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순방 결과 설명을 들어 주시고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 그러나...
  • ▲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대표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발언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대표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발언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권을 잡자마자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를 설명한 뒤, 문재인 대표에게 경제도약을 위한 국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실패했고 중산층이 무너졌으며 내수가 붕괴돼 국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도 쏟아졌다. 문재인 대표는 전월세값 폭등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변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재인 대표는 남북 관계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표의 주요 대화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 문 대표님, 취임 이후에 정식으로 뵙는 게 처음입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오늘 이렇게 여야 대표 모셔서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는 지난번에 있었던 중동 순방 결과를 설명 드리고, 국회에 여러 가지 협조 드리고, 두 분의 말씀도 들으려고 마련했습니다.

    제가 순방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게 정말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중동 순방은 그런 감동이 더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중동에 진출한지 40년이 되는 해인데 그 당시 70년대 중동에 노무인력이 진출했던 나라들이 많이 있지만 그동안 경제발전해서 다시 중동에 진출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평가를 들을 때마다 뿌듯합니다. 

    이제 중동 국가들은 포스트 오일 시대 대비해 기존 에너지나 건설 이런 분야를 넘어서 ICT(정보통신기술)라든가 보건의료, 문화, 식품, 원전 할 것 없이 산업을 다각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선 그 과정에서 커다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런 분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협력하기로 했는데 우리에게 다가오는 제2의 중동붐을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연결시켜서 경제도약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내부의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하고, 또 정치권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정책들도 사실은 국회 입법 통해서 마무리 됩니다. 외교성과도 국회에서 잘 협조해 줘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동 순방의 결과, 결실들이 국민, 기업들에게 더 큰 혜택으로 가도록 해 경제가 크게 일어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대표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편안하게 순방 결과 설명을 들어 주시고,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문재인 대표: 박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당이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가 힘듭니다.  민생을 살려야 하는데 정부 경제정책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실패했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도 후퇴했습니다. 수출경제 중심으로 간 결과 중산층이 무너지고, 내수가 붕괴돼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입니다. 최근 정부가 임금인상을 내놓은 것은 그동안 정부 정책을 반성하는 듯합니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등 단기부양책만 내놓아 근본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젠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해야 합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야 합니다. 4대 민생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먼저 최저임금을 기본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세워야 합니다. 둘째, 공정하고 정의로운 조세제도를 확립해야 합니다. 법인세를 적절하게 인상해야 하고, 가난한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털어서는 안 되며 고소득층에 대한 형평부과를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전월세값의 폭등으로 서민 고통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보편적 중복지를 약속했는데, 결국 공약을 파기한 것입니다. 넷째,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이것이 서민의 비용부담이 낮아지는 방식과 연계돼야 합니다.
     
    남북 관계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남북 간 경제협력은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고, 통일 대박의 꿈도 남북 관계 개선에 달려 있습니다.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우리도 초당적 협조를 하겠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문재인 대표가 공약 파기를 언급하며 비판을 쏟아내자 테이블에 올려진 메모지에 메모를 했고, 또한 문재인 대표가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하는 도중엔 문재인 대표의 얼굴을 시선을 고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그동안 3.1절 행사장 등에서 조우한 적은 있지만, 이 처럼 따로 만나는 것은 지난 2012년 12월 대선 토론회 이후 27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