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과 여전히 '상하관계'…비선 입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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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으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금껏 친박계 의원들 중에서도 정씨를 실제로 만났다고 한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로 '베일'에 꽁꽁 숨겨진 인사였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조차 "11년 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주변에 얼씬하는 것을 못봤다"고 말할 정도다.

    박 대통령의 의원시절에도 보좌진 직책은 문고리 4인방(故이춘상 보좌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제 2부속실 비서관)에게 맡겼다. 대신 자신은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하고 비서실장 역할을 해왔다.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도운 인사지만 정치인들과는 '접촉'이 없어 애초부터 라인이 달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씨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4년 박 대통령이 당 대표로 가고 나를 뺀 보좌진이 모두 당으로 갔다"고 했다.

    10년 만에 '비선 의혹'으로 모습을 드러낸 정윤회씨는 시종일관 자신감에 찼다.

    "이제는 더이상 못 참겠다. 내 입장을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옛 동료였던 이재만 총무비서관과의 대화내용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통보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 간의 '상하 관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씨는 '비선' 의혹은 모두 허구이고 보고서는 '루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실 비서관)과 2007년 대선 경선 이후로 연락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07년 이래 7년 간 야인으로 살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들과 연락도 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뒤에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지난 4월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이를 번복했다.

    정씨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4월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로) 조응천 공직기관비서관과 통화 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지 연락한 것은 아니다"고 사실상 연락을 한 점을 인정했다.

    이어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지고 지난주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 (이재만 비서관과) 통화했다"면서 "'나는 내 입장을 이야기하겠다. 그쪽에서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지 않겠느냐' 통보했다"고 말했다.

    '문고리 3인방'을 향해 적극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청와대도 즉각 정씨의 번복된 주장을 인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일 후 브리핑에서 "(지난 4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자기 전화를 계속 받지 않는다며 전화 좀 받아 달라는 말을 전달했다는 정씨 인터뷰가 있는데 말 그대로"라고 시인했다.

    민 대변인은 "그러나 (정씨와 이 비서관 간의) 직접 만남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씨가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은 비선 의혹을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꼽고 있다. 각종 국정 개입 의혹도 모두 '조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비선 의혹보다 '문건 유출'에 집중된 점도 그의 이런 적극적 대응을 돕고 있다.

    정씨는 "제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다 조작"이라며 "(국정에 개입하거나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제가 인사에 개입하거나 비선으로 무엇을 하거나 이랬다면 증거나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모든 걸 다 몰아붙인다. 모든 것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누가 어떤 이유로 엉터리 문건을 만들었는지, 외부로 반출된 것은 없는지 청와대의 조치는 무엇이었는지도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며 검찰 수사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