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지적 장애인 속여 10억원 상당 부동산 가로채는 등 비리 이어져
  • ▲ ▲ 서울시청 전경.ⓒ 연합뉴스
    ▲ ▲ 서울시청 전경.ⓒ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직비리를 근절하겠다며 지난해 8월, 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을 발표했지만, 서울시 공무원이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지적장애인을 속여 땅을 헐값에 가로채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적장애 3급인 57살 지모씨에게 접근해 지씨가 소유한 시가 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반값에 사들인 혐의로, 서울시 소속 공무원 김모씨(53)와 이웃주민 하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가 지씨로부터 가로챈 땅은 경기도 덕양구에 위치한 630㎡규모의 땅과 건물 등이다. 해당 부동산은 지씨가 부모에게 물려받아 1981년부터 소유하고 있었으며, 시가로 1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결과, 김모씨 등은 지씨가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지씨를 속여 지난해 8월 시세의 반값인 5억 7000만원에 땅과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10월, 1천원만 받아도 즉시 퇴출한다는 내용의 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 ‘공직사회 혁신방안’을 서울시 산하 투자기관과 출연기관으로 확대·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일벌백계‘ 천명해 왔다.

    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 ‘공직사회 혁신방안’은, 이른바 ‘박원순법’으로 불린다. 박원순법에는 업무연관 여부와 관계 없이 공무원이 1천원 이상만 받아도 징계하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비리 공무원에 대해 지자체에서 해임·파면 등의 처벌을 하더라도 공무원들의 징계 재심기관인 소청심사위원회에서 감경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새누리당, 고양 덕양을)이 지난해 10월 19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범죄를 저질러 검찰과 경찰에 적발된 서울시 공무원은 25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47명, 2011년 58명, 2012년 47명, 2013년 65명으로 나타나 연평균 54명의 서울시 공무원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상해폭행 64명(25.3%), 음주운전 41명(16.2%), 금품수수 35명(13.8%), 교통사고(무면허 운전포함) 20명(7.9%), 성범죄 18명(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 ▲ ▲ 지난 10월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 지난 10월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그러나 징계 현황을 보면 훈계 등이 129명(51.0%)으로 가장 많았고, 경징계 81명(32.0%), 중징계 22명(8.7%)으로, 절반이상이 훈계 등 가벼운 징계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박원순 시장이 비리척결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현실도 눈여겨볼만하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브리핑을 통해, 지인 채용 등으로 논란을 빚은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공개 경고하면서, 부당이익에 대해서는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서울시 감사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감독은 지난 2006부터 2011년까지 지급된 항공권 중 매니저가 사용해야 할 항공권을 2009년 가족이 유용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시 감사관실로부터 1,320만3,600원의 반환조치를 통보받았다.

    이와 함께 정 감독의 형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다녔던 직원과 처형의 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시는 정 감독과의 계약기간을 연장하면서, 재계약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해 ‘박원순법’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정 감독의 부적절한 행위가 재계약을 못할 만큼의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 감독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박원순법'을 적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예술감독이란 특수한 지위를 고려할 때, 일반 공무원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기존 계약서를 보완해 재계약 여부를 빨리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도, 정작 비위행위가 드러난 일부 인사에 대해 관대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사실상 박 시장 자신이 ‘박원순법’의 추진력이 훼손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