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은 못 봤지만, '엄청난 내용' 담겨 있다고 확신"


  •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언론에 불거진 '정윤회 문건'에는 사생활 문제 등 엄청난 내용이 담겨 있으며, 현재까지 (전체 내용 중)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MBN '뉴스 빅5', 지난 2일에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관련 문건을 보신 분께서 10분의 1도 보도가 안 됐다고 이야기했다"며 "문건에는 특정인의 사생활 관련 내용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틀 연속 각종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에서 유출된 '정윤회 문건'의 실체를 언급한 박 의원은 2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청와대가 국가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점을 보더라도 해당 문건을 '찌라시'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손석희 앵커 :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나온 찌라시라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박지원 의원 : 청와대 행정관 차원에서 찌라시를 수집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국가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왜 합니까? 이건 청와대 내부에서 제작된 문건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입니다.


    특히 박 의원은 "청와대는 각 부처에서 엘리트 공무원들이 모여드는 곳"이라며 "경찰 간부가 시중의 찌라시를 모아서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박 의원과 함께 '뉴스룸'에 출연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해당 문건에 쓰여진 내용들은 현실적으로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그동안 국회에 널리 퍼졌던 루머에 불과한 내용들이지만,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러한 내용들이 시중에 떠돌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건에 적힌 내용들은 여의도 주변에서 떠돌았던 얘기들입니다. 이 문건을 다른 신문사에서도 접했겠지만 '진실성이 없다'고 여겨 그동안 보도를 안했던 겁니다. 내용 자체는 정말로 말이 안되는 것 투성이입니다.


    이와 관련 박지원 의원은 "문건을 소지하고 있는 분으로부터 ''정윤회 문건'에는 사생활 등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지금까지 언론에는 10분의 1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손석희 앵커 : 방송에서 10분의 1도 안 알려졌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10분의 9는 뭡니까?

    박지원 의원 : 그 분은 문건의 내용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분인데요. 10분의 1도 보도가 안됐다고 하더군요.

    손석희 앵커 : 그러니까 직접 보신건 아니시죠? 자칫 잘못 발언하시면 상당히 파장이 일수도 있는데요.

    박지원 의원 : 저는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의혹이 있다면 야당 의원으로서 당연히 이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홍문종 의원은 "어떤 분 이라고 말씀도 안하시고, 나중에 천천히 밝히겠다고만 하시니 국민들의 의혹이 더 커지는 것 아니겠냐"며 함부로 루머를 입에 담은 박 의원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의원은 모 라디오 방송과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비선 라인인 '만만회'가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해 지난 8월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상태.

    검찰은 만만회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를 소환, 관련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한 결과 "만만회는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박 의원이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반복적으로 해왔다고 보고,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7월에도 "누군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바꿔치기했을 수도 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망신'을 당한 사례가 있다.

    재미있는 대목은 박 의원이 2일 "(자신이)의혹을 제기해 틀린 사실이 없다고 자부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는 사실.

    자신의 과거를 모른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잊어버린 건지, 실소를 자아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 박지원, 채동욱 스캔들엔 "그럴리 없다!" 감싸기 급급

    박 의원은 지난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식 의혹'에 휩싸일 때만해도 "계속 이상한 보도가 나오면서 채동욱을 흔들고 있는데, 허무맹랑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참고로만 해야될 부분도 있다"고 밝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를 취했었다.

    당시 박 의원은 "채동욱 총장의 사생활 문제와 '정치권'은 무관하다"며 "이같은 보도가 나온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밝혀 채 전 총장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채동욱 총장이 정말로 혼외자녀가 있었다면 지난 10여년 그렇게 비밀을 유지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권력투쟁이 생긴 겁니다.


    '뉴스룸'에서 밝힌 박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야당 의원으로서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행동 아닌가?

    '채동욱 혼외자 스캔들'은 감싸기에 급급하고, '대통령 흠집내기'에는 두 팔을 걷어붙인 모습은 누가보더라도 일관성이 없는 처사로 비쳐진다.



  • ◈ '정윤회 문건' 폭로한 세계일보, 회장 교체


    '정윤회' 보도로 정국에 파란을 일으킨 세계일보는 지난 1일자로 회장을 전격 교체했다.

    이날 세계일보는 "현 문국진 회장이 사퇴하고 손대오 선문대 부총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문건에 '비선 라인'으로 등장한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8명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취재기자 등 6명을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