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표제 전환 및 임면권 위임… 통합 야권신당 출범 염두에 둔듯
  • ▲ 신민당 박준영 창당준비위원장이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발기인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이 자리에는 유한열·신순범·채일병·김경천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신민당 박준영 창당준비위원장이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발기인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이 자리에는 유한열·신순범·채일병·김경천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가칭 신민당이 29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10·28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한 여파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재점화하고, 김한길 전 대표도 총선 전망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명해 당의 원심력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당의 창당발기인대회가 열림으로써 향후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박준영 전 지사는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신민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구(舊) 신민당의 고 유진산 총재의 아들인 유한열 전 의원(5선·충남 금산)과 신순범(4선·전남 여천), 채일병(초선·전남 해남진도), 김경천(초선·광주 동) 전 의원이 참석했다. 또, 호남 지역을 대표해 김지수 광주전남향우회 고문, 서영수 광주전남향우회 시군회장단 전 회장, 유상득 호남향우회 전 회장 등도 함께 했다.

    축사를 맡은 유한열 전 의원은 "누가 탈당을 한다, 창당을 한다 하는데 정치인이라면 말로만 해선 안 되고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며 "박준영 전 지사는 도백(道伯)만 오래 하고 공무원 출신이라 이런 결단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발기인대회를 한다니 큰 격려의 박수를 부탁한다"고 치켜세웠다.

    박수와 환호 속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박준영 전 지사는 수락사를 통해 새정치연합을 향한 맹공을 퍼부었다.

    박준영 창당준비위원장은 전날 있었던 10·28 재보선 결과를 언급하며 운을 뗐다. 그는 "총 24개 선거구에서 새누리당이 15명의 당선자를 냈고 무소속은 7명을 차지했으며, 내가 얼마 전까지 소속됐던 새정치연합은 2석을 얻었다"며 "어제처럼 국민들은 이미 수 차례에 걸쳐서 새정치연합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단언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관해서도 "만약에 우리가 그동안 믿었던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집권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을 느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절대 이렇게 (밀어붙이기를) 할 수 없었다고 믿는다"며 "국민들의 명령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새정치연합의 책임을 추궁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서울시의 운명은 서울시민이 결정해야 하는데, 요상하게도 새정치연합의 운명은 당원들의 손을 떠나 있다"며 "모바일 투표, 모바일 정당에 이어 요즘 등장한 안심번호는 이게 다 요술방망이가 될 것"이라고 친노(親盧) 세력의 '장난질'을 비판했다.

  •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신민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수락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29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신민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수락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준영 위원장은 수락사를 통해 △청년이 도전할 수 있는 정당 △노년이 대접받는 정당 △중소상공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정당 △지방자치를 대폭 확대하는 정당 △농업과 수산업을 살리는 정당 △분단과 민족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 △당원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방자치를 대폭 확대하는 정당'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10년에 걸쳐 전남도지사를 3선한 자신의 경력을 어필했으며, '농업과 수산업을 살리는 정당'에서는 장차 정치적 기반이 될 호남 지역을 배려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당원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정당'이라는 대목에서는 모바일 투표 등으로 패권주의 계파가 당권을 전횡해 온 새정치연합과 신민당을 확실히 대조시키려는 의도를 부각하며 날을 세웠다.

    이날 창당발기인대회에서는 향후 있을 야권 재편과 통합 야권 신당 출범을 염두에 두는 모습도 엿보였다.

    박준영 위원장이 선출돼서 수락사를 마친 뒤 "추가 의결할 안건이 있느냐"고 묻자, 백수현 발기인은 "다음 회의가 개최될 때까지 공동대표제로의 전환이나 공동대표 임면권 등 일체의 권한을 오늘 선출된 대표에게 위임하자"고 제안했다. 이 안건은 이의 없이 박수로 만장일치 의결됐다.

    이는 향후 공동대표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대가 임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 혹은 이날 창당발기인대회에 축하 화환을 보내온 김민석 새로운시작위원회 의장의 민주당과의 공동대표로의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박준영 위원장은 창당발기인대회가 끝난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12월 중순은 다음 총선 후보자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시기"라며 "그 때에 가능하면 맞춰서 창당 전당대회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준영 위원장은 내년 4·13 총선의 출마 여부 등 본인 스스로의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치 구조가 너무 후진적이고 국민을 피곤하게 하기 때문에, 정말 정책을 갖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당으로 (신민당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내 모든 것을 바치려고 한다"며 "우선 최고의 목표는 좋은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