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셀프 재신임에 이어 10.28 패배에 긴급 기자회견, 내용은 역시 '엉뚱'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4.29재보궐선거 참패 다음날인 4월 30일 엉뚱한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거에서 완전히 패배했음에도 '불법 정치·대선자금' 및 '세월호 참사'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당시 문 대표는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 우리 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축하와 함께 경고한다"고도 했다.

    이른바 '셀프 재신임'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당내에서는 '무책임의 극치'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6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문 대표는 변함이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0월 재보선에서 전체 24개 지역구(1곳 무투표 당선 확정)에서 진행된 이번 재보선에서 광역의원 단 2석만 겨우 건졌다. 또 참패한 것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사교과서 논란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하면서, 자신의 제안이 받아지지 않을 경우 강도높은 국정화 반대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국민', '민생'을 외치며 선거를 앞두고 벌인 길거리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입으로는 '정쟁 중단'을 외치고 몸으로는 '장외투쟁'을 선보이는 모순적 언행을 한 것이다. 선거 패배 때마다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표는 이번에도 압승을 거둔 정부여당을 향한 경고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만약 압도적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확정고시를 강행한다면 저는 박근혜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이 아주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여당이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을 비롯한 법적 조치, 교과서 집필거부 및 대안교과서 만들기 운동에 돌입할 뜻을 내비치며, "현재 진행 중인 성명운동, 역사 교과서 체험관, 버스투어 등 대국민 여론전도 지속하는 동시에, 보다 강력한 대응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강경 모드를 더욱 강화해 야권의 분열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10월 재보선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선거 참패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재보선 결과는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 저희가 더 겸허하게 노력할 일"이라고 짧게 말했다.

    다만 문 대표는 연이은 선거 참패의 여파 탓인지 이날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는 내내 힘이 많이 빠져 보였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비례대표 축소 저지 농성중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비례대표 축소 저지 농성중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당은 문 대표의 사회적 기구 구성 제안에 대해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표의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백지상태에서 논의하는 새 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과 관련, "집필진이 참여하면 그게 사회적 기구"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이날 경북 경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문 대표가 사회적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것은 곧 현행 역사교과서가 잘못됬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문 대표가 할 일은 국회에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처리와 예산안 심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잠시 잠잠했던 '문재인 대표 책임론'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조짐이다.

    김한길 전 대표는 10.28재선거 참패와 관련, "우리당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총선을 앞두고 걱정이 더 깊어진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 역시 "당이 아직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문 대표를 겨냥했다. 

    박지원 의원은 "또 한 번의 충격이다. 수도권 강세지역에서도 모조리 패배했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연이은 선거 참패와 거세지는 책임론에도 불구, 문 대표가 셀프 기자회견으로 강경투쟁을 이어갈 뜻을 밝힘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둔 당 소속 의원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