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계파·지역 모두 고려했을 때…추대냐 경선이냐
  • ▲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추대 시나리오 일 때 후임 원내대표로 급부상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추대 시나리오 일 때 후임 원내대표로 급부상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전격 사퇴하면서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의원들의 물밑 접촉이 분주하다.

    차기 원내대표로 원유철 정책위의장, 심재철 의원, 정우택 정무위원장, 주호영 전 정책위의장, 이주영 전 해수부장관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하마평에 오른 이들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본다. 

    ◆원내대표 선출은… 

    우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과 짝을 이뤄 경선을 통해 선출된다. 만일 한 명으로 후보가 모아져 경선이 필요 없는 경우 추대의 형식으로 선출된다. 

    원내대표는 상대 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자리기 때문에 당내 구심점 뿐만 아니라 협상 능력이나 야당과의 관계도 감안해 계파·선수·지역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된다. 주로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과 짝을 맞춰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강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합해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인 유승민~원유철 조의 경우, 같은 비박계로 계파 안배를 포기한 대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TK,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수도권(경기 평택갑)으로 지역을 안배했다. 뿐만 아니라 선수로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3선,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4선으로 이주영 전 해수부장관(4선)~홍문종 의원(3선)과 밸런스를 맞췄다.

  • ▲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수도권 4선의원으로 좋은 조건을 두루갖췄다. 다만 비박계라는 점에서 당청 소통에 의구심이 있다는 평이 나온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수도권 4선의원으로 좋은 조건을 두루갖췄다. 다만 비박계라는 점에서 당청 소통에 의구심이 있다는 평이 나온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경선보다는 추대… 하지만 누구를? 

    차기 원내대표 선출은 일단 경선이 아닌 추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모두가 '선당후사'의 자세를 보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친박과 비박이 당권 장악을 위해서 또 싸우는 모습으로 전개된다면 보기 흉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가뜩이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친박과 비박간 계파갈등이 드러났다는 평을 받는 상황에서 후임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까지 친박과 비박간 패권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수도권 4선으로 후임 원내대표를 하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을 갖췄지만 전임 유승민 원내대표와 짝을 맞춰 끝까지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입장을 피력했기에 추대를 받는다면 모를까 다시 경선에 나서기는 다소 어렵다는 지적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이미 주호영·심재철·이주영·정우택 의원 등 유력 후보군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그 중 일부는 출마 선언까지 한 상황에서 원유철 정책위의장으로 추대가 쉽게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만일 추대가 아닌 경선이 이뤄진다면 앞서 언급한 4인 중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3선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새누리당의 현실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3선 후보를 찾기 힘들다.

    3선급이 앉는 사무총장 자리도 이군현 사무총장이 사퇴한 뒤 후보군이 넓지 않아 공석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론은 더욱 뒷받침된다.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친박계 4선의원으로 좋은 조건을 두루갖췄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의원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의원들이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친박계 4선의원으로 좋은 조건을 두루갖췄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의원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의원들이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경선 이뤄진다면… 하마평 오르는 4인의 강점과 약점은

    우선 계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 2월 2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은 이주영~홍문종 의원의 친박과, 유승민~원유철 조합의 비박으로 나뉘어 계파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러다보니 전임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의 사퇴를 두고 '친박계의 당권 장악'으로 해석하는 등 당 내 계파 갈등 구도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의원들 사이에서 똑같은 그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우세하다면 이번 경선은 친박과 비박이 조를 이뤄 계파 안배에 신경 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원내대표 선출이 당청 관계 악화로 발생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원내대표는 당청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평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친박계 원내대표가 비박계 원내대표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지난 2월 2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의 경선에서 스스로 친박임을 자처했던 이주영 의원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역시 친박인 정우택 의원도 다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호영 의원은 비박이지만 청와대 정무특보로 지명받았었다는 점에서, 당청관계 소통이라는 잣대를 놓고 본다면 마이너스가 될 만한 부분은 없다.

    심재철 의원은 비박으로 이 부분에서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비록 비박계 3선의원이지만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점을 만회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은 비록 비박계 3선의원이지만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점을 만회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두 번째로는 선수(選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원내대표는 통상 3선이 맡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변수가 있다.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자리인데, 야당 원내대표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4선이기 때문이다. 선수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4선이라 해도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에게 선수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 3선인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장에서는 같은 3선인 우윤근 원내대표보다 4선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훨씬 까다롭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승민 원내대표는 우윤근 원내대표와 협상보다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야당에 끌려 다녔고, 그 결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우윤근 원내대표와 논의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뿐만 아니라 거취문제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국회법 개정안도 통과시켜 줬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4선의 이주영·심재철 의원이 3선의 주호영·정우택 의원에 비해 나쁠 것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 ▲ 충북으로 수도권 3선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친박계 이지만 비박과도 사이가 멀지 않다는 평이 우세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충북으로 수도권 3선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친박계 이지만 비박과도 사이가 멀지 않다는 평이 우세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세 번째로는 지역이다.

    전임 유승민 원내대표~원유철 정책위의장은 TK와 수도권으로 짝을 이뤘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전임자인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충청권으로, 영남권인 주호영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해 구색을 맞췄다.

    그렇다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영남권 의원과 수도권 의원이 짝을 이뤄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수도권 의원이 원내대표를 비롯해 주요 당직을 맡는 쪽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과 함께 지난달 16일 사퇴하면서 "새로운 인선은 비영남권, 수도권 인사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박대출 대변인과 권은희 대변인도 총선을 앞두고 사퇴했지만 후임 인선이 정해지지 않아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각 수도권과 충청권인 심재철 의원과 정우택 의원이 조금 더 유리하고, 주호영 의원과 이주영 의원은 각각 TK와 PK로 조금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