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대전지검장 수사팀장으로, 수사때마다 당했던 치욕‥악연 끊을 수 있나?
  • ▲ 故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뉴데일리
    ▲ 故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뉴데일리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지 리스트'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수사 가능성을)철저히 검토하라"는 지시와 함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정치권의 '성역없는 수사 촉구' 목소리가 이어지면서다.

    다소 등 떠밀린듯한 모양새지만, 검찰에게 이번 사건의 수사 향방과 결과는 검찰 위신의 문제로 이어지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2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성완종 리스트에 얽힌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특별수사팀장에는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발탁됐고, 구본선 대구서부지청장과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등 10여명의 쟁쟁한 검사들이 총출동한다.

    하지만 검찰이 성환종 전 회장과 정치권 전반에 얽힌 부정부패를 모두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2년부터 시작된 성완종 전 회장과 정치권이 얽힌 여러차례의 비리 사건에서 번번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반드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하는 무거운 부담감을 안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자원개발 비리는 물론, 이번 일과 연관된 모든 부정부패 혐의에 대해 한치의 차질도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검찰과 성완종 전 회장의 악연(惡緣) 타임라인


    1. 2002년 지방선거, 성완종 전 회장 정치자금법 위반

    2. 사건이 벌어진 2년 뒤(2004년) 혐의를 포착한 검찰의 구속 기소

    3. 2004년 7월,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

    4. 법원 판결 불과 9개월 만인 2005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사면(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現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5. 불과 4개월만인 2005년 9월, 행담도 개발 비리 혐의로 성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 시작

    6. 무려 12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준 혐의(배임증재). 기소됐지만 2년간 진행된 재판에서 1·2심 모두 집행유예

    7. 당시 사건 담당 부장검사는 수사과정 미숙에 대해 참고인들에게 "용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해명' 편지를 보내는 굴욕도 당해

    8. 2심 재판 끝난지 한달만인 2007년 12월 또다시 성완종 전 회장은 특별사면(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은 이호철)

    9. 2012년 총선 당시 성 전 회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포착

    10. 2014년 대법원 벌금 500만원 판결, 성완종 전 회장 '국회의원직' 상실

    11. 2015년 자원외교 비리 수사 착수, 성 전 회장에 대한 비리 혐의 또다시 조사

    12. 2015년 4월 9일, 친박 핵심 정치인 리스트를 남기고 자살. 검찰의 강압 수사 논란과 수사 방향이 흐트러질 위기 봉착



    #1. 첫 번째 구속 그리고 특별사면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인연이 깊었던 성완종 전 회장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16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성 전 회장은 2004년 7월 검찰의 집요한 수사를 통해 정치자금법 위반이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구속수사까지 단행했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됐다는 점에서 검찰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불과 9개월이 지난 2005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통해 성 전 회장을 자유인 신분으로 회복시키면서 치욕은 시작됐다.

    성 전 회장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항소를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인맥이 넓은 성 전 회장이 특별사면이 될 것을 미리 알고 일부러 항소하지 않은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죄 선고 9개월만에 사면돼 다시 활동을 재개한 성 전 회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에게는 유감스러운 사건이었다.


    #2. 두 번째 구속 그리고 또 특별사면

    검찰은 특별사면된 지 불과 4개월만에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해 또다른 혐의로 포착하고 수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2005년 9월 행담도 개발 비리 사건에서 김재복 행담도개발(주) 사장에게 무려 12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준 혐의로 성완종 전 회장을 배임증재죄로 기소했다. 2년간 이어진 1심과 2심 재판에서 성 전 회장은 2007년 11월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17대 대통령 선거 열기가 후끈했던 2007년 12월, 성완종 전 회장은 2심 이후 상고를 포기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그 때,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을 이용해 2007년 12월 성완종에게 '다시 사회로 돌아와도 좋다'는 보증을 서줬다.

    논란은 거세게 일었지만,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비리 수사를 하겠다며 나설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검찰이 고개를 숙인 2번째 악연이었다.


  • ▲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뉴데일리
    ▲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뉴데일리



    #4. 검찰 굴욕 사건

    2번째 악연, 행담도 개발비리 사건에서는 수사를 책임졌던 부장 검사가 사건 참고인들에게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굴욕적인 편지를 쓰는 일까지 있었다.

    "빠른 시간 내에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 보겠다는 나름의 의욕이 앞서 불손한 말투나 친절하지 못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몹시 걱정이 됩니다. 혹여 잘못이 있었다면 무더위 속에서 거듭된 야근에 지친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운 여름에 바쁜 시간을 쪼개고, 시급한 업무를 미루면서 잊혀져가는 기억을 되살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부족한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저희들의 작은 노력이 대한민국을 좀 더 깨끗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행담도 개발비리 수사를 맡은 부장검사의 편지

    이 같은 편지의 배경에는 당시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회장을 구명하기 위한 정치권의 압력이 행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수사에 있어서는 추상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검찰이지만, 정치권의 압력이 부담스러웠다는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검찰에게는 굴욕일 수 밖에 없다.


    #5. 이번이 마지막, 또 놓치면 끝장이다

    잡으면, 놓치고. 또 잡으면 또 도망가면서 번번히 치욕스러웠던 검찰에게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중차대한 사건으로 떠올랐다.

    친이계를 정조준했던 자원외교 수사를 비웃듯 성 전 회장은 '친박 유력 정치인 명단'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압수사 논란 뿐 아니라 진행하는 수사의 방향을 피의자가 제시한 쪽으로 선회해야 하는 검찰 최악의 수모를 겪게 될 위기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에는 과연 정치권에 눈치를 보던 습성에서 벗어나 '성역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성역없는 수사"를 또다시 강조한 것도 이 같은 국민적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또다시 '정치의 시녀'라는 비아냥이 나온다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대한민국 검찰의 존폐 여부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