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북한인권법안' VS 새정치 '북한인권증진법안' 대립
  • 10년째 낮잠을 자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도대체 언제쯤 통과될 수 있을까.

    북한인권법은 여야의 극명한 대립 속에서 여전히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도)을 해서라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월 국회가 중반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국회 안팎으론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한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김영우 의원이 지난 2014년 11월 21일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같은해 4월 29일 심재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두 법안 모두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심사 과정 중이다.

    여야가 각각 발의한 북한인권관련법의 상충점을 짚어보자.

     

  • ▲ 북한인권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북한인권법안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인권 강조 vs 지원 강조


    여야는 북한인권법안의 제안 이유부터 차이를 보인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의 실태를 적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새정치연합은 인권을 거론하며 북한 정권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안의 제안 이유에 대해 "북한의 인권상황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고, 북한주민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북한의 인권상황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인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라고 밝힌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실태에 대한 지적은 최근 북한 정권의 강제북송, 강제낙태, 영아살해,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내 각종 고문, 꽃제비 증가 등의 인권 탄압이 국제적으로 폭로되면서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은 생명과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북한 주민을 위한 복지 정책으로 해석 가능하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북한인권증진법안은 북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한 대북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인권증진법안은 북한인권법에 비해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지적이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선 편향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북한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해서는 자유권 증진과 생존권 증진이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자유권 증진은 대북인권대화로, 생존권 증진은 인도적 지원으로 접근되어야 한다"고 대북 지원을 강조한다.

    나아가 "생존권 증진에는 정치적·군사적 상황과 연계되지 않는 글자그대로의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창한다. 이에 일각에선 북한인권증진법안이 제 2의 햇볕정책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이 맞잡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사진 DB
    ▲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이 맞잡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사진 DB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과 에너지난으로 고통 당할 때에도 북한 정권은 지원받은 물자를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이 같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펼친 햇볕정책은 이미 그 폐해가 드러난 만큼, 무분별한 대북지원이 인권 개선과 평화통일에 역효과라는 게 증명된 상태다.

    실제로 김정일은 1994년 대량아사가 시작될 때 주석궁 (금수산태양궁전·김일성의 무덤)의 리모델링에 8억 달러를 썼다. 이는 2,400만 북한주민이 3년 치 쌀 또는 5.2년 치 옥수수를 살 수 있는 액수다(국제 곡물가 기준).

    1997~2007년 햇볕정책 기간 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에 준 금품은 69억5,000만 달러에 육박한다. 이는 2,400만 북한주민 15년 치 쌀 또는 26년 치 옥수수를 살 수 있는 액수다. 남한에게서 받은 자금만으로도 최소한 26년 이상 굶어죽는 사람이 없었어야 했다. 그러나 아사자는 줄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3년 김정은이 사치품 수입에 사용한 돈은 6억4,429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2,400만 북한주민의 1.5년 치 쌀 또는 2.6년 치 옥수수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김정은은 자신과 주변인들의 술, 시계, 핸드백, 보석, 카펫, 유럽산 순종 시츄, 셰퍼드 등 애완견 관리용품 등에 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식량난 조차 해결하지 못해 국제원조에 의존하고 있지만, 군사비 지출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사실상 핵무기 다량화·소형화 단계에 들었으며, 미사일 세계 6위, 잠수함 세계 4위, 생화학무기 세계 3위로 올라있다.

     

  • ▲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 ⓒ연합뉴스
    ▲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 ⓒ연합뉴스

    ◆ 무작정 퍼주기 VS 투명성 요구

    그럼에도 여당은 대북 지원을 강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통일 전 서독은 프라이카우프(자유를 사다)를 통해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까지 정치범 3만 3천여 명과 그 가족 25만 명을 귀환시키는 등 압박이나 제재가 아닌 대화를 통해 동독의 인권문제를 개선시켰다"고 물자 지원의 선례를 제시한다.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주장은 대북지원의 당위성을 잘 설명한 듯 보이지만 일각에선 잘못된 비교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프라이카우프는 단순 물자 지원이 아닌 동독의 체제 변화를 전제로한 대가성 지원이기 때문이다.

    서독은 프라이카우프식 지원에서 3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대가를 받지 못하면 주지 않는다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주지 않는다 △동독이 요구하기 전에는 주지 않는다 등이다.

    그 결과 1962~89년 사이 동독이 억류한 정치범과 가족 28만 여명이 자유를 얻었으며, 동독주민은 서독의 TV를 시청하고 서독을 왕래할 수 있었다.

    이에 새정치연합이 서독의 지원 선례를 들고 싶다면 북한인권증진법안에 △정치범 석방 및 인계 △탈북자 강제 북송 금지 △남한 TV시청 보장 △6·25 국군포로 송환 등의 요구를 포함 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도 프라이카우프식 3불 원칙을 기준으로 보면 1가지 요구만 들고 있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새누리당은 "국가가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북한 당국 또는 북한의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에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도기준에 따라 전달·분배·감시되도록 하는 등의 사항이 준수되도록 한다"라는 입장으로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 북한인권재단, 설립 VS 반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북한인권관련법안으로 가장 큰 마찰음을 내는 부분은 북한인권재단 설치 여부다.

    새누리당은 법안 9조에서 "정부는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인권 개선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내외의 활동 등을 수행하기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되면 탈북자의 사회 정착 프로그램 확대, 강제 북송위기에 있는 탈북자 구출 운동 단체 지원, 대북 방송 및 전단 살포 단체 지원, 사회단체들의 북한인권 개선 행사 지원 등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북한인권재단이 대북 전단살포 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북 전단은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만큼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방해된다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주장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반발하는 형국이다. 한 대북전단살포 단체 관계자는 "북한처럼 라디오와 인터넷을 막은 폐쇄의 땅에서 폐쇄를 뚫고 들어갈 것은 (전단이 담긴) 풍선 뿐"이라며 "북한인권을 증진시키겠다는 새정치연합이 자유의 기본인 알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을 집회에서 한기호, 조명철 의원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을 집회에서 한기호, 조명철 의원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법무부 VS 통일부


    여야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어느 부처의 산하로 지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대척점에 있다. 새누리당은 법무부, 새정치연합은 통일부가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법무부를 내세우는 이유는 통일 이후 북한 인권 유린의 가해자를 처벌해야 하는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실 측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두는 것은 통일 이후 전범과 인권침해범 등을 처벌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통일 전부터 자료를 수집해 공식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긴 독일의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통일부 산하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단순 정보와 기록을 보존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 이후 인권 피해자들의 권익 보호와 보상에 혼선을 막기 위해선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두는 게 옳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과 새정치연합의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비교했을 때, 보다 더 인권 개선에 주안점을 둔 법안은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이라는 게 세간의 중론이다. 이는 새정치연합이 북한인권증진법안을 통해 햇볕정책을 재시도 할 것이라는 의혹이 큰 만큼,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유화와 민주화를 억제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불가결 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북한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실제적인 법안을 추가로 상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인권법은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해외 다수 국가들이 제정한 상태다. 이들 국가들은 북한 인권 실태의 정보 공유와 개선을 위해 국제적 대북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05년 17대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북한인권관련법안은 현재 여야의 법안을 포함해 19개가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된 상황이다.

    6월 중 UN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됨에 따라 북한인권개선에 대한 국내외적 움직임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