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스태프, 아무도 제지 안해"목격자 "퇴근 시간이라 직장인 많이 몰려"


  • 세월호 참사로 인한 피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야외공연 도중 십여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무지에 가까운 안전의식, 부실한 시공, 사고 책임을 서로 떠 넘기는 작태 등 세월호 참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후진국형 참사였다.

    사고 발생 시각은 17일 오후 5시 53분경. 당시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에는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을 보기 위해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있었다.

    노래가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무대에서 십여미터 떨어진 환풍구 주변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다. 음악 소리와 관객들의 환호에 묻혀, 사고 직후엔 근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잠시 후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환풍구 위에 있던 사람들이 지하로 추락했다는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환풍구 근처로 가 보니, 행사 스태프 3~4명 정도가 있었다"며 "이들이 쳐다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환풍구를 막고 있던 철제 덮개가 아래로 떨어진 것이 보였다"고 전했다.

    목격자 중에는 인근 상가 주민들이 많았다. 이들은 "환풍구 덮개 위에 30~40명 정도가 올라가 뛰고 있었는데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러다 갑자기 아래로 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요원인지 스태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사 관계자들이 근처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환풍구 위에 올라가 뛰어도 막는 사람이 없었어요. 별 문제가 아니라고 봤던 모양이에요.


    또 다른 목격자는 "이때가 퇴근 시간이라 근처에 있던 직장인들이 많이 모여들었다"며 "앞쪽에 앉을 자리가 없자, 포미닛이 잘 보이는 환풍구 위에 올라갔다 변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사가 벌어진 환풍구는 지상에서 1m 정도 높이 솟아 있어 가수들의 움직임이 비교적 잘 보이는 '명당'이었다. 다수의 목격자는 약 40명 가량이 위에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며 뛰자 순간적으로 무게를 이기지 못한 덮개가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철제 덮개와 함께 지하로 추락한 관람객은 27명. 이중 16명이 죽고 1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포미닛의 공연은 '제1회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축제'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판교밸리 입주기업의 임직원과 지역주민을 위해 기획된 이번 공연에는 포미닛을 비롯, 정기고, 티아라 등 A급 가수들이 대거 출연키로 해, 인근 주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경기도와 성남시,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하 과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판교 입주기업인 KG그룹 계열사인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가 주관한 행사였다.

    이데일리는 이번 축제를 위해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KT스포츠 등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원은 당초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무대설치를 비롯, 관객 안전과 관련된 제반사항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17일 환풍구 덮개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우리는 유관기관에 협조요청만 보냈고, 안전대책은 주관사인 이데일리 측에서 맡은 부분"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 [사진 = 뉴데일리 DB / 판교 공연장 참사]