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이 공천 배제 하위 20% 좌우?… "국민을 부정하고 모독"
  • ▲ 새정치민주연합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28일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백미숙 김인숙 안용흔 오동석 신선호 조은 지병근 양현아 문진영 김형철 안상훈 평가위원. ⓒ뉴시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28일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백미숙 김인숙 안용흔 오동석 신선호 조은 지병근 양현아 문진영 김형철 안상훈 평가위원. ⓒ뉴시스 사진DB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완전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 실시 여부를 둘러싸고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공방이 계속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인위적 물갈이'의 일익을 담당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출범했다.

    '총기 난사' 혁신위가 제안해 당헌·당규에 반영된 혁신안에 따르면, 선출직평가위의 평가 결과 하위 20%인 국회의원들은 내년 4·13 총선의 공천 대상에서 배제된다. 그러나 이날 출범한 평가위가 정치문외한들로 구성돼 있어, 정치 현실과 민의를 두루 반영하는 올바르고 공정하며 투명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회의론이 제기된다.

    새정치연합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동국대 명예교수)은 28일 국회에서 선출직평가위 제1차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문재인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출직평가위 구성안을 상정해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의결했다.

    최고위에서 의결된 새정치연합 선출직평가위 명단에는 △김인숙 전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김형철 전 성공회대 연구교수 △문진영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백미순 전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신선호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안상운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안용흔 대구카톨릭대 행정학 교수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포함됐다. 여기에 조은 위원장까지 총 11명으로 선출직평가위가 구성됐다.

    조은 위원장은 첫 전체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선출직평가위는 우리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도입하기 위한 계기이자 시도"라며 "이런 당의 결정은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이 이러한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은 총선 승리라는 의제를 안은 것이고, 결국은 좋은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총선 승리의 시작"이라며 "좋은 후보가 누구인가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고, 국민의 참여와 기대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은 위원장은 극심한 친노 편파 공천이 이뤄졌던 2012년 민주통합당 한명숙 지도부에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선출직평가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근 한 달 가까이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이처럼 자신을 둘러싼 인선에서의 논란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조은 위원장은 선출직평가위 구성 과정에서 문재인 대표나 이른바 친노(親盧) 등 어떠한 세력의 관여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조은 위원장은 "(평가)위원 구성에서 사심없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일해오신 분들이라는 평가를 받은 분들로 조금의 손색도 없는 위원회를 구성했다"며 "당의 누구도 (평가위원을) 선임하는 데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래 독립기구로 출범하기도 했지만, 위원장을 맡으면서 적극적인 지원과 승복의 메카니즘을 당이 적극적으로 담보할 것을 요구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독립적인 위상과 함께 위원 구성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선임을 했다"고 설명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28일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조은 위원장(사진 맨 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28일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조은 위원장(사진 맨 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아울러 "어떠한 정치적 셈법도 쓰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것을) 알지도 못한다"며 "공정하게 객관적인 시스템 하에서 평가를 할 것이고, 한 치의 의심도 없는 평가를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공정한 평가를 한다고 해도 결국은 밀실에서 11명에 불과한 소수 인원이 국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공당(公黨)의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출직평가위의 활동을 둘러싼 논란은 향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은 지난 20일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 화요 정치 토크에 출연해 "많아봤자 9~1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부정하고 모독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주는 것은 한국 정치사의 혁명적인 진전"이라고 강조했었다.

    같은 당의 최규성 의원(전북 김제·완주)은 이러한 당내 여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해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동료 의원 79명의 연서로 제출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 측은 혁신안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의총 소집에 반대하고 있지만, 당헌 제66조 1항 후단에 "의원총회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원내대표가 소집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는 당헌에 반하는 초헌(超憲) 독재적 당 운영이라는 지적이다.

    최규성 의원도 본지와 통화에서 "제왕적 총재가 맘대로 자르는 그런 것을 없애는 오픈프라이머리는 가장 혁신적인 제도"라며 "이미 의총 소집요구서가 제출돼 있는데 안 열면 그건 (당헌) 위반"이라고 단언했다.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행) 유죄 확정판결자 외에는 모든 당원에게 문호를 개방해 '인위적 물갈이' 없이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 추진이 당론으로 채택되면, 선출직평가위의 평가 결과는 강제사항이 아닌 참고사항으로만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조은 명예교수를 선출직평가위원장으로 인선하는 것을 의결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평가위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안 된다는 전제 하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로 가게 되면 사실 의미는 없어져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여야 간에 합의됐을 경우 선출직평가위의 평가 자료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참고사항이 되는 것"이라며 "강제사항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오픈프라이머리는 사실 국민을 굉장히 속이는 제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당내에 더 이상의 분열을 막으면서 국민이 생각하는 공천혁신이라는 변화를 보일 수 있는 수단이 달리 없기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