 북한의 입장이 조금 변한 것이 아니냐는 시사점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외통위의 방북은 2013년 10월 개성공단 국감에 이어 지난 2일이 두 번째이며 국회 차원에서 개성공단 이외의 지역을 찾은 건 처음이다.
북한의 이번 외통위원 초청은 남한에 대한 '도발' - '협상' - '지원' - '화해'의 순환 구조 중 '화해'제스처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에 유화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최근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 열국들이 가지는 북핵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남한과의 사이를 순화시키려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만월대는 남북이 공동 발굴한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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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외통위원의 방문에 북한은 상당히 극직한 환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북단에 참여한 의원들에 따르면 민화협 관계자들의 환대가 인상깊었다는 후문이다.
오전 9시 군사분계선을 넘은 외통위원들은 북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소속 관계자 20여 명의 안내를 받았다. 의원들은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 현장, 고려 박물관, 왕건릉, 만월대 발굴 유물전시장을 방문했다. 이후 개성 민속여관에서 단호박 영양밥과 대동강맥주, 송학소주 등으로 오찬했다.
나경원 위원장은 3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유화적인 관계를 설정하려게 아닌가 한다"며 "특히 (남북한이) 공동으로 역사유물을 발굴하는 등 역사문화 사업을 같이 하는 현장에 가는 것은 굉장히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또 "(이를 통해)남북교류의 어떤 접촉면을 좀 더 다양화하고 또 다층화 하는 아주 좋은 계기"라고 강조했다.
함께 개성을 방문한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도 "과거 개성공단에서 국감을 할 때보다 훨씬 더 포용적이라는 느낌"이라며 "평양에서 온 안내요원도 친절했다"고 밝혔다.
방북을 마친 외통위원들은 당초 계획에 없던 대북 지원 대책을 추가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외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남북 공동 발굴조사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데 여야 의원들이 공감했다"며 "남북 공동 문화유산 보전 사업을 강화하고, 북한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같은 북한의 외교전을 간파하고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유화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박왕자 씨 금강산 피격사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사과, 북한인권 개선, 자유시장에 대한 개혁개방 등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경원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그동안 여러 가지 (남북한)교류를 강조했다"며 "단순한 문화, 민생 교류를 넘어서서 경제적 협력과 교류도 좀 과감하게 해야 결국은 북한의 변화도 이끌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만월대뿐 아니라 평양과 비무장지대(DMZ)에도 공동 발굴을 확대해 나가자는 데 여야 의원들이 공감했다"고 했다. DMZ세계생태평화공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평화 통일 전략 중 하나인 만큼, 정부와의 공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