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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식당 제공
‘심야식당’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SBS 토요드라마 ‘심야식당’(극본 최대웅 홍윤희, 연출 황인뢰)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독특한 콘셉트의 식당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보편적이고도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그동안 ‘심야식당’이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 MSG 없는 청정드라마
‘심야식당’은 자극적인 소재 하나 없이도 드라마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우리네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단골손님뿐만 아니라 특별손님들까지 여러 배우들의 호연을 담아냈다. 드라마 사상 가장 많은 특별손님들이 ‘심야식당’을 찾아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기존 영화나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줬던 이미지나 혹은 그 상반되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이 담긴 이야기를 전했다.
‘심야식당’에서는 한국 드라마에서 가득 채우고 있는 출생의 비밀, 불륜, 반전 등 자극적인 소재는 없었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 그들이 먹고 사는 현실의 문제들을 풀어놓았다. 거기에 마스터의 내레이션과 단골손님들의 입담이 더해지면서 우리네 삶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높였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볼거리는 아니지만 심야식당의 한층 더 소박한 매력을 자아냈다.
◆ 드라마 형식파괴 30분 에피소드
한국 드라마로서 볼 수 없던 30분 에피소드 연속 2회 방송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시도와 더불어 가능성을 인정받은 ‘심야식당’이 시즌2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자간담회 당시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30분짜리 에피소드 드라마가 처음으로 나왔다는 점엔 점수를 주고 싶다"며 "처음 새로운 포맷을 연출하다 보니 힘들었다. 길을 닦으면서 가는 기분이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황인뢰 PD는 “기회가 돼서 이런 포맷의 시도가 나오면 후배들은 좀 더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덧붙였다.
심야식당’ 세트장을 방문한 일본 ‘심야식당’의 원작자 아베야로도 “회당 30분 에피소드 형식의 ‘심야식당’이 한국 지상파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포맷이라고 들었다. 원작자로서 참 뜻 깊다. 이번 ‘심야식당’이 한국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 음식을 통한 따뜻한 인생 이야기
‘심야식당’의 마스터는 정해진 메뉴 없이 손님들이 주문하는 음식을 만든다. 손님이 선택한 ‘음식’은 그의 인생을 반영하는 매개체가 된다. 한국인 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음식에 한국식 정서를 더해 치열한 하루에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달래줬다.
20회가 이어지는 동안 ‘가래떡구이와 김’ ‘메밀전’ ‘비빔 열무 잔치국수’ ‘모시조개탕’ ‘! 버그 스테이크 정식’ ‘돼지갈비 김치찜’ ‘삼계탕’ ‘버터라이스’ ‘ 떡갈비’ ‘보리굴비’ ‘양념치킨 볶음밥’ ‘피자두’ ‘골뱅이통조림’ ‘감자맛탕과 통오징어떡볶이’ ‘굴소스 마요라면’ ‘감자옹심이 미역국’ ‘토르티야 반달피자’ ‘가자미구이’ ‘장 림 돌솥비빔밥’ ‘가을 전어파티’ 등 매회 사연이 있는 메뉴와 특별손님으로 누가 나올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홍윤희 작가는 “단순히 먹고 싶은 대중적인 음식에서 담고자 했던 것은 인생의 맛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음식. 그리고 인생의 쓴맛과 단맛, 추억과 상처, 치유까지 그리고 싶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한국의 정서를 담아낸 캐릭터와 세트
‘심야식당'의 골목과 식당은 서울 종로의 피맛골과 같은 사라진 골목을 모델로 삼아 제작됐다. 서울이 오래된 도시인만큼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실제로 종로의 식당 중 오래된 곳들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남은 일본식 양식과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이 공존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식당 외관도 평범 그 자체. 자재로 쓰인 고목을 통해 옛 것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야식당' 제작진을 가장 힘들게 한 부분은 일본 원작과의 끊임없는 비교였다. 하지만 서울 번화가 뒷골목에 위치한 ‘심야식당’은 한국의 정서, 우리네 사람들의 보편적인 추억과 사연이 담긴 음식, 스토리를 그려 나갔다.
“원작 속 ‘심야식당’은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이다”라는 아베야로의 말처럼 어딘가에 이런 식당이 존재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즌2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