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문재인, 사상·이념 의심" 野 "김무성, 정무특보냐"여야 원내지도부 3+3 회동 취소될 듯… 국회 빙하기 우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2일 청와대에서 5자회동을 마친 뒤 국회본청으로 돌아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2일 청와대에서 5자회동을 마친 뒤 국회본청으로 돌아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아무 성과 없이 끝난 청와대 5자 회동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22일 청와대에서 1시간 50분에 걸쳐 회동을 가졌지만, 거의 모든 정국 현안에 걸쳐 접점을 찾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회동 결과는 '녹취록 풀기 경쟁'이었고 각자의 주장을 녹음기 틀 듯이 반복했을 뿐"이라며 "답답한 정국이 풀리기는 커녕 오히려 정국 경색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5자 회동 이튿날인 이날 경쟁적으로 방송에 출연해 '회동 결렬'의 책임을 '네탓'으로 돌리며 상대 진영을 향해 격렬한 포화를 뿜어냈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등 일부 정치인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상대 정당 인사를 향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 '5자 회동'을 계기로 여야가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고 민생경제 살리기로 나설 줄 알았던 국민의 기대를 갈수록 배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좌편향 내용 없다니… 문재인의 이념·사상 의심할 정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거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경제 관련 요청에 답을 내놓지 않은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격렬히 비판했다.

    특히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에서도 40여 분 '토론 수준'으로 계속됐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관한 '연장전'을 진행하면서,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내용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문재인 대표의 인식을 문제삼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여야 당대표·원내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해서 정말 간곡하게 부탁했는데, 이런 요청에 대해서 야당이 답을 안 했다"며 "대통령이 간곡하게 부탁한 것들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매도한 것으로 전해진 문재인 대표를 향해서는 "단 한 줄도 기술된 것이 없는데 미리 예단해서 친일·독재를 미화한다고 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국사편찬위에 맡겨놓고 국회는 민생과 경제활성화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꾸짖었다.

    새정치연합이 회동 이후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하겠다고 천명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간곡히 요청했는데도 야당이 장외로 나가 국회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야당 지지율이 지금 상당히 안 좋은데 문재인 대표는 일자리 창출이나 민생 법안을 위해 통큰 결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김태흠 의원도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그쪽은 그렇게 (암담한 절벽을 마주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할 것이면) 왜 응했느냐? 그건 서로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5자 회동에서 시급한 민생경제와 관련해서도 이렇다할 합의점이 마련되지 않은 것을 가리켜 "민생 문제를 챙기자고 하면서 역사교과서에 함몰해 있는 게 야당"이라며 "야당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지금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표가 전날 회동에서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라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교과서를 보니까 하나도 (좌편향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며 "좌편향된 내용이 없다는 것은 일부 국민들이 보는 것처럼 그 분의 이념과 사상에 대해 의심할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태흠 의원은 "(좌편향된 교과서를) 바로잡는 방법 속에서 (검인정을 강화하되) 국정화에는 반대를 한다면 입장에도 설득력이 있는데, 현행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된 내용이 없다고 하면 절벽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2일 청와대에서 5자회동을 마친 뒤 국회본청으로 돌아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2일 청와대에서 5자회동을 마친 뒤 국회본청으로 돌아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답이 없는 F학점 대통령… 여당 대표, 덩칫값 못해"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같은 날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맞불을 놓으며, 장외에서의 치열한 연장전에 응했다. 이들 중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를 직접 겨냥해 정제되지 않은 용어로 비난을 가했다.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걸러내지 못한 교육부의 검인정이 문제'라는 등 정확히 일치되지는 않는 대응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치는 없고 통치만 하려 하는 대통령" "참 답이 없는 대통령" "F학점의 대통령"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거친 독설을 내뿜었다.

    덧붙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향해서도 "참 덩칫값 못하는 여당 대표" "마치 대통령 정무특보 같은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딱한 심정을 봤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전날 5자 회동에서 대통령이 야당의 의견을 수용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야당은 회담에 들어갈 때 '국정교과서는 저지하겠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은 '야당의 생각이 그렇게 확고하다면 재고해보겠다'거나 '국민여론을 수렴해보겠다'는 태도로 나왔어야 하는 것이고, (야당은) 그걸 미리 대통령에게 주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내용에 관해서는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문제가 없다"며 "다만 친일의 후손들이라든가 독재정치의 후손들이 봤을 때는 불편할 수 있겠다"고 조소를 멈추지 않았다.

    같은 당의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생과 관련해서 아주 절실하고 오랫동안 (이종걸) 원내대표가 말을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전혀 반응이 없었다"며 "인식의 간극만 확인하고 온 듯해서 정말 절망적"이라고 단언했다.

    현행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만약에 문제가 있는 게 있다면 검정제도"라며 "정부가 이걸 다 검정을 했던 것인데, 그렇다면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뭘했는가"라고 반격했다.

    ◆3+3 회동 취소될 듯… 여야 대화 없는 냉각기 오나

    한편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에서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이어, 이날 장외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대거 가담한 연장전이 진행되고 있어 정국의 급랭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전날 회동에서 정부·여당이 보여준 태도를 격렬히 규탄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야당이)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 같은 구도를 계속 부풀리면서, 이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듯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 같았다"며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다시 전열을 정비해야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협상을 해봐야 기본적인 시작조차 힘든 것 아니냐"며 "이후의 어떤 협상도 분명한 목적 아래서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당초 이날로 예정돼 있던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 간의 3+3(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의 취소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기국회에서의 입법 과제와 예산 심의 등 현안을 논의하기로 돼 있던 3+3 회동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 정국은 한동안 대화 없는 냉각기를 거치는 것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