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여 장관 탓이다

  • 理念과 體制, 이것을 지키는 투쟁을 피해온 黃장관에게
    이념과 체제의 핵심인 역사전쟁의 지휘봉이 맡겨져 있으니 아찔한 일이다.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황우여(黃祐呂) 장관 탓이다. 많은 부분이 그렇다.
    좌편향 교과서 문제의 시정(是正)이 거칠게 나가는 배경에 黃장관이 있다는 말이다. 그는 국민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설명(說明)과 설득(說得)에 나서지 않는다. 미온적이다. 언제나 되풀이 된「갈등(葛藤) 회피적 본능」만 보인다. 손에 흙 묻히긴 싫어도 열매는 먹고픈 웰빙주의 관료처럼 비춰진다. 소위 진보와 좌파에 밉보여 국회의장 꿈이 그르칠까 긍긍하는 기회주의 속살마저 내비친다.  

    문재인 새민련 대표는 27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 연설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저에게 자기 뜻이 아니라 윗선의 뜻이라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黃장관이 그런 적 없다고 화들짝 놀라자 文대표는 『우리 황 부총리님 제가 좋아하는데, 입장을 난처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자꾸 키우지 마십시오』라고 기자들에 충고(?)했다. 역사로 전쟁을 한다는 여당이 적장(敵將)이 『좋아하는』 장수를 앉혀서 싸우고 있다니 코믹한 일이다. 

    교과서 국정화 TF 비밀(秘密) 운영도 黃장관 성격이 투영된 듯하다. 한밤 중 쳐 들어간 야당은 물론 정상적 행태가 아니다. 「국정감시 활동」이 아니라 「공무집행 방해」에 가깝다. 실제로 교과서 문제는 담당 부처가 이미 발표한 업무다. 黃장관이 『국정화 여부를 결정 안했다』고 말한 8일보다 3일 먼저 팀이 만들어 졌지만, 결정에 앞서 내용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 기존 조직에 한계(限界)가 있을 때 한시적(限時的)으로 새로운 조직을 꾸리는 것 역시 통상적인 행정행위다. 요컨대 TF팀 구성은 불법(不法)이 아니다. 

    문제는 교육부 TF팀의 운영방식이다. 비밀주의(秘密主義)는 가뜩이나 교과서 문제의 실태를 정확히 모르는 상당수 국민에게 「뭔가 켕기는 일」이라는 오해를 키운다. 친일·독재 미화 공작을 한다는 선동에 힘을 싣는다. 『역사를 바로세우는 올바른 일을 하는데 왜 걱정을 하느냐, 두려워 말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13일 수석비서관회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맞는 말이다. 황우여 장관은 올바른 일을 하는데 왜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당당(堂堂)히 설명과 설득에 나서지 않는가?

    黃장관 체질이 그렇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적당한 타협을 선(善)으로 여긴다. 그의 정치적 이력에 악(惡)에 대한 의로운 분노를 찾기 어렵다. 2012년 몸싸움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당내 소장파와 만들어 낸 국회선진화법도 黃장관 작품이다. 그는 여의도 동물국회를, 기초적 민생 관련 법안도 만들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퇴화시켰다. 당 대표 시절인 2013년 12월엔 소위 「국정원개혁특위 관련법 개정안」을 끌어냈다. 야당의 국정원 무력화(無力化)주장에 야합한 것이라는 보수층의 집중적 비난을 받았다. 

    黃장관은 지난 해 2월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제 통일은 더 이상 이념(理念)과 체제(體制)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공동생활체 복원과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었다. 理念과 體制, 이것을 지키는 투쟁을 피해온 黃장관에게 이념과 체제의 핵심인 역사전쟁의 지휘봉이 맡겨져 있으니 아찔한 일이다. 지휘봉 또 다른 한 쪽엔 『북핵은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라는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포진해 있으니 더욱 난감하다. 내부의 진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바깥의 싸움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