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생적 습관, 높은 인구밀도 홍콩 같은 확산세 보여..정부 정보 통제로 혼란 가중
  • ▲ 4일 명동의 모습. 메르스 공포 때문에 무더위에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 4일 명동의 모습. 메르스 공포 때문에 무더위에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4일 현재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린 환자 수는 35명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숫자’는 확진 환자 수가 아니라 ‘접촉자 수’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 했거나 또는 접촉이 의심돼 격리된 사람의 수는 무려 1,600명이 넘는다. 62명이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해제 된 이후의 숫자다. 여기다 80대 환자 1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 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0일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견된 뒤 보름 동안의 모습을 보면, ‘재난영화’ 보다는 실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2003년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中공산당 정부의 행태와 중국 사회의 혼란이다.

     

    2002년 11월 16일 중국 광둥성


    2002년 11월 16일 중국 광둥성에서 호흡 곤란을 겪던 사람이 사망했다. 中보건 당국은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中보건 당국은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겼다.

    2003년 2월 11일, 中공산당 보건부 “2002년 11월 16일부터 2003년 2월 9일 사이에 광둥성에서 ‘클라미디아 감염증’으로 추정되는 호흡기 질환자가 305명 발생해 이 가운데 5명이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중국 보건부는 사람들이 갑자기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는 데도 이를 쉬쉬하다 4개월 만에야 공식 발표를 했다. 中공산당은 이때 “현재 정부가 모든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3년 3월 홍콩에 있던 미국인 사업가가 사망한 뒤, 그를 치료하던 홍콩, 베트남, 중국 의료진들까지 차례로 감염되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 사회는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 2003년 4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작성한 SARS 확산 지도. SARS는 이후 전 세계로 퍼진다. ⓒWHO-텍사스 주립대 도서관
    ▲ 2003년 4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작성한 SARS 확산 지도. SARS는 이후 전 세계로 퍼진다. ⓒWHO-텍사스 주립대 도서관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스(SARS)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원인이며 ‘비말(飛沫, 날아다니는 침방울)’로 감염되는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계보건기구는 2003년 3월 12일 전 세계에 ‘전염병 유행(Epidemic)’ 경보를 내리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사스 감시 및 대응에 돌입했다. 사흘 뒤인 3월 15일에는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Pandemic)’을 우려해 전 세계에 ‘여행자제’ 권고를 내렸다. 매우 드문 대응책이었다.

    세계보건기구의 경고에도 中공산당은 계속 “사스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있으며, 우리가 상황을 100% 통제하고 있다”고 큰소리 쳤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경고를 내리기 전에 이미 홍콩을 통해 북미, 유럽으로 간 중국인들로 인해 ‘사스 환자’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미국, 캐나다, 유럽, 남미 등에서 ‘사스 환자’가 속속 나타났다. 몇 주 만에 세계 37개국에서 ‘사스 환자’가 발생했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사스’는 각국 보건 당국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해열제를 처방하며 환자의 면역체계가 ‘사스’를 이겨내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2003년 7월 31일 ‘사스’의 확산세가 수그러든 다음 전 세계에서는 8,27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775명이 숨졌다. 중국에서는 349명, 홍콩에서는 299명이 사망했다.

    中공산당의 ‘정보 통제’와 ‘비밀유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당시 광둥성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언론에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자 베이징, 상하이, 텐진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공황(Panic)’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특히 대도시에 사는 외국인들은 중국인과의 접촉을 중단하고, 제대로 대외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中공산당 정부는 ‘사스’에 대한 정보를 자국민은 물론 다른 국가들과도 공유하지 않았다. ‘사스 환자 및 그와 접촉한 사람들의 이동경로’ 등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2003년 5월 초, 세계 100개국이 중국인의 입국 자체를 금지했다. 모든 중국인을 ‘잠재적인 사스 환자’로 취급한 것이다. 당시에는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2015년 5월 26일 서울발 홍콩행 아시아나 여객기


    한국에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나온 지 엿새 뒤, 한국인 K씨가 홍콩행 아시아나 여객기에 탄다. K씨는 홍콩에 도착한 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중국 광둥성으로 향한다.

  • ▲ 홍콩 보건 당국은 한국인 메르스 환자 의심자의 입국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검역 활동 중인 홍콩 보건 당국 관계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화면 캡쳐
    ▲ 홍콩 보건 당국은 한국인 메르스 환자 의심자의 입국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검역 활동 중인 홍콩 보건 당국 관계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화면 캡쳐


    K씨는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부친을 병문안하러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몸살 기운이 있음에도 K씨는 회사 일 때문에 중국을 갈 수 밖에 없었다. 중국에 도착한 K씨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다. 中보건 당국은 K씨를 격리 수용하고 정밀 검사를 한다. 얼마 뒤 中보건 당국은 K씨가 메르스 환자라는 판정을 내린다.

    홍콩 보건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5월 30일부터 K씨가 타고 왔던 여객기에 함께 탔던 사람들 가운데 위험인물들을 모두 추적해 격리 조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인 한 사람이 사라졌다. 확인 결과 그는 이미 29일 한국으로 떠난 것이었다. 며칠 뒤 다시 홍콩에 온 한국인을 잡아 격리 조치를 하기는 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분노했다. 특히 한국 정부에 분노했다. “어떻게 전염병 환자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도록 놔두느냐”는 것이었다.

    홍콩 시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한국 보건 당국의 태도였다. 메르스 환자가 감염된 경로, 이동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음에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한 것이었다.

    이에 홍콩 여론은 “중국이 격리한 K씨를 기소해 엄벌에 처하자” “앞으로 한국인들이 입국 못하게 막자”는 등의 거친 표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홍콩 ‘과민반응’, 사우디 사망률, 한국 확산율, 공통점은?


    홍콩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매년 마다 일어나는 전염병 피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009년 ‘신종플루(H1N1)’ 유행으로 10만 7,900여 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합병증 환자를 포함해 200여 명이었다. 하지만 신종플루 자체로 사망한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는 5,000만 인구로 따져보면 엄청난 숫자는 아니다.

    반면 홍콩의 경우 700만 인구 가운데 3만 1,500여 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사망자 수도 합병증 환자를 포함해 80명이나 됐다.

    올 초 홍콩에서 유행한 H7N9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수가 400명이 넘는다는 점까지 함께 보면, 홍콩은 유독 전염병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 ▲ 2009년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H1N1)' 확산 지도.  ⓒWHO 자료 캡쳐
    ▲ 2009년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H1N1)' 확산 지도. ⓒWHO 자료 캡쳐


    홍콩의 이런 모습은 ‘메르스’가 처음 발견된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교해보면 너무도 대조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12년 9월 24일,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견된 이후 900여 명이 감염됐고, 이들 가운데 400여 명이 숨졌다.

    앞서 언급한 전염병의 원인균은 다르지만 ‘비말감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비말감염’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보면,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피해 상황은 매우 상이하다. 홍콩은 감염자 수가 매우 많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염자 수에 비해 사망률이 무척 높다. 

    여기서 추정이 가능한 ‘변수’는 인구밀도와 문화다. 홍콩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은행 통계에서는 1㎢ 당 6,500명 이상, 홍콩 행정당국 통계에서는 2만 6,000명 이상으로 나온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밀도는 1㎢당 15명이다.

    여기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은 질병에 크게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르스’ 유행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의료진들은 심각한 상태의 급성 신장질환과 폐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많이 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감염 초기부터 치료한 경우가 적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동시에 보면, 한국에서의 ‘메르스 확산’에서도 ‘패턴’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국민들의 습관과 인구밀도다.

     

    메르스 공포 막는 법? 투명한 정보 유통,
    위생습관 키우기


    지금 국내 언론들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이어 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 통제’다. 일각에서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中공산당을 보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나 북한과는 다른 여론 시스템을 가진 한국에서 ‘괴담’이나 일부 병원들의 손해, 국민들이 ‘공황’에 빠질까 두려워 전염병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민들이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가장 많이 생긴 병원과 해당 지역, 첫 번째 환자가 거쳐 간 병원과 지역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에는 국민들의 습관과 인구밀도가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과 의료진들은 전염병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中공산당의 ‘사스 발표’ 이후 한국 정부는 2003년 2월 12일 지자체 검역소에 방역 강화 지시를 내리고, 3명의 추정 환자와 17명의 의심 환자가 발생하자 즉시 격리시켰다.

    2003년 3월 16일에는 ‘사스 경보’를 발령하고, 전국 13개 국립검역소, 16개 광역지자체 및 242개 보건소 등이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또한 전국 권역별 격리 치료 병원 41개소 138병상을 지정해 사스 의심 환자가 생기면 입원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공항은 물론 항만 등을 통해서도 감염자가 입국할 수 있다고 판단, 해외로 통하는 모든 곳에서 체온 측정 등의 검역을 실시하고, 사스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사람을 추적해 조사했다. 그 결과 전 세계가 사스 공포에 떨 때 한국에서는 4명의 감염자만 생겼고,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신종플루’ 때는 고령자와 노약자, 지병을 가진 환자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손씻기의 생활화, 위생용품 사용 등으로 많은 사람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를 되도록 피했다.

    하지만 최근 메르스 확산 과정을 유심히 보면, 사스 대응 때나 신종플루 대응 때와는 다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 ▲ 메르스 공포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광화문 광장에 나온 연인들. ⓒ뉴데일리 DB
    ▲ 메르스 공포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광화문 광장에 나온 연인들. ⓒ뉴데일리 DB


    어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 또는 재채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병원에서도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행동하는 등 평소 ‘비위생적인 습관’을 고집하는 사례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요즘 뜨는 핫한 지역"이라는 소문만 나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문화적 문제'도 고민해볼 문제다.

    게다가 이번 메르스 확산 추세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이유만 내세워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무책임한 행동이 맞다.

    하지만 보건 당국이 메르스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한국의 특성인 ‘인구밀도’와 ‘비위생적인 습관’, 그리고 "어디가 좋다"는 소문만 나면 몰려다니는 '문화적 문제' 등을 간과하고 대책을 마련했다가는 또 다시 국민들의 원성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메르스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에 있어서도, 홍콩과 같이 ‘전염병 대응’에 항상 비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지역(또는 국가)에 대해서는 공조는 물론, 이번의 감염자 출국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향후 관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