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탈당자 중 전현직 국회의원 없어… 박지원 정치적 운신도 좁아질 듯
  • ▲ 새정치민주연합 전직 당직자와 당원들이 9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직 당직자와 당원들이 9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극심한 내홍에 가려져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갈등이 잡음을 내며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전 당직자와 당원 십수 명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탈당과 신당 창당 추진을 선언했다.

    이들을 대표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정진우 전 민주통합당 사무부총장은 "새정치연합으로는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이라며 "탈당하고 야권 재편을 위한 새로운 첫걸음에 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무명 용사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겠다"며 "작은 출발은 온 들녘을 사르는 불씨가 되고 희망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 '선도 탈당'을 시사했다.

    나아가 전날 2차 혁신안을 발표한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향해서도 "(혁신안은) 친노 강화·비노 척결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진우 전 부총장은 탈당 선언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4·13 총선에 후보를 낼 것이냐는 질문에 "내년 총선까지 기다릴 것 없이 올해 10월 보궐선거에 바로 (후보를) 내겠다"고 장담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동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역 의원들은 알다시피 상당히 결심을 늦게 하는 편"이라면서도 "박주선 의원은 3선 중 두 번을 전남과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당과 관계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지지받는 분이라 자꾸 우리가 매달리고 읍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도 탈당'의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움직임이 있었던 반면, 새정치연합내 호남 정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같은 날 항소심 공판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아 향후 정치적 행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9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아, 향후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9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아, 향후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이날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국회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형량이다.

    검찰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으로부터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3000만 원을 전달받은 혐의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측근인 이모 씨를 통해 2000만 원을 전달받은 혐의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전남 목포 지역사무소에서 3000만 원을 전달받은 혐의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 주장대로 △많은 기자와 사람들이 왕래하고, 게다가 당일에는 같은 층에서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열리고 있었던 원내대표실 앞 화장실에서 3000만 원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점 △임석 전 회장이 이모 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일시와 장소가 분명치 않은 점 등을 들어 앞선 두 가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오문철 전 대표로부터 지역사무소에서 3000만 원을 전달받은 부분의 혐의 만은 사실로 인정해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판결이 선고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항소심의 중대한 오심이라 판단하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며 "반드시 대법원에서 누명을 벗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재차 확인될 경우 정치적인 운신의 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돼 왔다. 박 전 원내대표는 최근 방송 출연에서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누구도 미래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한다"며 "분당의 기미를 보인다면 나 자신이 뭐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게 정치의 생리"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되고, 이에 따라 상고심으로 무대를 옮겨 법리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