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책임론에 되레 매를 든 강경파..계파갈등 고조될 듯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퇴장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목을 붙들며 만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퇴장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목을 붙들며 만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도둑이 매를 든 격이었다. 남아야 할 사람은 사퇴했고, 정작 사퇴할 사람은 남아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8일 최고위원회의는 '막말 대포'로 통하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아수라장이됐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던 비노계 의원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정 최고위원의 모욕적 언사에 반발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사태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최고위원회의는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 된 뒤 맞이하는 첫 회의였다. 회의 초반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덕담이 오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곧 급변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지도부의 책임론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다.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려면 빗장을 열어야 한다"며 독단적인 문재인 대표의 당 운영 스타일에 꼬집은 것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제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당내 패권주의를 어떻게 깨느냐의 문제"라면서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고 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비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독단적이고 무능하고 친노 지도부는 총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특히 주 최고위원은 "패권주의 청산을 위한 시작은 모든 사안을 공개적으로 논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닫혀있는 대화의 빗장을 열어야 한다. 최고위원들도 모르는 것이라면 당원들도 모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패권화 된 친노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개적으로 모든 것을 논의하면 공정하게 처리될 수밖에 없고, 공정하게 처리했으니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이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모두가 결과에 승복한다면 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주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회의장엔 순간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쓴소리를 듣고 있던 문재인 대표의 얼굴도 무거워졌다.

그러자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당대포' 정청래 의원이 거침없이 주승용 의원을 향해 포문을 열고 폭탄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친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원색적 비난과 독설을 퍼부으며 주 최고위원을 정면 공격했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트위터에도 '주승용 최고가 틀렸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4.29 패배가 친노 패권에 대한 심판이라는데, 정작 주 최고위원이 광주 책임자였다.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주 최고위원은 "치욕적 생각이 든다. 나는 세상을 이렇게 살지 않았다"며 "제가 아무리 무식하고 무능하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할 말은 아니다. 저는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고 격분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어 "저는 사퇴합니다"라고 공언하면서 "모든 지도부들도 사퇴하라"고 요구한 뒤 문을 박차고 나갔다.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주 최고위원의 손을 잡으며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도부의 퇴장으로 가운데가 텅빈회의장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다음 발언자로 차례를 기다리던 전병헌 최고위원은 싸늘해진 회의장 분위기에 "오늘 어버이날인데 참으로 민망한 자리가 돼 죄송하다"고 난감해 했다.

자리로 다시 돌아온 문 대표는 "지금은 우리 당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오늘 있었던 발언은 우리끼리의 자리었으면 몰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문 대표는 "지금까지 당 운영에 있어 당의 단합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고쳐 나갈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 이미 차가울대로 차가워진 회의장의 분위기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주 최고위원의 사퇴 요구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의원회관으로 돌아간 주 최고위원은 곧이어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답변을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폭언이었다.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폐해"라며 "친노 패권정치 청산에 대한 입장표명이 없으니 이제는 물러나자는 것으로,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 때와 지금의 기준이 달라진 것인가.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극단적 모습"이라고 무책임한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도부 사퇴론을 주장한 주승용 최고위원의 발언은 개인적인 입장이 아닌 비노계 의원들을 대표한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을 패망의 길로 이끈 강경파 지도부들이 진심어린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비노계 의원들의 목소리를 주승용 최고위원이 '총대를 메고' 발언했다는 설명이다.

    주 최고위원 역시 "당이 한참 잘못되고 후폭풍이 커 보여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인데 지금까지 아무 답변도 없었다"면서 개인적인 입장발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